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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 홍양호의 의원전(醫員傳)에 나타난 인물 형상 - 3.2 작품의 서두를 분석하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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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 홍양호의 의원전(醫員傳)에 나타난 인물 형상 - 3.2 작품의 서두를 분석하다

건방진방랑자 2022. 10. 23.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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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작품의 서두를 분석하다

 

 

위의 작품에 나타나 있지 않으나, 본래 피재길의 본관은 홍천(洪川)이며 자()는 여성(汝成)으로 1749(己巳)년에 태어났다. 그리고 1793(癸丑)년에 입사(入仕)하여 나주 감목관까지 지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야말로 그는 시정을 돌아다니던 무명의 의원임에도 불구하고, 기실 그의 구체적인 인적 사항을 알 수 있는 점은 흥미롭다. 아마도 그는 웅담고로 정조의 종기를 낫게 한 보상으로 내의원(內醫院)의 침의(鍼醫)로 입사하여 태의원선생안(太醫院先生案)에 기록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던가 한다.

 

작품은 피재길이 민간의 떠돌이 의원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한 작가의 설명 부분과 이후 정조의 종기를 낫게 하여 내의원의 침의가 되는 일화 부분, 그리고 작가의 의론 등으로 구성되었다. 서사는 이를 내적으로 연결하여 피재길의 의술과 의원으로서의 남다른 면모를 드러내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우선 일화를 이끌어내기 위하여 작가가 설명하는 대목을 보기로 하자.

 

 

피재길이라는 사람은 의원 집안의 자식이다. 그의 아버지는 종기치료에 종사하였는데, 약을 잘 조제하였다. 아버지가 죽은 뒤, 재길은 아직 어려서 아버지의 의술을 전수 받지 못하였다. 그래서 그 어머니가 견문한 것으로 여러 처방을 가르쳐 주었다. 재길은 일찍이 의서(醫書)를 읽은 적이 없었고, 다만 약제를 모아 고약을 달이는 것만을 알았을 뿐이었다. 모든 종기에 관한 약을 팔아 생활하며 마을을 돌아다녔으나, 감히 의원의 축에 끼지 못하였다. 사대부가 그 소문을 듣고 불러다가 그의 약을 시험해보니 자못 효험이 있었다.

皮載吉者, 醫家子也. 其父業治瘇, 善合藥. 旣歿, 載吉尙幼, 未及傳父術, 其母以聞見, 敎諸方. 載吉未嘗讀醫書, 但知聚材煎膏已. 一切瘡瘍, 賣以自給, 行于閭巷間, 不敢齒醫列. 士大夫聞而招致之, 試其藥, 頗有驗.

 

 

 

 

 

 

위의 인용문은 서사분절 에서 으로 작품의 서두 부분에 해당된다. 전통적인 인물전(人物傳)에 보이는 입전 인물의 가계에 대한 고증이나, 인물에 대한 배경, 그리고 구체적인 행적과 같은 인정기술(人情記述)이 매우 소략하다. 단지 피재길이 의원에 종사한 가계의 후예라는 사실과, 부친의 의술을 전해 받지 못해 어머니로부터 여러 처방을 배운 사실, 그리고 의원이면서 의서(醫書)조차 읽지 못한다는 특수한 사례 등을 사실적으로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이계(耳溪)는 내의원을 관장하던 예조판서를 역임한 바 있어서 피재길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와 그의 행적에 대한 자세한 사항을 알 수 있었을 터인데도, 작품에서는 이러한 점을 전혀 기록하지 않았다. 다만 고약의 비법을 터득한 의술 부분만을 특기하여 피재길의 인간상을 포착하고 있다. 이처럼 특정 부분만을 압축적으로 특기하는 수법은 오히려 피재길의 독특한 개성과 의원으로서의 면모를 집중적으로 드러내는 데 유효한 방식으로 읽을 수도 있다.

 

이계(耳溪)는 당초에 피재길이 의서조차 읽지 않았고 정상적인 의학 교육을 받지 못하여 의원 축에도 들지 못한 점을 제시한다. 그런 다음 그가 고약을 만드는 비법을 터득하여, 이를 팔아 생활하면서 점차 이름을 얻게 되는 저간의 사실을 서두에 배치하였다. 에서 사대부가 그 소문을 듣고 불러다가 그의 약을 시험해보니 자못 효험이 있었다라는 언술은 그의 고약이 특효를 보아 점차 의원으로서 명성을 얻어가는 과정을 확인시켜 주는 언명이다. 더욱이 사대부가에서조차 그의 고약에 효험을 보았다는 점에서, 피재길은 이제 시정공간을 넘어 일약 전국적인 면의로 발돋움함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이 대목은 뒤의 정조를 치료하게 되는 일화와 연결되는 고리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복선의 기능을 하는 바 있다.

 

 

인용

목차

한문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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