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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 홍양호의 의원전(醫員傳)에 나타난 인물 형상 - 3.4 이계의 피재길을 향한 부정적 시선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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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 홍양호의 의원전(醫員傳)에 나타난 인물 형상 - 3.4 이계의 피재길을 향한 부정적 시선

건방진방랑자 2022. 10. 23.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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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계의 피재길을 향한 부정적 시선

 

 

그런데 당시 피재길은 의학을 정상적인 수학하지도 않은 데다, 의서조차 제대로 읽지 않은 처지였기 때문에, 임금의 질문에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은 실사에 가까운 것으로 보여진다. 이계(耳溪)는 이를 마치 현장에서 일어난 정황을 직접 견문한 듯한 필치로 포착하여 피재길의 인간적 모습과 행동양식을 전해준다.

 

문면(文面)에 보이듯 작품에서는 피재길의 자신 없는 듯한 어눌한 말투, 자신이 처방한 약에 대한 답변, 그리고 그만이 소유한 비방(秘方)과 인간적 면모가 서로 교차하면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외견상으로 정상적인 의학 수업을 받지 못해 대답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모습과, 비법으로 조제하여 당당하게 웅담고를 지어 바치는 대목은 어찌 보면 썩 어울리지 않을 법하다. 이러한 부조화는 의서조차 읽을 줄 모르는 자격 미달의 의원으로서의 인간적 특이성을 말해주는 언표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비방을 전수 받아 뛰어난 의술을 지닌 소유자라는 점을 더욱 잘 드러내주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함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작품에 서술되지 않았으나 피재길은 웅담고를 계기로 정조가 사망할 때까지 내의원의 침의로 활동하게 된다. 당시 그는 오직 웅담고라는 고약을 만드는 비법으로 내의원에 들어간 매우 특이한 사례에 속하거니와, 사실 이 점이 이계(耳溪)가 정조의 명으로 이 전을 짓게 되는 계기로 작용하였던 것이다. 이계가 소전(小傳)’이라는 단서를 달고 있듯이, 피재길소전(皮載吉小傳)은 의원을 입전하였다는 소재적 참신성을 제외하면 분량도 그렇지만 서사 구성과 인물의 초점화하는 데서 자신의 다른 작품에 비해 생동감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이는 피재길의 전 생애를 통해 한 인물의 삶을 조명한 것이 아니라, 특정 시기의 특정 사건을 매개로 인물을 특기한 데 연유하는 바 있다. 한편으로는 작가 자신이 피재길에 대한 내면과 구체적인 정보 등이 소략하게 알고 있는 것이 작품의 생동감을 떨어지게 하는 데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논찬 부분 역시 재미와 생동감을 떨어뜨리는 데 일조한다. 논찬에서 보여준 작가의 평은 피재길의 인간적 면모와 재능을 객관적으로 기술한 측면도 없지 않으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피재길의 의술을 주목한 한편 그를 특이한 인물로만 인식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이계(耳溪)는 인물과 사건을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인식한 바탕 위에서 평하고 있다. 하지만 그 시선은 피재길의 의술에 신뢰감을 가지지 않는 인상이 짙은 듯하다. 말미의 어찌 기이하지 않은가[寧不異哉]’라는 마지막 표현은 이를 말해준다. 이는 인물의 특이함에 대한 긍정적 표현이라기보다는 부정적 시각이 강하게 느껴지는 언명이다.

 

더욱이 논찬의 분량 또한 전체 서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과도하여 서사 또한 균형을 잃은 감이 없지 않다. 이는 소전(小傳)’이라는 형식적 한계에 연유하는 바도 있으나, 작가의 서사방식이 스스로 초래한 측면도 있다. 작가가 피재길의 전체적인 상을 그리기보다는 독특한 그의 개성을 하나의 일화에 수렴하여 너무 초점화시킨 결과, 서사의 균형을 어긋나게 한 것으로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인용

목차

한문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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