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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형수님 묘지명 - 2. 생활고에 병에 걸린 형수님을 부모처럼 모시다 본문

책/한문(漢文)

형수님 묘지명 - 2. 생활고에 병에 걸린 형수님을 부모처럼 모시다

건방진방랑자 2020. 4. 17.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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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생활고에 병에 걸린 형수님을 부모처럼 모시다

 

 

집안에 연거푸 상이 났지만 형수님은 힘써 가족 열명의 생계를 꾸려 나갔으며, 제사를 모시거나 손님을 접대함에 대가大家의 법도를 잃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 이리 깁고 저리 맞추며 온갖 노력을 다하셨다. 이렇게 20년을 노심초사하며 뼈 빠지게 일했지만 적빈赤貧을 면할 수 없어 의기소침해지고 낙담했으나 어쩔 도리가 없었다. 매양 낙엽이 지고 추워지는 가을이면 형수님은 더욱 실망하고 낙심하여 병이 더욱 도졌다. 이렇게 몇 년을 시름시름 앓으시다가 마침내 금상今上[각주:1] 2년인 무술년戊戌年(1778) 725일에 운명하셨다.

歲且荐喪, 恭人力能存活其十口, 奉祭接賓, 恥失大家規度, 綢繆補苴. 且廿載嘔膓擢髓, 甁槖垂倒, 屈抑挫銷, 無所展施. 每値高秋木落天寒, 意益廓然霣沮, 疾益發, 綿延數歲, 竟以上之二年戊戌七月廿五日歿.

한편, 연암의 아들인 박종채가 쓴 과정록에도 연암의 형수에 대한 언급이 두 군데 보인다. 다음이 그것이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는 당신의 형과 형수를 부모처럼 섬기셨다. 친척과 친구들은 이런 아버지를 저 옛날 사마온공司馬溫公(북송의 학자)이 그 형 백강伯康을 섬긴 데 견주었다. 형수 이공인李恭人은 하도 가난을 많이 겪은지라 몸이 대단히 수척했으며 때로 우울함을 풀지 못하셨다. 아버지는 한결같이 온화한 얼굴과 좋은 말로써 그 마음을 위로해드렸다. 매양 무얼 얻으면 그것이 비록 하찮은 것일지라도 당신 방으로 가져가지 않고 반드시 형수께 공손히 바쳤다.(120)

王考喪後, 先君事伯兄及嫂氏如父母. 親戚知友間, 多擧溫公之事伯康以況之. 嫂氏李恭人, 飽經貧寒, 鞠瘁已甚, 有時躁鬱不能遣. 先君一以和顏好語慰藉之. 每有所得, 雖甚微細, 必不入私室, 敬納於嫂氏.

 

아버지는 언젠가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내가 젊을 때 쓰고 남은 돈 스무 냥이 있었더니라. 네 어머니의 의복이 해진 것을 생각하고 그 돈을 보자기에 싸서 주었더니 이렇게 말하더구나. ‘집안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형님(연암의 형수)은 늘 가난하고 쪼들리십니다. 이 돈을 왜 저한테 주십니까?’ 내가 그 말을 듣고 몹시 부끄러웠다. 지금도 그 말이 잊히지 않는구나.”

큰어머니는 성품이 현숙했으며, 시동생인 어린 우리 아버지를 길러주셨다. 그래서 큰어머니와 우리 어머니는 우애가 깊었다. 큰어머니는 오랫동안 가난을 겪은 탓으로 만년에 결핵을 앓아 말씀을 하시는 도중에 기침을 하며 괴로움을 참지 못하곤 했다. (146)

先君嘗言: “吾少時, 嘗有用餘錢二千, 念淑人衣具缺用, 齎衣襆以遺之. 淑人言: ‘伯嫂中饋常艱乏, 何乃以此入私室乎?’ 吾時甚慚其言, 至今不能忘也.”

伯母性度賢淑, 養育先君. 先妣友愛篤至. 而久經貧困, 晚來病在痰火, 言語之間, 或有不能忍煩者.

 

 

이 인용문을 통해서도 연암이 형수를 어머니처럼 섬겼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이 인용문은 형수 이씨가 만년에 결핵에 걸려 죽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아마도 집안을 꾸려 나가기 위해 불철주야 힘에 부친 일을 하면서 제대로 못 먹고 쉬지 못해 이런 병에 걸린 것이리라. 그리고 이 인용문 중에 때때로 우울함을 풀지 못하였다(有時躁鬱不能遣)”라는 말이 보이는데, 이씨는 당시 너무 벅찬 생활고 때문에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인용

목차

원문

작가 이력 및 작품

1. 형수의 아버지가 형수를 보러 자주 찾아오다

2. 생활고에 병에 걸린 형수님을 부모처럼 모시다

3. 청빈의 가풍 때문에 엄청 고생한 큰 형수

4. 주부로 두 번의 상을 치르다

5. 가난 때문에 병들어 죽어간 형수를 그려내다

6. 죽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 가정살림을 돌보다

7. 에피소드를 삽입시켜 글에 생기를 불어넣다

8. 형수를 위로하려 연암협을 미화하다

9. 형수님은 연암협에 가지 못하고 돌아가셨네

10. 유언호가 명을 짓다

11. 총평

 

  1. 금상今上: 이 글을 쓴 시점의 임금은 정조正祖(1752~1800)를 가리킨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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