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술의 달인이자 가난한 이들의 벗이었던, 조광일 이야기
침은조생광일전(針隱趙生光一傳)
홍양호(洪良浩)
예로부터 어질지만 불우한 이들이 의술을 했던 이유
醫居九流之一, 蓋雜流也. 吾聞上醫醫國, 其次醫病, 此何以稱焉? 治國猶治病, 有醫之道焉. 然士必顯而在上, 國可得醫也, 或窮而無所試, 則寓其術於陰陽虛實藥石之間. 其博施濟衆之功, 亞於醫國. 故古之賢而不遇者, 往往隱於醫, 余嘗陰求其人而不可得.
조성일을 알게 된 계기
近余僑居湖右, 不能其風土, 問土人以醫. 皆曰: “無良者.” 强之乃以趙生對.
生名光一, 其先泰安大姓. 家貧客遊, 寓居合湖之西涯. 無異能, 以針名, 自號曰針隱. 生足未嘗跡朱門, 門亦無顯者跡.
이익에 휘둘리지 않는 조생과 친구가 되다
然吾嘗過生廬. 淸晨, 有老嫗藍縷匍匐而扣其門曰: “某也. 某村百姓某之母也. 某之子病某病殊死, 敢丏其命.” 生卽應曰: “諾. 第去, 吾往矣.” 立起踵其後, 徒行無難色..
嘗遇諸塗, 時天雨道泥. 生頂蒻跋屐而疾行. 問生何之, 曰: “某鄕百姓某之父病, 嚮吾一針而未効. 期是日將再往針之.” 恠而問曰: “何利於子而躬勞苦乃爾?” 生笑不應而去, 其爲人大畧如此. 余心異之, 伺其來往, 遂得狎而交焉.
침술의 특이한 점
其人疎坦易直, 與物無忤, 惟自喜爲醫. 其術不治古方使湯藥. 常以一小革囊. 自隨, 中有銅鐵針十餘, 長短圓稜異制. 以是决癰疽, 治瘡痏, 通瘀隔, 疎風氣, 起跛癃, 無不立應. 蓋精於針, 而得其解者也.
재상이 못 될 바엔 의원이 되리라
余嘗從容問曰: “夫醫者賤技, 閭巷卑處也. 以子之能, 何不交貴顯取聲名, 乃從閭巷小民遊乎, 何其不自重也?”
生笑曰: “丈夫不爲宰相, 寧爲醫. 宰相以道濟民, 醫以術活人, 窮達則懸, 功等耳. 然宰相得其時行其道, 有幸不幸焉, 食人食而任其責, 一有不獲則咎罰隨之. 醫則不然, 以其術行其志, 無不獲焉. 不可治則舍而去之, 不吾尤焉. 吾故樂居是術焉.
부유한 사람보다 평범한 사람을 고치려는 이유
吾爲是術, 非要其利, 行吾志而已. 故不擇貴賤焉. 吾疾世之醫, 挾其術以驕於人. 門外騎相屬, 家設酒肉以待, 率三四請, 然後肯往. 又所往, 非貴勢家則富家也. 若貧而無勢者, 或拒以疾, 或諱以不在, 百請而不一起, 是豈仁人之情哉. 吾所以專遊民間, 而不干於貴勢者, 懲此輩也. 彼貴顯者, 寧少吾輩哉. 所哀憐, 獨閭巷窮民耳.
且吾操針而遊於人, 十餘年矣. 或日療數人, 月活十數人, 計所全活, 不下數百千人. 吾今年四十餘, 復數十年, 可活萬人. 活人至萬, 吾事畢矣.”
조광일에 대한 총평
余始聞而瞠爾, 旣而嘆曰: “今人有一能, 則求售於世; 施人以薄惠, 則操右券而責直. 俯仰勢利之間, 無所取則唾而不顧. 趙生術高而不干名, 施博而不望報, 趍人急而必先乎窮無勢者, 其賢於人遠矣. 吾聞活千人, 必食陰報. 生其有後於是邦乎.”
於是敍所聞見, 爲之傳以應太史之求. -『耳溪集』
해석
예로부터 어질지만 불우한 이들이 의술을 했던 이유
의술이란 전국시대 아홉 학파 중 하나로, 대체로 잡가류에 속한다.
吾聞上醫醫國, 其次醫病,
나는 ‘최고의 의원은 나라를 고치고, 둘째 의원은 병을 고친다’고 들었는데,
此何以稱焉?
어째서 이렇게 말하는 것인가?
治國猶治病, 有醫之道焉.
나라를 고치는 것은 병을 고치는 것과 같으니, 의술엔 방법이 있다.
然士必顯而在上, 國可得醫也,
그러므로 선비가 반드시 현달하여 윗자리에 있으면 나라는 고칠 수가 있지만
或窮而無所試, 則寓其術於陰陽虛實藥石之間.
빈궁하여 시험할 것이 없어지면 의술을 음양증(陰陽症)ㆍ허실증(虛實症)ㆍ약(藥)ㆍ침[石]의 사이에서 맡게 된다.
其博施濟衆之功, 亞於醫國.
