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공을 참수하며 기강을 세운 유방
정공거륙(丁公遽戮)
前漢丁公薛人, 季布母弟. 爲項羽將, 逐窘高祖彭城西. 短兵接高祖急, 顧謂丁公曰: “兩賢豈相戹哉?” 丁公引兵還.
及項羽滅, 丁公謁見, 高祖以丁公徇軍中曰: “丁公爲項王臣不忠, 使項王失天下者也.” 遂斬之曰: “使後爲人臣無傚丁公.”
해석
前漢丁公薛人, 季布母弟.
전한시대의 정공은 설현(薛縣) 사람으로 계포와 같은 어머니를 둔 동생이다.
爲項羽將, 逐窘高祖彭城西.
항우의 장수가 되어 고조 유방을 팽성의 서쪽으로 쫓아냈다.
短兵接高祖急, 顧謂丁公曰: “兩賢豈相戹哉?” 丁公引兵還.
짧은 병기로 유방과 접전을 벌이며 위급해지자 정공을 돌아보며 “그대와 난 뛰어난 이들인데 어째서 서로 괴롭히는가?”라고 말하자 정공은 병사들을 데리고 돌아갔다.
及項羽滅, 丁公謁見,
항우가 숨지자 정공은 유방을 알현했는데
高祖以丁公徇軍中曰: “丁公爲項王臣不忠, 使項王失天下者也.”
유방은 정공을 데리고 군진 중에 순찰하면서 “정공은 정공은 항우의 신하임에도 불충하여서 항우에게 천하를 잃도록 만든 놈이다.”라고 말했다.
遂斬之曰: “使後爲人臣無傚丁公.”
마침내 그를 참수하면서 “훗날 신하가 된 이들이 정공을 본받지 말도록 하려 해서다.”라고 말했다.
해설
「정공거륙(丁公遽戮)」에서 정공은 군자의 굳은 약속, 즉 ‘계포일락(季布一諾)’의 주인공 계포와 한 어머니 자식이다. 신의의 대명사인 형과는 매우 대조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할 점은 유방의 처신이다. 비록 위급한 순간을 정공의 도움으로 피하긴 하였지만 한 번 배신한 자는 두 번 배신할 수 있다는 것을 미리 경계하고 있다.
「정공거륙(丁公遽戮)」과 「춘신주리(春申珠履)」에선 사람을 다루는 방법을 다룬다. 살아 있는 적과 죽은 적을 다루는 방법은 다른 법이다. 살아 있을 때 정정당당히 싸우며 자신을 위협한 적을 멸망시켰지만 죽은 다음에는 예를 다하는 것이 동양의 예법이다. 또한 위급할 때에 도움을 준 적의 배신자는 그 당시는 후하게 대우하지만 반대로 평시가 되면 신의를 버린 자로 처벌한다.
우리에게서도 비슷한 예를 찾을 수 있다. 고려말 정몽주와 경쟁하던 이방원, 바로 훗날의 태종은 그를 죽였다. 하지만 조선이 건국되고 자신의 시대가 되자 자신의 부하들은 거세하고 오히려 정몽주를 만고의 충신으로 부활시킨다. 참으로 영원한 적이란 없는 것이다.
-『몽구』, 이한 지음, 유동환 옮김, 홍익출판사, 2008년, 39~40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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