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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수님 묘지명 - 8. 형수를 위로하려 연암협을 미화하다 본문

책/한문(漢文)

형수님 묘지명 - 8. 형수를 위로하려 연암협을 미화하다

건방진방랑자 2020. 4. 1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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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형수를 위로하려 연암협을 미화하다

 

 

기린협으로 들어가는 백영숙에게 주는 서贈白永叔入麒麟峽序를 검토하며 자세히 살핀바 있지만, 연암은 1771년에 처음 연암협을 답사한 이래 이곳에 작은 산장을 지어 놓고 수시로 머물곤 했던 듯하다. 하지만 그가 온 가족과 함께 이곳으로 이주한 것은 1778년에 와서였다.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사정이 있었다. 1777년 정조가 즉위하면서 홍국영이 세도를 부리게 되었다. 홍국영은 정적들을 하나하나 제거해나갔는데, 연암에 대해서도 악감정을 품고 장차 해코지를 하고자 하였다. 당시의 사정을 과정록은 이렇게 적고 있다.

 

 

유공(유언호)은 아버지와 우정이 아주 깊었다. 그리하여 난처한 일이 있을 때마다 아버지를 찾아와 의논하곤 하였다. 공은 아버지의 의론이 준엄하고 과격해 권세가의 비위를 거스르는 내용이 많다고 깊이 주의를 주셨다. 하루는 공이 조정에서 돌아와 수심에 잠겼다가 밤에 아버지를 찾아왔다. 공은 아버지의 손을 잡고 이렇게 말했다.

자네는 어쩌자고 홍국영의 비위를 그토록 거슬렀는가? 자네에게 몹시 독을 품고 있으니 어떤 화가 미칠지 알 수 없네. 그가 자네를 해치려고 틈을 엿본 지 오래라네. 다만 자네가 조정 벼슬아치가 아니기 때문에 짐짓 늦추어 온 것뿐이지. 이제 복수의 대상이 거의 다 제거됐으니 다음 차례는 자넬 걸세. 자네 이야기만 나오면 그 눈초리가 몹시 험악해지니 필시 화를 면치 못할 것 같네. 이 일을 어쩌면 좋겠나? 될 수 있는 한 빨리 서울을 떠나게나.”

아버지는 평소 의론이 곧고 바르며 명성이 너무 높았던 게 화를 부른 원인이라고 스스로 생각하셨다. 마침내 아버지는 자취를 감추어 은둔코자 하셨다. 그리하여 가족을 이끌고 연암골로 들어가 두어 칸의 초가집에서 사셨다. (130)

兪相公彥鎬, 於先君, 知照最深. 每有事難處, 輒就咨於先君. 以先君言議峻激, 多觸忤權貴, 深戒之.

一日朝退, 忽憂愁不樂, 夜訪先君, 握手歎曰: “君何大忤洪國榮也? 啣之深毒, 禍不可測. 彼之欲修隙, 久矣, 特以非朝端人, 故姑緩之. 今睚眦幾盡, 次及君矣. 每語到君邊, 眉睫甚惡, 必不免矣. 爲之柰何? 可急離城闉.” 先君自念: ‘平日言議徑直, 名譽太盛, 所以招禍.’ 遂有斂影息跡之意. 於是挈家入燕巖峽, 結數椽艸屋而居.

 

 

이 기록으로 볼 때 이 단락에서 연암이 형수에게 한 말은 1777년에서 1778년 사이의 일로 보인다. 연암이 형수에게 그려 보이고 있는 연암협의 풍경은 몹시 평화롭고 안온하며 유복해 보인다. 한마디로 장밋빛 청사진이다. 그것은 일찍이 도연명의 도화원기桃花源記가 그려 보여준 바 있는 은자의 이상향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연암의 어조에는 과장이 느껴진다. 연암은 왜 과장하여 연암협을 미화한 걸까? 형수를 위로하고자 해서일 것이다. 연암은 형수의 평생소원이 무엇인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고, 그리하여 위독한 형수에게 그녀의 소망이 실현된 공간을 그려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과장된 어조에는 형수를 보는 연암의 착잡하고 애틋한 시선이 감춰져 있다 하겠다.

 

 

  

 

 

 

 

 

인용

목차

원문

작가 이력 및 작품

1. 형수의 아버지가 형수를 보러 자주 찾아오다

2. 생활고에 병에 걸린 형수님을 부모처럼 모시다

3. 청빈의 가풍 때문에 엄청 고생한 큰 형수

4. 주부로 두 번의 상을 치르다

5. 가난 때문에 병들어 죽어간 형수를 그려내다

6. 죽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 가정살림을 돌보다

7. 에피소드를 삽입시켜 글에 생기를 불어넣다

8. 형수를 위로하려 연암협을 미화하다

9. 형수님은 연암협에 가지 못하고 돌아가셨네

10. 유언호가 명을 짓다

11.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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