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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경지에게 보낸 두 번째 편지 - 4. 사물을 잘 관찰하는 것이 훌륭한 독서 본문

책/한문(漢文)

경지에게 보낸 두 번째 편지 - 4. 사물을 잘 관찰하는 것이 훌륭한 독서

건방진방랑자 2020. 4. 18.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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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사물을 잘 관찰하는 것이 훌륭한 독서

 

 

아침에 일어나니 푸른 나무 그늘이 드리운 뜨락에 여름새들이 찍찍 짹짹 울고 있더이다. 나는 부채를 들어 책상을 치며 이렇게 외쳤소이다.

저것이야말로 날아가고 날아온다라는 문자이고, ‘서로 울며 화답한다라는 문장이다! 갖가지 아름다운 문채를 문장[각주:1]이라고 한다면 저보다 더 나은 문장은 없으리라. 오늘 나는 진정한 글 읽기를 했노라!”

朝起, 綠樹蔭庭, 時鳥鳴嚶. 擧扇拍案胡叫曰 : “是吾飛去飛來之字, 相鳴相和之書.” 五釆之謂文章, 則文章莫過於此. 今日僕讀書矣.

다시 문세를 전환해 연암 스스로의 경험을 말하고 있다. 어떻게 글을 읽어야 하는가? 어떤 독서가 참된 독서인가? 이 단락은 이 물음에 대해 답하고 있다.

연암의 답인즉슨, ‘사물을 읽으라는 것이다. 사물 고유의 자태, 낱낱의 사물이 보여주는 개성과 살아 있는 몸짓을 읽으라는 것이다. 요컨대 형해화된 문자나 글 속에 갇히지 말고 그 밖으로 나가 사물 및 세계와 만남으로써 형해화된 문자를 되살려 내라는 것이다. 연암은 사물에 대한 관찰, 즉 사물에 대한 읽기를 통해 사물이 지닌 구체성, 그 생동하는 자태를 문자와 글 속으로 다시 끌고 들어옴으로써 그것이 가능해진다고 보았다.

이것은 결국 상상력과 감수성의 해방으로 연결된다. 요컨대 연암은 남의 글에서 상상력을 배우려 들지 말고, 사물과 직접 대면함으로써 상상력과 감수성을 쇄신하라고 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점에서 글 읽기에 대해 말하고 있는 이 글은 궁극적으로는 글쓰기의 문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할 만하다. 사물을 잘 관찰하는 것이 훌륭한 독서이고, 훌륭한 독서가 되어야 창조적인 글쓰기가 가능해짐으로써다.

 

 

  

 

 

 

인용

목차

원문

작가 이력 및 작품

1. 천지 사이에 있는 게 책의 고갱이

2. 맹목적인 독서로 헛 똑똑이가 되다

3. 새를 글자 속에 가두다

4. 사물을 잘 관찰하는 것이 훌륭한 독서

5. 총평

 

 

  1. 문장文章: 아름다운 문채文彩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갖가지 아름다운 문채를 문장이라고 한다면”이라는 말은 그런 맥락에서 한 말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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