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출세하러 떠난 남편을 무작정 기다리는 아낙의 이야기
이 시 역시 봉건적 질곡 속에서 고달픈 여성의 처지를, 한 여자가 자기 신세를 술회하는 형식으로 엮은 것이다. 1인칭의 여성 진술에 의해 작품은 여성의 삶의 갈등이 여성적 언어 정감으로 표출되고 있다.
주인공(진술자)은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남편을 기다리고 있다. 떠날 때 태중에 있었던 아기가 “지금은 대막대 타고 다닌답니다[去時在腹兒未生 卽今解語騎竹行].”라고 하여 생이별이 7, 8년이나 경과했음을 짐작게 한다. “이웃집 아이에게 배워서 ‘아부지’하고 부르는 데 만리 밖에 계시는 아버지 네가 부르는 소리 행여 들리겠느냐[便從人兒學呼爺 汝爺萬里那聞聲].”라는 대목은, 특히 인정에 절실하면서 그속에 무심한 남편을 탓하는 뜻도 담긴 것 같다.
남편 된 사람은 대체 무슨 일로 아내를 오래 기다리게 하였는지 문면에 명시하지는 않았다. “은관자에 비단옷으로 몸을 휘감은들 귀하달 것 무엇이오[銀黃繞身不足貴].”하는 말로 미루어, 벼슬자리에 연연한 나머지 처자식을 불고(不顧)하는 게 분명하다. 봉건사회 여성들은 남자의 그늘을 벗어날 수 없었던 처지에 남성들의 출세주의적 생활태도 및 인간애의 망각으로 인해서 삶이 무한히 희생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랬던 애달픈 사정이 이 작품에 감동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한편 이 시에서 민요적 성격을 찾아볼 수 있다. 가령 까치 소리를 기쁜 소식으로 예감하거나 행차가 나타나서 행여나 하는데 이웃집으로 들어간다거나 하는 시상은 우리 교유의 노래에서 섭취한 것인 듯하다.
-임형택, 『이조시대 서사시』 2권, 창비, 2020년, 168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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