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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재학교 4년 차 교사의 다짐기 - 1. 단재학교에서 4년을 보내다 본문

학교/단재학교 이야기

단재학교 4년 차 교사의 다짐기 - 1. 단재학교에서 4년을 보내다

건방진방랑자 2019. 12. 27.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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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단재학교에서 4년을 보내다

 

단재학교에서 4년 차에 접어들었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이젠 이곳에서의 생활이 몇 년 입어 늘어진 옷만큼이나 편하게만 느껴진다.

 

 

처음 들어섰던 이 문에서 단재학교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그 후로 4년이나 훌쩍 흘렀다.   

 

 

 

자리 잡기 위한 고군분투의 시기, 1~2년차

 

1년 차엔 모든 게 낯설었기에 적응하기 위해, 전혀 다른 생명체였던 18명의 아이들과 조금이라도 친해지기 위해 분주했다. 나란 인간이 원래 모난 인간이고, 붙임성이 현격히 떨어지는 인간인데다 나름 고집까지 있는 터라 많은 사람에게 뜻하지 않게(?) 생채기를 내며 배워가던 시기였다.

그 시간이 지나 2년 차에 접어드니 이젠 나름 지낼 만 해졌다. 교사라는 위치가, 그리고 아이들과 친구처럼 격 없이 지낼 수 있는 대안학교라는 풍토가 금방 적응할 수 있도록 한몫했다. 그리고 1년간의 아웅다웅으로 아이들과도 어느 정도 접점을 찾았다. 역시 누구나 한 순간으로 평가 받는 건 당연히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여건인가, 아닌가가 결국 핵심이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갈등이 생기든, 자신의 모남이 드러나든 그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걸 함께 견디어 나갈 시간이 주어졌느냐가 문제라는 것이다. 단재학교에선 나의 한계를 직시할 수 있는 시간을 허용해주었기에, 함께 옥신각신하며 1년이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 덕에 교사가 되기 전, ‘교사가 되면 이런 것들은 꼭 해봐야지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할 수 있는 시기였다.

 

 

2012년과 2013년은 좌충우돌하며 적응하던 시기였다. 그럼에도 아이들이 잘 따라줘서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었다.  

 

 

 

학교의 급격한 변화와 자리매김의 시기, 3년차

 

3년 차엔 학교 내부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대표교사인 준규쌤이 초등대안학교로 자리를 옮기셨고, 학교는 강동구에서 송파구로 이전했다. 내부조직의 변화는 나 자신에게 위기임과 동시에 기회이기도 했다.

대표교사쌤이 정신적인 지주였기에 그분에게 배울 수 있었고, 무언가 새로운 비전을 꿈꿀 수 있었는데 그 대지를 잃어버렸다는 것에 있어서는 위기였다. 이상과 현실을 매치시키고, 상상 이상의 꿈(실패할 각오로 해보세요)을 꾸기 위해서는 아름드리 나무도 필요한 법인데, 2년간의 가르침을 끝으로 더 이상 배울 수 없게 되었으니 말이다(그래서 비정기적으로 만나며 여러 가르침이나 상상을 듣고 있긴 하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라는 말처럼 단재학교에서 나의 입지는 더욱 커졌다. 초임교사이던 시절엔 적응하며 학교는 어떤 철학과 방침으로 운영되는지 이해하는 게 중요했다. 하지만 이젠 학생에 대해 어떤 비전을 그리는지, 어떠한 학교를 만들고 싶은지 거시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 적응의 단계를 지나 적용의 단계로 진입한 것이고, 앞으론 적용의 단계를 지나 상상의 단계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또한 학교이전으로 교육 환경이 바뀌다 보니 분위기도 180° 바뀌었다. 둔촌동에 있을 땐 빌딩 내에 자리하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학원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겼고, 뭔가 활동적인 수업보다 강의식 수업을 하기에 알맞은 공간 구성이었다. 하지만 송파동은 단독 주택이기에 좀 더 학생 친화적인 대안학교 분위기가 물씬 풍기며, 공간 활용이 자유로워 생각의 전환만 가능하다면 다양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공간 구성이다. 인간은 틀이 바뀌면 꼴이 바뀐다고 하던데, 이에 공간이 바뀌면 행동이 바뀐다를 추가해야 한다. 바뀐 공간에서 어떠한 단재학교를 만들어 갈 것인지 그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가 온 것이다.

 

 

좌: 둔촌동 단재학교 영화팀 방의 모습 / 우: 성내동 단재학교 영화팀 방의 모습 

 

 

 

익숙함에 빠져 허우적거리지 않도록 경계하는 시기, 4년차

 

그러한 시간을 단재학교에서 지내왔기에 이젠 학교생활이 어색하지도, ‘이 길이 나의 길이 맞나?’ 고민하지도 않게 되었다. 이렇게 편해진 만큼 오히려 평소에 그려왔던 것들을 해나갈 수 있는 시기이며, 새로운 것을 능동적으로 선택하며 받아들일 수 있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뭔가 술술 풀리고 모든 것이 합심하여 선을 이루어 간다고 생각될 때, 자칫 잘못하면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다. 매너리즘의 기본 심리는 다 갖춰졌다는 생각이다. 그건 곧 스스로가 완벽하다고 생각하기에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도,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떤 분야에서 단기간의 성취를 이룰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장기간으로 봤을 땐 자신이 있는 공동체에게나 학생들에게나, 자신에게나 크나큰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단재학교 마당엔 해바라기꽃이 활짝 피었다. 물만 줘도 척박한 땅에선 꽃이 자란다. 나는 자라고 있나?

 

 

인용

목차

1. 단재학교에서 4년을 보내다

2. 전혀 다른 존재를 만나다

3. 전혀 다른 존재와 소통하려 노력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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