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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38회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중급 도전기 - 1. 모처럼 시험을 보려 하니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든다 본문

건빵/일상의 삶

38회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중급 도전기 - 1. 모처럼 시험을 보려 하니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든다

건방진방랑자 2019. 6. 23.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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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처럼 시험을 보려 하니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든다

 

 

적어도 한 달 전만 해도 내가 한국사능력시험을 볼 거란 건 꿈조차 꾸지 못했다. 그땐 당연히 이 생활이 반복될 줄만 알았기 때문이다. 늘 그렇듯 학교에 가서 별다른 일 없이 시간이 보낸 후 집에 와서 한숨 자고 저녁엔 밥을 먹고 편안하게 지내다 잠을 잔다.

 

  

 

너무나 편해져 시간을 낭비하게 된 단재학교의 시간들

 

단재학교를 떠나기로 정하고 맘이 싱숭생숭하긴 했지만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무엇이든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단재학교는 나에게 새로운 걸 꿈꾸고 맘껏 실행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너무나 편해진 나머지 더 이상 그런 걸 할 필요도, 고군분투할 필요도 없는 공간으로 남았고, 나는 그에 따라 그저 하루하루를 낭비하고 있었던 것뿐이었다. 이상을 꿈꿀 필요도, 뭔가를 해야겠다고 바득바득 외칠 필요도 없었던 거다. 그에 따라 시간은 흘러가지만 단지 그뿐, 어떤 가슴에 응어리진 일을 해나갈 게 없었다는 걸 인정한다.

내 삶을 이렇게 낭비하듯, 이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듯 보내긴 싫으니 말이다. 잘 가꿔가고 싶었고, 하고 싶은 것도 맘껏 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어쨌든 그러지 못한 채 시간만을 보내 왔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때부터 좀 더 진지하게 내 삶은 뭘까?’를 고민하게 되었고, 임용에 도전해보자라는 것과 그럴 때 내 삶을 얼마나 충실히 살아갈 수 있는지 보자라는 것까지 생각하게 되더라.

 

 

▲ 단재학교는 날개를 펼 수 있게 해준 곳이지만, 맘껏 날 수 있도록 해주는 곳은 아니었다.

 

 

 

고사장 매진사태에 따른 우여곡절

 

그 첫 번째 도전이 바로 한국사능력시험이다. 2012(?)년부터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모든 사람은 한국사를 준비하게 됐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임용시험을 준비할 때만 해도 복수전공이나 지역 가산점, 워드 자격증, 컴활능력 자격증이 있던 때였는데 지금은 달라진 거다. 그런 건 더 이상 쓸모없는 것(?)이 되었고 그에 따라 한국사능력시험 3급 이상이 있어야만 임용고시를 볼 수 있게 바뀌었다.

이런 걸 보면서도 그 시대의 양상을 읽을 수 있다. 어떤 걸 중시하느냐에 따라 시험의 양상은 달라지고, 그게 기본 소양처럼 느껴지니 말이다. 중앙정부에서 제시하면 우린 그게 옳다 그르다를 따지지 않고 따르게 되어 있고 그에 따라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좀 더 중앙정부가 생각 있는 이들이 들어서길, 그래서 그에 따라 우리가 흘러갈 수 있길 바랄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7년 만에 임용을 보러 맘먹으면서 한국사 능력시험은 당연히 갖춰야 차후를 논할 수 있는 것이기에 봐야만 했다. 단재학교를 그만뒀을 때가 운좋게도 한국사능력시험 1차 모집을 하고 있던 때였다. 그때만 해도 임용공부를 할 생각이 없던 때라 전혀 눈 여겨 보지 않던 때였다. 그런데 준규샘을 만나고 온 이후 맘을 정했고 그에 따라 그 주말에 신청을 하려고 하니, 이미 모든 고사장이 꽉 차서 신청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았는지 서울뿐 아니라 각 지역별로 사람들이 넘치고도 넘쳐서 도무지 시험을 볼 수 없더라. 그래서 전북은 물론 제주까지 알아보는 데도 신청할 수 있는 자리조차 없었다.

 

 

▲ 시험은 봐야만 하는데 볼 수 없다는 게 말이나 되나. 이런 황당한 경험도 있다.

