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정약용이 알려준 위기 관리법
今汝旣不能赴科, 卽科文已忘憂矣. 吾意汝已爲進士矣, 已爲及第矣. 識字而無科擧之累, 與爲進士及第者, 奚擇焉? 汝眞得讀書時矣. -정약용, 「寄二兒」
이제 너는 이미 과거시험을 볼 수 없으니, 곧 과거시험의 문장은 이미 근심에서 잊혀졌다. 그래서 나는 네가 이미 진사가 되었고 이미 급제하였다고 여기는 것이다. 지식인으로 과거시험에 얽매이지 않으니, 진사와 급제한 사람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너는 참으로 독서의 때를 얻었다.
▲ 정약용의 일화는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위기를 뒤집어보던 정약용
노론의 정치 보복으로 승승장구하던 정약용은 유배되고 가문은 폐족이란 불명예를 떠안게 된다. 절망도 이런 절망이 없을 터. 하지만 그는 당당했다. 그러한 당당함은 위 편지의 내용만으로도 확인해볼 수 있다. 보통 사람이었으면 자기를 자책하거나 울분을 쏟아낼 뿐이었겠지만 다산은 자식들에게 기죽지 말고 독서에 임하라고 격려하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 한술 더 떠 “너는 진실로 독서할 만한 때를 얻었구나.”라고 상황을 뒤집어보며 말하고 있지 않은가.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 당시에도 과거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선 틀에 박힌 공부만을 해야 했다. 공부 흉내만 낼 뿐 지적 감흥이나 앎의 희열 없이 형식적인 틀에 맞춰 글을 지어내는 기술자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폐족이 되어 과거시험은 꿈도 못 꾸게 되었으니, 형식적인 공부가 아니라 실제적인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상황조차 뒤집어보는 순간 위기는 기회가 되고, 다른 길이 열린다.
정약용처럼 위기를 기회로 만들라
바로 이것이다. 내가 지금 이 순간을, 그리고 내년에 주어질 일 년을 기회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솔직히 올해 조금 공부하는 법을 알았다. ‘경서집편’, ‘무모한 열정’, ‘Happiness Note’가 바로 그 소산이다. 작년이나 재작년엔 방황을 하며 이런저런 학문들 사이를 경쾌하게 섭렵하던 때였고 바로 거기서 얻은 지적 능력과 생각하는 힘을 올해 비로소 전공에 쏟아 부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은 이를 테면 공부다운 공부를 하는 맛보기 정도에 불과할 터.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혹 합격하기라도 한다면 난 내 전공에 대해 맛보기만 한 채 아이들에겐 정수를 아는 것처럼 속이며 가르쳐야 하고 내 실력은 거기서 멈추게 되는 것이다. 떨어졌기 때문에 하는 얘기지만 이래저래 나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좋지는 않다.
이제야 제대로 공부하기 시작했으니 올해 제대로 정리하고 자기화하여 학문의 정수를 얻으라는 기회로 생각하는 것이다. 지금 갖춰진 실력이나 열정을 기반으로 나의 학문을 잘 기름칠하고 잘 닦아나간다면 더욱 멋지고 매력적인, 그러면서도 나의 색채를 분명하게 지닌 교사가 될 수 있으리라.
▲ 2008년엔 신나게 공부했다. 임용 삼수생의 일상.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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