널리 베풀고 대중을 구제하는 공은 나라를 고치는 것에 버금간다.
故古之賢而不遇者, 往往隱於醫,
그러므로 옛적에 어질지만 불우한 이들이 이따금 의술에 숨었는데,
余嘗陰求其人而不可得.
내가 일찍 몰래 그 사람을 찾아봤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조성일을 알게 된 계기
近余僑居湖右, 不能其風土,
근래에 나는 충청북도에 기거했는데 풍토병을 이기길 수 없어
問土人以醫.
지방 사람에게 의원을 물었었다.
皆曰: “無良者.”
모두들 “좋은 사람이 없다.”고 대답했는데,
强之乃以趙生對.
강하게 묻자 조생이라고 대답해줬다.
生名光一, 其先泰安大姓.
조생의 이름은 광일로 그의 선조는 태안에서 번성한 가문이었다.
家貧客遊, 寓居合湖之西涯.
집이 가난해 유랑하다가 합호의 서쪽 벼랑에 붙어 살았다.
無異能, 以針名, 自號曰針隱.
특별한 재능은 없었지만 침술로 이름이 나서, 스스로 ‘침은’이라 부른 것이다.
조생은 일찍이 양반집에 다니질 않았고 그의 문엔 현달한 이의 발자취가 없었다.
이익에 휘둘리지 않는 조생과 친구가 되다
然吾嘗過生廬.
그러므로 나는 일찍이 조생의 오두막에 가보았다.
淸晨, 有老嫗藍縷匍匐而扣其門曰:
맑은 새벽에 한 노파가 남루한 옷차림으로 엎드려 그의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某也. 某村百姓某之母也.
“아무개입니다. 아무개 마을 백성 아무개의 어미입니다.
某之子病某病殊死, 敢丏其命.”
아무개 자식이 병들었는데 아무개 병으로 거의 죽게 생겼습니다. 감히 목숨을 구걸합니다.”
生卽應曰: “諾. 第去, 吾往矣.”
조생이 곧 “알겠습니다. 다만 먼저 가십시오. 제가 가겠습니다.”라고 응답했다.
立起踵其後, 徒行無難色..
그러고선 곧 일어나 뒤를 따르니, 걸으면서도 싫은 얼굴색은 없었다.
嘗遇諸塗, 時天雨道泥.
일찍이 길에서 마주쳤는데 당시 날씨는 비가 내려 길이 진흙탕이었다.
生頂蒻跋屐而疾行.
조생은 삿갓을 쓰고 나막신을 신고 달려가고 있었다.
問生何之,
“자네 어딜 가는가?”라고 묻자,
曰: “某鄕百姓某之父病,
대답했다. “아무개 마을의 백성 아무개의 아비가 병들어
嚮吾一針而未効. 期是日將再往針之.”
접때 제가 침을 놨었는데 효과가 없어 오늘을 기약하여 장차 다시 가서 침놓으려 합니다.”
恠而問曰: “何利於子而躬勞苦乃爾?”
괴이하여 “그대에게 어떤 이로움이 있기에 몸을 그처럼 괴롭게 하는가?”라고 물으니,
生笑不應而去, 其爲人大畧如此.
생은 웃기만 하고 대답도 없이 가버렸으니, 그 사람됨이 대체로 이와 같다.
余心異之, 伺其來往,
내가 맘속으로 기이하게 여겨 그가 왕래하는 엿보다가
遂得狎而交焉.
마침내 친해지게 되어 친구가 되었다.
침술의 특이한 점
其人疎坦易直,
그 사람은 소탈하고 평탄하며 평이하고 강직해
與物無忤, 惟自喜爲醫.
남에게 거슬리지 않았으며 오직 스스로 고치는 것을 기쁘게 여겼다.
其術不治古方使湯藥.
의술은 옛날의 방식인 탕약을 사용하여 고치질 않았다.
常以一小革囊. 自隨,
항상 작은 가죽 주머니를 가지고 따랐는데,
中有銅鐵針十餘, 長短圓稜異制.
속엔 구리와 철침 10여종이 있었고 길이와 모양이 다르게 제작됐다.
以是决癰疽, 治瘡痏, 通瘀隔,
이 침으로 종기를 짜고 부스럼을 고치며, 막힌 것을 뚫고
疎風氣, 起跛癃, 無不立應.
풍기를 트며, 절름발이를 일으켰으니, 곧바로 효과가 나지 않은 게 없었다.
蓋精於針, 而得其解者也.
대체로 침술에 정밀하여 해법을 얻었던 것이다.
재상이 못 될 바엔 의원이 되리라
余嘗從容問曰: “夫醫者賤技, 閭巷卑處也.
내가 일찍이 조용히 물었었다. “의술은 천한 기술이고 여항은 미천한 곳일세.
以子之能, 何不交貴顯取聲名,
자네의 재능으로 어째서 존귀하고 현달한 이들과 사귀어 이름나길 취하지 않고,
乃從閭巷小民遊乎,
곧 여항의 하잘 것 없는 이들을 따라 교유하여,
何其不自重也?”
왜 자기를 귀중하게 여기지 않는 것인가?”
