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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께 인사 드리러 떠난 낭군을 그리며 저물어간 아낙이여
이소부사(李少婦詞)
최경창(崔慶昌)
相公之孫鐵城李 | 이씨는 상공의 손녀인 철성 이씨로 |
養得幽閨天質美 | 규방에서 길러져 천부적인 자질이 예쁘네. |
幽閨不出十七年 | 규방을 17년간 나가지 않았는데 |
一朝嫁與梁氏子 | 하루 아침에 양씨의 아들에게 시집 갔네. |
梁氏之子鳳鸞雛 | 양씨의 아들은 봉새와 난새의 새끼처럼 길러져 |
珊瑚玉樹交枝株 | 산호와 옥수 1처럼 가지가 서로 얽히였네. |
池上鴛鴦本作雙 | 연못 위 원망은 본래 짝을 지으니 |
園中蛺蝶何曾孤 | 동산 속 나비라해서 어찌 일찍이 외로우리오? |
梁家嚴君仕遠方 | 양씨의 아버지 2 먼 지방에 벼슬살이 해서 |
千里將行拜高堂 | 천리를 장차 가서 어버이 계신 곳 3에서 절하려 했네. |
出門恩愛從此辭(隔) | 문을 나서면 은혜와 사랑은 이로부터 헤어지게 되니 |
山川阻絶道路長 | 산과 천은 험하고 끊어졌으며 도로는 길기만 하네. |
不是征戍向邊州 | 이것은 수자리 살러 변방 고을을 향하는 것도 아니고 |
不是歌舞宿娼樓 | 이것은 노래하고 춤추며 기생집이 머무는 것도 아니며 |
心知此去唯爲親 | 마음으로 아노니 이에 떠나는 것은 어버이 위하여 |
好着斑衣膝下遊 | 색동옷 4으로 보여드리고 슬하에서 노닐기 위해서라네. |
兒女私情不忍別 | 아녀자의 사사로운 정으론 차마 이별하지 못하겠으니 |
別來幾時膓斷絶 | 이별한 이래 몇 번이나 애간장 끓었던가? |
秋梧葉落黄菊香 | 가을이라 오동잎 떨어지고 누런 국화 향기 나는데 |
忽驚今朝是九日 | 문득 놀라노니 오늘이 중구일이구나. |
佳辰依舊人不在 | 좋은 때는 예전과 다름없지만 사람은 없고 |
滿園茱萸誰共採 | 가득찬 동산의 수유꽃 누가 함께 따려나? |
獨上高樓望北天 | 홀로 높은 누각에 올라 북쪽 하늘을 바라보니 |
天涯極目空雲海 | 하늘 끝 눈이 닿는 곳에 부질없이 운해만 있네. |
不向傍人道心事 | 곁에 있는 사람을 향해서 마음의 일 말하지 못하고 |
回身暗裡潛下淚 | 몸을 돌려 내심 몰래 눈물 떨구네. |
牛羊歸盡山日夕 | 소와 양은 해질녘 다 돌아가니 |
門外終無北來使 | 문 밖엔 끝내 북쪽에서 온 사신 없구나. |
此身願得歸泉土 | 이 몸 원컨대 황천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
死後那知別離苦 | 죽은 후에 어찌 이별의 괴로움 알리오. |
一聲長吁掩玉顏 | 한 소리로 길게 탄식하니 옥 같은 얼굴이 가려져 |
芳魂已逐郎行處 | 꽃다운 혼 이미 낭군이 떠난 곳 쫓아가네. |
當時未生在腹兒 | 당시에 태어나지 않은 배속 아이 있어 |
母兒同死最堪悲 | 어미와 아이 함께 죽으니 가장 슬퍼할 만하네. |
魂兮不作武昌石 | 혼이여 무창의 바위 5가 되지 않았다면 |
定化湘江斑竹枝 | 정히 소상강의 얼룩진 대나무 가지 되었으리. |
斑竹枝頭杜鵑血 | 얼룩진 대나무 가지 머리의 두견새 피 |
血點淚痕俱不滅 | 피가 눈물의 흔적을 점찍어져 함께 사라지지 않는다네. |
千秋萬古何終極 | 오랜 세월 언제 끝나려나? |
一片靑山墳上月 | 푸른 산 무덤 위에 한 조각 달처럼 끝나지 않겠지.「孤竹遺稿」 |
인용
- 산호옥수(珊瑚玉樹): 전설상의 신령한 나무다. 산호와 옥수로 고귀한 두 사람을 비유하여 줄기 가지가 서로 얽히듯 짝을 이루었다는 뜻이다. [본문으로]
- 엄군(嚴君): 부친(父親). 살아 계신 자신의 아버지를 일컫는다. [본문으로]
- 고당(高堂): 부모의 별칭이다. 어버이의 거소(居所)를 말한다. [본문으로]
- 반의(斑衣): 색동옷으로, 노래자(老萊子)가 색동옷을 입고서 부모를 즐겁게 하는 것을 말한다. 북당서초(北堂書鈔) 제129권에, "노래자(老萊子)가 나이 70세에 부모가 아직 살아 있었으므로 항상 색동옷을 입고서 어린아이 시늉을 하면서 부모의 마음을 즐겁게 하였다." 하였다. [본문으로]
- 무창석(武昌石): 호북성(湖北省) 무창의 북산(北山) 위에 있는 망부석(望夫石)을 이른다. 옛날에 어느 열녀(烈女)가 국난(國難)에 징병되어간 남편을 이 산 위에서 바라보며 전송하고는 그대로 화(化)하여 돌이 되었던 데서 온 말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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