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학년도 한문임용 낙방기 - 3. 실력을 객관화하고 한 걸음씩 걸어가자

3. 실력을 객관화하고 한 걸음씩 걸어가자

 

작년엔 과락으로 떨어졌다. 내 실력에 대해 회의가 들 수밖에 없었다. ‘과연 난 한문을 좋아하고 있고 이걸 통해 내 꿈을 이룰 수 있을까’하는 심각한 회의감에 빠지는 건 매우 당연했다.

 

 

 

나의 실력을 객관화해야 한다

 

하지만 올핸 확실히 합격권에 들었다. 내 실력이 갑자기 월등히 좋아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감을 찾은 것일 뿐이겠거니. 이런 과정을 통해 나의 공부방법이 잘못된 것만은 아니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두루 섭렵한 탄탄한 기반 아래에 한문이란 학문의 실력을 갖춰 나가는 것. 공들여 쌓은 탑은 무너지지 않듯 내 자신의 방황이나 타학문으로의 외도는 생각하는 힘을 기르게 된 계기였으니 말이다.

바로 그런 점에서 올해의 임용고사는 반쯤 성공을 거둔 셈이고 내 실력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한 셈이다.

그럼에도 자랑은 거기까지여야 한다. 어차피 가능성만을 확인하는 데 그쳤을 뿐 결국은 떨어졌으니까. 아직 내 실력의 한계는 명확하다. 경기도라는 큰물로 나가고자 했으면서도 그곳으로 나갈 만한 실력은 못 된다는 이야기이다. 시험을 볼 땐, 커트라인 상에서 아슬아슬하게 놀 것이 아니라 합격할 거면 확실한 점수로 합격하자고 맘먹었다. 내 능력이 그만큼 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막상 채점을 하고나서 보니 간당간당하지 않은가. 더욱이 결과 발표 후 확인해보니, 커트라인에 3.5점이나 미치지 못했다. 이건 두 말할 나위 없이 나의 한계이고 능력 부족이다.

시험을 보고나서는 꽤 흡족한 미소를 지었었다. 정말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낙방이다. 바로 내년에 보충해야 될 부분은 이러한 빈틈이리라. 더욱이 한시 분야에서 다 틀렸던 그 한계를 극복해야지만 나에게도 희망이 있다는 이야기다. 나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느꼈던 시간이었다. 이걸 곱씹어야만 내년에 희망이 있다.

 

 

▲ 올해 함께 임용 스터디를 했던 인연들.  

 

 

 

이 씁쓸한 마음을 잘 간직하고 자양분으로 삼아라

 

임용시험에서 세 번째 떨어졌다. 앞의 두 번은 내 맘을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고 이 길이 나의 길이란 확신도 있었지만 내 맘은 하염없이 방황했기에 제대로 공부할 수가 없었다. 그 혼란의 원인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그건 아마도 내 맘대로 안 되는 현실에 대한 실망이지 않았을까.

두 번이나 그렇게 마음을 추스르려 시간을 낭비해야 했지만, 이번엔 다르다. 맘이 결코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결과 발표 당일엔 실망감이 조금 들었지만 곧 괜찮아졌다. 내가 하고 싶은 것도 명확하게 정해졌고 지금부터 시간을 허투루 보내면 안 된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으니까. 그건 어찌 보면 떨어진 충격을 회피하려 하는 억지스러움이나 내 자신을 속이는 기만행위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두 번 떨어졌을 때와는 다르게 내가 준비해야 할 것과 정작 하고 싶은 것들이 명확하게 보이는 것을 어떻게 하랴. 마음도 확실히 잡히고 또 공부에 대한 의욕도 끓어오르니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이래저래 다른 때와는 달리 이번엔 여러모로 의욕이 가득하다. 내 스스로 기죽을 필요도 없다고 느꼈으며 여기서 조금씩 앞으로만 나갈 수 있다면 전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느꼈으니까. 그런 자신감과 할 수 있다는 마음, 그리고 공부할 수 있는 인연들이 있다는 점을 나날이 되새기며 이 길을 맘껏 걸어가자. 어찌 보면 지금 이 순간은 그간의 어떤 시간보다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지 않은가. 여기서 무언가 다른 것들을 생각하고 바란다면 그것이야말로 과욕이며 사치일 거다. 근거 없는 희망은 바라지 않고 그저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며 내 꿈을 향해 한 걸음씩 걸어갈 것이다.

 

 

▲ 임용시험이 끝나고 성균관에 찾아갔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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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