生笑曰: “丈夫不爲宰相, 寧爲醫.
조생이 웃으며 말했다. “장부가 재상이 되지 못할 바엔 차라리 의원이 되는 게 낫네.
宰相以道濟民, 醫以術活人,
재상은 도로 백성을 구제하고 의원은 의술로 사람을 살리니,
窮達則懸, 功等耳.
궁핍함과 현달함은 현격하나 공로는 동등할 뿐이네.
然宰相得其時行其道, 有幸不幸焉,
그러나 재상은 당시에 도를 행함에 다행과 불행이 있고
食人食而任其責,
남의 봉록을 먹으며 책임을 떠맡으니,
一有不獲則咎罰隨之.
하나라도 얻질 못하면 허물과 벌이 따르게 된다네.
醫則不然, 以其術行其志, 無不獲焉.
의술은 그렇지가 않아, 의술로 뜻을 행함에 얻지 못함이 없지.
不可治則舍而去之, 不吾尤焉.
고칠 수 없으면 버리고 떠나더라도 나의 탓이 아니지.
吾故樂居是術焉.
나는 이 때문에 즐거이 의술을 자처하는 것이네.
부유한 사람보다 평범한 사람을 고치려는 이유
吾爲是術, 非要其利, 行吾志而已.
내가 의술을 하는 이유는 이익을 요구해서가 아니라 나의 뜻을 행하고자 할 뿐이네.
故不擇貴賤焉.
그러므로 귀천을 가리질 않는 것이지.
吾疾世之醫, 挾其術以驕於人.
나는 세상의 의원들을 미워하는데 의술로 으스대며 남에게 교만 떨기 때문이네.
門外騎相屬, 家設酒肉以待,
문밖에 말 타고 서로 부탁하여 집에 술과 고기를 차려 대접하면
率三四請, 然後肯往.
대략 3~4번 청한 후에 기꺼이 가지.
又所往, 非貴勢家則富家也.
또한 가는 곳은 귀하고 권세 있는 집이 아니면 부유한 집이라네.
若貧而無勢者,
만약 가난하거나 권세가 없는 사람이라면
或拒以疾, 或諱以不在,
혹은 병들었다고 거절하고 혹은 부재중이라 말하며 꺼려하여
百請而不一起, 是豈仁人之情哉.
백번을 부탁하더라도 한 번도 일어나질 않으니, 이것이 어찌 어진 사람의 정이겠는가.
吾所以專遊民間,
내가 온전히 백성의 사이를 다니며
而不干於貴勢者, 懲此輩也.
존귀하거나 권세 있는 사람에게 구하지 않는 것은 이들 무리를 징계하려 해서네.
彼貴顯者, 寧少吾輩哉.
저 존귀하고 현달한 사람들은 어찌 우리 같은 의술하는 무리들이 적겠는가.
所哀憐, 獨閭巷窮民耳.
애처로운 것은 유독 여항의 궁핍한 백성들뿐이라네.
且吾操針而遊於人, 十餘年矣.
또한 내가 침을 잡고 사람과 교유한 지 10여년째네.
或日療數人, 月活十數人,
어떤 날은 몇 명을 낫게 했으니 한 달이면 수십 명을 살린 것이지,
計所全活, 不下數百千人.
온전히 낫게 한 걸 계산하면 수백수천 명에서 내려가진 않을 거라네.
吾今年四十餘, 復數十年, 可活萬人.
내가 지금 나이 40여세로 다시 수십 년이면 만 명을 살릴 수 있을 것이네.
活人至萬, 吾事畢矣.”
사람을 살린 것이 만 명에 이르면 나의 일은 마칠 거라네.”
조광일에 대한 총평
余始聞而瞠爾, 旣而嘆曰:
내가 처음 들었을 땐 황당했다가 이윽고 탄식하며 말했다.
“今人有一能, 則求售於世;
“지금의 사람은 한 가지 재능이 있으면 세상에 팔리길 구하고,
施人以薄惠, 則操右券而責直.
남에게 조금의 은혜를 베풀면 오른쪽에 계약서를 잡고 가치를 요구한다.
俯仰勢利之間,
그리고 권세와 이익 사이에서 굽어보고 앙망하다
無所取則唾而不顧.
취할 게 없으면 침 뱉고 거들떠보지 않는다.
趙生術高而不干名, 施博而不望報,
조생의 의술은 고단수지만 명예를 구하지 않고, 의술을 널리 베풀되 보답을 바라지 않았으며
趍人急而必先乎窮無勢者,
위급한 이에게 달려가고 반드시 곤궁하고 권세가 없는 이에게 먼저 했으니
其賢於人遠矣.
어짊이 보통사람보다 현격하구나.
吾聞活千人, 必食陰報.
나는 ‘천 명을 살리면 반드시 음보를 입는다’라고 들었다.
生其有後於是邦乎.”
그러니 조생은 이 나라에 유능한 후손이 있으리라.”
於是敍所聞見, 爲之傳以應太史之求. -『耳溪集』
이에 보고 들은 걸 서술하여 그를 위해 전을 지음으로 역사가의 요구에 응답하노라.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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