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제도론
1. 새로움의 창출만이 퇴몰을 막는다
교육에는 진보ㆍ보수가 없다
교육에는 진보ㆍ보수가 없다. 내가 이 글의 제목을 ‘혁신교육감시대’로 규정한 것도, 교육감을 사소한 몇몇의 방법론적 기준에 의하여 진보와 보수라는 카테고리로써 분류할 수도 없고, 해서는 아니 된다는 것을 나타낸 것이다.
나는 매사에 보수를 싫어하지만 진보주의자는 아니다. 나는 역사의 진보(the Progress of history)를 신봉하지 않는다. 나는 헤겔의 역사철학적 사관이나 칼 맑스의 경제발전단계설적 유물사관류의 필연주의적 역사주의(historicism)를 거부한다. 역사는 진보하지 않는다. 역사 그 자체는 인간의 언어행위나 가치관의 소산인 ‘진보’라는 개념에 의하여 규정될 수 없다. 역사는 진보하지도 퇴보하지도 않는다. 역사에 진보라는 게 있다면 그것은 오직 인간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 진보사관은 발전을 중심에 두고 한 사람의 영향력을 과시하려 한다.
역사주의의 허구성
진보적 생각을 가진 인간들이 모여 진보적인 삶의 양식을 창조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면 그 역사는 진보적인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런데 그 반대로 퇴보적 생각을 가진 인간들이 모여 퇴보적인 삶의 양식을 창조하는 데 성공했다면 역사는 하시(何時)고 퇴보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인간과 상관없이 역사 그 자체가 저 혼자 슬그머니 진보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매우 기만적인 역사인식이요, 역사기술이다. 고조선의 역사보다 오늘의 21세기의 역사가 진보된 것이라고 말하는 것도 전혀 넌센스다. 그것은 관념적 편견이며 비과학적 환상이다. 역사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인간이다. 역사의 모든 가치는 인간이 창조하는 것이다.
고대ㆍ중세ㆍ근대를 운운하는 모든 서구적 역사인식방법이 인간의 주체성을 외면한 기만적 필연성의 관념을 부지불식간에 역사 그 자체에 덮어씌운 것이다. 인류의 모든 역사가 고대(노예제)ㆍ중세(봉건제)ㆍ근대(자본제)의 법칙을 따라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것은 모두 기독교적ㆍ아포칼립스적 섭리사관(攝理史觀)의 교활한 변형에 불과하다.
▲ 역사를 발전적으로 보려는 흐름은 하나의 방편일 순 있으나, 절대적일 순 없다.
『주역』이 말하는 혁명의 의미
‘보수’란 기존의 것을 보존하고[保] 지킨다[守]는 뜻인데, ‘기존의 것’ 그 자체가 실체가 없을 뿐 아니라, 모든 보존과 지킴이 추구하는 안정(stability)이라는 것은 결국 서서한 퇴락과 몰락을 의미할 뿐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이 퇴몰을 막는 유일한 길은 새로움(novelty)을 창출하는 것이다. 창신(創新)의 요소를 도입하지 않는 모든 조화는 정체된 죽음의 조화일 뿐, 곧 시들고 만다. 새로움의 창출, 그것을 일컬어 ‘혁신’이라 하는 것이다.
혁괘(革卦, ䷰)를 보면 연못 한가운데서 불이 피어오르고 있다[澤中有火, 革]. 그 얼마나 버거운 ‘타오름’이냐? 혁명이란 본시 이와 같이 불리한 조건에서 타오르는 것이다. 물에 금방 파묻힐 수도 있는 불길이지만, 결국 그 불길이 연못 전체를 들끓게 하고 만다. 그것이 혁명이요, 혁신이다!
‘혁신교육감시대’라고 하는 것은 국민들의 정성의 불씨가 모여 지펴놓은 가냘픈 연못 속의 불길과도 같다. 그것은 이 시대의 필연적 존재론적 규정이 아니라 17명의 교육감의 정의로운 삶의 양식과 혁명적 사유가 주체적으로 창조해야 할 새로움의 당위인 것이다. 이 당위를 거부하는 어떠한 보수세력도 국민의 선의지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지니깐 교육감선거제도까지 없애겠다고 난리를 핀다. 자멸의 망언일 뿐!
▲ 촛불집회에서 타오르는 촛불도 버거운 타오름이다. 그것들이 모이고 모여 힘을 보태고 있을 뿐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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