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교육의 목표는 인하게 하는 것
공자의 인
공자가 그의 철학의 핵심을 ‘인(仁)’이라는 한마디로 압축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제자들을 평가할 때도 그 인격체가 가진 덕성의 장점을 허여하면서도, “그가 인(仁)합니까?”하고 물으면 항상 “인하다고까지는 말할 수 없다”라고 말한다. ‘인’은 그의 세계관의 궁극범주(ultimate category)였다.
그런데도 공자는 이렇게 말한다: “인이 멀리 있다고? 내가 원하면 당장 여기로 달려오는 것이 仁인데[仁遠乎哉? 我欲仁, 斯仁至矣 『論語』 「述而」]!” 그리고 또 이렇게 말한다: “인에 당하여서는 선생에게도 양보하지 말라[當仁, 不讓於師 『論語』 「衛靈公」]!” 선생과 학생의 관계에 있어서 공자가 얼마나 비권위주의적이었나 하는 것을 잘 말해준다. 바로 여기로, 바로 삶의 현장 한가운데로 달려오는 인(仁)이란 과연 무엇인가?
▲ 상황에 따라 교육 내용이 달라진다. 그건 골을 돌리는 것과 같다. 공이 돌기 위해선 중심축이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
인의 어의
인에 관해서는 여러 차원의 다양한 철학적 담론이 있다. 나는 의사로서 다음과 같은 간결한 해석을 제시한다. ‘인’의 반대는 ‘불인(不仁)’이다. 그런데 ‘불인’은 신체의 마비현상을 의미한다. 느낌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인’은 행인(杏仁, 살구씨), 도인(桃仁, 복숭아씨), 의이인(薏苡仁, 율무씨), 마자인(麻子仁, 삼씨), 욱리인(郁李仁, 이스라지씨)과 같이 ‘씨(seed)’를 의미한다. 씨는 전 우주를 느끼는 생명이다. ‘씨’는 ‘느낌(Feeling)’이다. 이것은 서양 언어에서 감성을 뜻하는 ‘aesthetic(aesthetics, 미학)’이라는 단어의 부정태인 ‘anesthesia’가 ‘마취’ ‘무감각’을 의미하는 것과 정확하게 상통한다.
▲ 마비는 단절이다. 소통을 끊고 감춰두려 한다. 그러니 민감성을 지니려 해야 한다.
인: 아름다움과 인간적 정감에 대한 수용성
‘인’이란 결국 심미적 감성이 충분히 발현된 상태를 의미한다. 교육은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며, 문화는 아름다움과 인간적 정감에 대한 수용성(receptiveness)을 의미한다. 백과사전적 정보의 축적만으로는 교양 있는 인간이 되지 않는다. 요즈음처럼 정보가 난무하는 시절에 드라이한 백과사전적 지식이 과연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겠는가! 교육의 목표는 인(仁)을 달성하는 것이다. 인(仁)이 곧 인(人)이다.
▲ 더 이상 파편화된 지식을 많이 아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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