 

 

그렇게 물 건너갔나 싶어 연휴가 끝나고 월요일에 시험을 주관하는 곳에 연락을 해봤더니 백방으로 고사장을 확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얘기를 하더라. 그러면서도 먼저 문자를 보내주거나 할 순 없으니 수시로 들어와서 고사장이 늘었는지 확인해달라는 말을 하고 전화를 끝났다.

그 전화를 받고 오후 시간을 보내다가 낮잠을 잤다. 낮잠이 깬 시간은 3시가 약간 넘었을 땐데, 지금이라도 고사장이 확보됐을까 하고 봤더니, 여러 곳이 확보되어 빠른 신청을 해달라는 공지가 올라와 있더라. 서울은 은평구에 있는 학교 한 곳이 추가로 배치됐다. 그에 따라 부랴부랴 신청을 하고 좀 더 살펴보니, 송파구 쪽에 있는 학교에도 결원이 발생한 거였다. 그래서 은평구 학교를 송파구 학교로 바꿔서 가까스로 신청을 마칠 수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천운이라 할 수 있다. 그때 당시엔 어디든 가서 시험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막상 시험 날이 다가오자 은평구였으면 아침부터 엄청난 고생을 할 뻔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기 때문이다. 강동에서 은평까진 1시간 30분 정도를 각오하고 가야 하니 말이다. 그래도 송파면 자전거를 타고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이니 에너지도 덜 쓰게 되고 그만큼 맘껏 기량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 그래도 시험장이 확보가 되어 등록을 할 수 있었다.

 

 

 

닥쳐서야 문제지를 사고 공부하다

 

이번엔 정말 시험 체제에 맞게 합격선만 넘자란 마음으로 준비했다. 오죽했으면 시험을 보는 주인 화요일(130)에서야 책을 사러 갈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건 그만큼 이번 시험을 얕잡아 보고 있다는 말이기도 했고, 그만큼 아직도 뭔가에 절실해서 미리부터 준비하는 건 아니란 사실이다. 그러니 화요일에 잠실에 있는 교보문고에 가서 책을 살 때 눈 오는 날임에도 혼자 촉박해져서 지하철을 타고 부랴부랴 갔던 것이다. 인터넷 서점에서 샀으면 좀 더 싸게 살 수 있음에도 닥쳐서야 준비를 하니 이 모양이다. 더욱이 잠실엔 알라딘 중고서점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당시엔 그런 생각마저 못했으니 참으로 주먹구구로 살아온 이의 비애라 할 만하다. 이런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미리 준비하고 미리 계획대로 하는 게 나쁜 건 아니다. 물론 그 절실함은 덜 할지 몰라도 말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도 든다. 절실함의 측면에서 돈의 손해나 어떤 상황들에 체계적으로 대비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따를 진 몰라도, 더 이해하는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자신이 절실하다고 생각하는 그때가 오히려 가장 빠르며 가장 적절한 시기인지도 모른다. 그걸 남이 판단해줄 게 아니라(그게 부모든, 나를 더 잘 안다고 하는 사람이든), 자신이 느낀 그 시점이야말로 최고의 시간이라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측면에서 책값이나 지하철 값에서 만 원 정도의 손해를 봤지만 어쩌면 그때야말로 나에겐 적기였을 터다.

그렇게 사온 책으로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3일 동안 좀 더 적극적으로 공부를 했다. 오답을 체크하고 어느 정도 일정 수준이 나올 때까지 매달렸으니 말이다. 적어도 화요일에만 해도 낯선 단어나, 무얼 말하는지 몰라 헤매서 이러다 호기롭게 떨어지겠구나했던 게 그렇게 문제 위주로 막고 품으면서 살아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이다. 역시 시험은 어찌 보면 너무나 단순하다. 거기엔 문제가 요구하는 걸 알아채 골라내기만 하면 되니 말이다. 물론 이 말만큼 시험이란 현실은 단순하진 않지만 문제은행식으로 출제되는 문제들은 기출문제를 잘 풀어보는 것만으로도 감이 잡힌다. 그걸 맞춰가는 시간이 3일 동안 지속되었고 그러면서 뭔가 시험에 대한 감이 잡히는 듯도 했다.

 

 

▲ 부랴부랴 책을 사와 3일 동안 열심히 했다. 그래봐야 3시엔 퇴근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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