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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평면 고추 심기 여행 - 8. 초평에서 개인 추억 하나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초평면 고추 심기 여행 - 8. 초평에서 개인 추억 하나

건방진방랑자 2020. 2. 9.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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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초평에서 개인 추억 하나

 

좌대에 도착했다. 어머니는 다른 좌대를 청소하러 가셨고 나와 민지만 남았다. 좌대는 저수지 위에 떠있는 단독주택이라 보면 되고, 김기덕 감독의 영화 을 통해 많이 알려졌다. 이제부턴 좌대의 구조를 살펴볼까?

 

 

초평저수지는 굽이굽이에 있어 제대로 보기 위해선 하늘에서 봐야 하고, 둘러보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초평저수지에 추억 하나 새기고 오다

 

처음엔 그저 물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것인 줄만 알았는데 네 개의 쇠파이프로 바닥에 고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호수의 흐름에 따라 결국 흐르고 흘러 모든 좌대들이 한 군데에 모인다고 알려주신다.

좌대에 올라서면 지붕으로 막혀진 방 한 채, 그리고 그 앞엔 쇼파 두 개가 놓여 있다. 집으로 들어가는 문은 미닫이문으로 되어 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작은 전구와 이불, 그리고 전기히터가 설치되어 있다. 전기를 끌어올 수 없기 때문에 배터리가 놓여 있다. 창문이 달려 있으니 볕 좋은 날에 좌대에 오르면 수상가옥과도 같은 묘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밖으로 나오면 왼편엔 화장실이 있어서, 영화 에서 나오는 좌대처럼 집 안에서 바닥을 들어내고 볼 일을 보는 것과는 다른 구조라 할 수 있다.

낚시를 하는 사람에게도, 친구들끼리 모여 밤새 이야기꽃을 피우고 싶은 사람에게도 좌대에서의 하룻밤은 좋을 것만 같더라. 물 위에서 하룻밤 보내는 기분은 어떨까?

좌대 구경을 마치고 쇼파에 앉아 민지와 끝말잇기를 하며 놀았다. 해는 서서히 서쪽으로 저물어 가고 있는데, 가만히 앉아 있으니 마음에 어떠한 동요도 없더라. 평소 같았으면 시간을 계속 체크하며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고 조급해 했을 테지만, 그곳에선 완전히 시간의 강박에서 벗어난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계를 전혀 확인도 하지 않고 무작정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조금 기다리니 큰 아들이 날렵하게 생겨서 속도도 장난이 아닌 고속정(?)을 타고 오더라. 어머님은 그걸 타고 저수지를 한 바퀴 돌아보라고 하신다. 그때 시간을 보니 벌써 6시가 넘었더라. 빠른 보트를 타고 석양빛이 가득 차오르는 초평저수지를 한 바퀴 돌았다. 그 광경만큼은, 그 순간만큼은 어느 것에도 비길 수 없을 정도로 최상의 것이었지만, 이제 다시 헤어져야만 하는 시간이 오기에 아쉬움도 함께 피어올랐다.

 

 

이런 식으로 되어 있고, 좌대 안은 좌대마다 다르게 세팅되어 있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다짐을 하다

 

청주터미널에서 전주로 향하는 마지막 차는 730분에 출발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부랴부랴 짐을 챙겨들고 나왔다. 그때 어머님이 고춧가루와 깨를 챙겨주시더라. 어찌나 감사하던지.

아침에 출발할 때만해도 어색하면 어쩌나, 괜히 가서 민폐만 끼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어느덧 헤어져야 하는 시간이 오고 보니 오늘 하루가 꿈만 같이 느껴진다. 어색함과 아쉬움의 극단적인 감정 변화만큼이나 오늘 하루는 멋진 하루였기 때문이다.

이장님네 가족의 탁월한 점은 바로 그와 같은 친숙함’, ‘친화력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 따스함 덕분에 오는 내내 앞으로도 매년마다 찾아가서 부대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더라도 함께 고추를 심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렇게 이 인연을 이어가며 살 수 있다면 더 이상 무엇을 바랄까.

청주에서 전주로 가는 막차는 만원이었다. 전주로 가는 사람보다 유성으로 가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서서 가야 했지만, 하루 종일 즐거웠던 순간을 떠올리고 있으니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이런 때가 아니면 언제 고속버스에서 서서 가보겠는가. 절로 희망이 어리고, 입술 가득 미소가 띄어지더라. 여러모로 벅찼고 즐거웠던 하루가 그렇게 저물어 간다.

 

 

작년엔 걸어서, 올핸 버스를 타고 청주에 갔다. 여행이 맺어준 인연들. 그만큼 재밌는 삶.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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