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   2024/1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건빵이랑 놀자

형수님 묘지명 - 9. 형수님은 연암협에 가지 못하고 돌아가셨네 본문

책/한문(漢文)

형수님 묘지명 - 9. 형수님은 연암협에 가지 못하고 돌아가셨네

건방진방랑자 2020. 4. 17. 16:17
728x90
반응형

9. 형수님은 연암협에 가지 못하고 돌아가셨네

 

 

형수는 몹시 위독했지만 이 말을 듣고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손으로 머리를 가누고선 한 번 웃으며 이는 제 오랜 꿈인 걸요(是吾宿昔之志)”라고 말한다. 이 구절은 이 단락에서뿐만 아니라 이 글 전체를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부분으로 우리 눈에 박힌다. 20여 년을 생활고에 시달린 나머지 힘이 소진하여 절망과 좌절감 속에 죽어가고 있던 형수에게 연암이 들려준 말은 그 말만으로도 기쁘고 가슴이 벅찼으리라.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한 번 빙긋이 웃음을 머금은 것이리라.

 

사실 이 글 전체에서 형수가 직접 나서서 자신의 목소리로 스스로 발언한 것은 이 대목 한 군데밖에 없다. 비록 앞 부분에서 공인 이씨에 대해 많이 서술해 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어디까지나 연암의 진술일 뿐이었다. “이는 제 오랜 꿈인 걸요.” 이 말은 형수가 잠시 직접 그 모습을 드러내 독자에게 육성을 들려준 것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그것은 독자에게 아주 강하고 인상적인 울림으로 기억될 법하다. 그리고 그 울임은 가난한 선비 집안에 시집온 여인의 삶과 운명과 꿈을 한꺼번에 환기시키면서 독자로 하여금 형언하기 어려운 깊은 슬픔에 잠기게 한다.

이처럼 이 단락의 전반부는 연암의 과장된 말과 그로 인한 공인 이씨의 잠시 기뻐하는 낯빛으로 인해 앞 단락들과는 달리 환하고 밝은 느낌을 자아낸다. 하지만 오히려 그러한 대조 때문에 이 단락은 우리를 더욱 슬프게 만든다.

 

공인 이씨의 산산한 삶은 마침내 죽음으로 막을 내렸다. 연암은 벼가 채 익기도 전에(禾稼未熟)” 그만 세상을 떠났다고 서술하고 있는데, “벼가 채 익기도 전에라는 이 표현이 우리 마음을 다시 툭 건드린다. 공인 이씨는 연암협의 집 북쪽 산기슭에 묻힌 모양이다. 이북以北에 지금도 그 묘가 남아 있을까? 언젠가 꼭 확인해보고 싶다.

공인 이씨를 연암협에 장사 지낸 것을 두고 형수님의 뜻을 이뤄주기 위해서다(所以成恭人之志也)”라고 했는데, 이 말은 주목을 요한다. 그것은 이는 제 오랜 꿈인 걸요라는 말과 호응을 이루는바, 형수에 대해 연암이 느껴 온 미안함과 복잡한 심경을 그 속에 담고 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인용

목차

원문

작가 이력 및 작품

1. 형수의 아버지가 형수를 보러 자주 찾아오다

2. 생활고에 병에 걸린 형수님을 부모처럼 모시다

3. 청빈의 가풍 때문에 엄청 고생한 큰 형수

4. 주부로 두 번의 상을 치르다

5. 가난 때문에 병들어 죽어간 형수를 그려내다

6. 죽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 가정살림을 돌보다

7. 에피소드를 삽입시켜 글에 생기를 불어넣다

8. 형수를 위로하려 연암협을 미화하다

9. 형수님은 연암협에 가지 못하고 돌아가셨네

10. 유언호가 명을 짓다

11. 총평

 

728x90
반응형
그리드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