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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초평면 고추 심기 여행 - 5. 이제 나도 좀 변해볼까?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초평면 고추 심기 여행 - 5. 이제 나도 좀 변해볼까?

건방진방랑자 2020. 2. 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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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이제 나도 좀 변해볼까?

 

올핸 이장님 친구네 밭부터 고추를 심더라. 많은 분들이 이미 밭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계셨다. 난 쭈뼛쭈뼛 밭으로 걸어가고 있다. 사람들이 한 번씩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는데, 그 모습들이 어찌나 어색하게 느껴지던지.

 

 

 

이제 나도 좀 심어볼까

 

밭에 들어가선 내가 할 일을 찾아야 했다. 딱 보니 흙으로 고추모를 세우는 일에 일손이 딸려 보이더라. 그래서 그 일을 시작했다. 고개를 들어 둘러보니 아는 얼굴들이 보인다. 철민이네 형제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고추를 심으러 나왔다. 그리고 어머니도 같이 심고 계시더라.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건넸다. 이런저런 얘기를 함께 나누다 보니, 어색함은 금세 가시고 이곳에 오길 정말 잘했다는 뿌듯한 마음이 절로 들더라. 땅을 밟으며 자연 속에서 일할 수 있어서 좋고, 반가운 얼굴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것이야말로 일석이조라고나 할까.

이제 나도 좀 변해볼까?” 영화 전우치에서 전우치가 요괴와 싸울 때 처음엔 실력발휘를 하지 않다가, ‘제대로 한 판 붙어야겠다고 생각이 들면 뱉는 말이다. 그건 자신을 북돋는 말임과 동시에 상대방의 기를 꺾는 말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도 그 말을 그대로 따라 이제 나도 좀 심어볼까?”를 마음속으로 외치며 맹렬히 심기 시작한다.

 

 

글 꽤나 아는 사람이란 비판을 받지 않기 위해   

 

 

 

이제 나도 변해볼까의 함의

 

그런데 이 말은 실상 전우치가 했던 말과 약간 다른 뉘앙스를 지니고 있다. 전우치는 도사로서의 본분에 충실하려 이 말을 했던 것인데 반해, 취업준비생으로서의 나를 버리기 위해 이 말을 한 것이니 말이다. 그건 뭐랄까? 들뢰즈가 말했듯이 ~되기를 선언하는 것이라고나 할까.

공부만 하던 사람이 육체노동을 하게 되면, ‘이런 일을 어찌 내가 하랴는 관념 때문에 깔짝깔짝하고 만다. 대충하려는 마음은 없지만, 아무래도 몸에 익지 않았기에 아무래도 디테일한 부분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그 일이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들도 답답할 테고, 그걸 직접 하는 사람도 짜증만 날 테다. 거기엔 근본적으로 다른 신체를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이 약해서 ‘~되기를 제대로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할 땐, 자신의 변신에 대해 긍정할 수 있어야 한다. 학자가 되었으면 학자답게, 농부가 되었으면 농부답게 말이다. 어느 CF에서 여자의 변신은 무죄예요라고 했듯이, ‘상황에 맞는 변신은 무죄예요라고 외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되기는 자신을 감싸고 있는 사회의 시선, 자신을 가둬두려는 넌 원래 ~ 사람이야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변화의 가능성을 활짝 열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이런 식으로 생각해보면 이제 나도 좀 심어볼까라는 말의 속 의미는 이제 나도 농부가 되어볼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과연 난 어설프게 농부 흉내만 내다가 왔을까? 아니면 진짜 농부가 되어 고추를 심다가 왔을까?

 

 

'이제 나도 좀 변해볼까'에 빗댄 '이제 나도 좀 심어볼까' 

 

인용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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