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의 후궁이 비웃은 절름발이에게 조승이 사죄하다
조승사벽(趙勝謝躄)
『史記』. 平原君趙勝, 趙之諸公子. 喜賓客, 賓客至者數千人. 相趙惠文王及孝成王. 三去相, 三復位. 家樓臨民家, 有躄者, 槃散行汲. 美人居樓, 見大笑之. 明日躄者至門, 請曰: “士之不遠千里而來者, 以君能貴士而賤妾. 臣不幸有罷𤷬之病. 而君之後宮笑臣, 願得笑臣者頭.” 勝笑應曰: “諾.” 終不殺.
歲餘賓客稍稍引去者過半, 勝怪之. 客曰: “以君不殺笑躄者, 以爲愛色而賤士, 卽去耳.” 勝乃斬笑者頭, 自造躄者門謝焉, 後乃復來.
해석
『史記』.
『사기』에 전하는 이야기다.
平原君趙勝, 趙之諸公子.
평원군인 조승은 조나라의 뭇 공자 중 한 사람이다.
喜賓客, 賓客至者數千人.
빈객을 좋아해서 빈객으로 찾아오는 사람이 수천 명이었다.
相趙惠文王及孝成王. 三去相, 三復位.
조나라의 혜문왕과 효성왕 시기에 재상이 되었고 세 번 재상에서 물어났다가 세 번 직위에 복직하기도 했다.
家樓臨民家, 有躄者, 槃散行汲.
집의 누각이 민가에 닿아 있었는데 다리를 저는 사람이 절뚝이며 물을 길어 왔다.
美人居樓, 見大笑之.
아름다운 사람이 누각에 있다가 그것을 보고 크게 웃었다.
明日躄者至門, 請曰:
다음날 다리를 저는 사람이 문에 와서 청했다.
“士之不遠千里而來者, 以君能貴士而賤妾.
“선비가 천리를 멀다 하지 않고 오는 것은 임금이 선비를 구히 여기고 첩을 천히 여기기 때문입니다.
臣不幸有罷𤷬之病. 而君之後宮笑臣, 願得笑臣者頭.”
저는 불행히도 다리를 저는 곱사등이의 병이 있습니다. 그러나 임금의 후궁이 저를 비웃었사오니, 저를 비웃은 후궁의 머리를 얻길 원하옵나이다.”
勝笑應曰: “諾.” 終不殺.
조승이 웃으며 “알았다!”라고 응답했지만 끝내 후궁을 죽이지 않았다.
歲餘賓客稍稍引去者過半, 勝怪之.
한 해가 흐르는 동안 빈객들이 점점 떠나간 사람이 과반이 되고서야 조승은 그걸 이상히 여겼다.
客曰: “以君不殺笑躄者, 以爲愛色而賤士, 卽去耳.”
빈객이 “임금께서 다리 저는 이를 웃었던 사람을 죽이지 않은 까닭은 이성을 사랑한 것이지 선비를 하찮게 여긴 것이기 때문에 곧 떠났던 것이옵니다.”라고 말씀드렸다.
勝乃斬笑者頭, 自造躄者門謝焉, 後乃復來.
조승은 곧바로 비웃던 후궁의 머리를 참수하고 스스로 다리 저는 이의 집에 가서 사죄하니 후에 연이어 빈객들이 다시 돌아왔다.
해설
한 나라를 통치하는 군주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수없이 많다. 특히 여성이 얽힌 경우 사정은 더욱 복잡해진다.
옛날에의 봉건사회에서나 오늘날에나 여성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문제가 되었던 일은 많다. 여기서 이야기한 평원군의 이야기인 「조승사벽(趙勝謝躄)」과 초장왕의 이야기인 「초장절영(楚莊絶纓)」의 대응 방식은 그러한 경우에 어떻게 할 것인가를 잘 보여준다.
평원군이 활약했던 전국시대 후기는 각국에서 경쟁적으로 식객을 불러 들였다. 제나라의 맹상군, 위나라의 신릉군, 초나라의 춘신군과 여기에 등장하는 평원군 네 사람이 그 대표적 인물로 ‘전국시대 네 사람의 공자’라고 불릴 정도로 유명했다.
그들은 모여든 식객들의 믿음을 어떻게 얻을 것인가에 모두 고심하고 노력했지만, 그러한 노력은 하찮은 일 때문에 수포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평원군의 이야기는 바로 그러한 실례를 보여준다.
여기서 우리는 중국이 한 나라로 통일되기 이전의 상황을 읽을 수 있다. 진시황제에 의해 중국이 하나로 통일되기 이전에는 제후와 신하 사이의 관계가 절대적인 관계가 아니라 일종의 계약 관계였다는 점은 그 이후 시대와 사뭇 다르다. 서로 뜻이 맞지 않으면 관계를 끊고 다른 곳으로 가 버렸다.
그런 상황이니 만큼 제후들은 앞다투어 인재를 끌어안기 위해 노력했다. 이러한 경쟁 풍토는 제자백가시대라는 학문과 사상이 융성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 주었다. 공자가 천하를 돌아다니며 자기를 등용해 주길 원했던 것이나, 맹자가 제나라로 양나라로 여러 조그만 나라들로 제자들을 이끌고 돌아다닌 일들은 모두 그러한 경우이다.
초나라 장왕은 춘추시대 중기의 뛰어난 군주 가운데 한 사람이며, 춘추 오패, 즉 춘추시대 다섯 명의 실권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이 이야기는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포용력 있는 명군다운 이야기이다. 아무튼 요즘에도 평원군처럼 인재를 얻기 위해서 여자를 죽일 사람이 있을까? 있다면…… ??
-『몽구』, 이한 지음, 유동환 옮김, 홍익출판사, 2008년, 19~20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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