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사상의 뿌리
분열기라고 해서 내내 전쟁만 벌어진 것은 아니다.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에는 수많은 전쟁이 전개되면서 아울러 여러 가지 사회경제적 발전도 이루어졌다. 가장 특기할 만한 것은 농업혁명이다. 서주(西周) 시대까지 답보 상태에 있었던 농업 생산력은 춘추전국시대에 비약적으로 발달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소를 경작에 이용하고 철제 농구를 사용하게 된 덕분이었다. 이제 농민들은 집단 농경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가족 단위로 단독 농경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발맞추어 서주 말기부터 씨족 공동체가 해체되기 시작하자 단독 농경은 더욱 활성화되었다.
전쟁이 많았던 만큼 전쟁과 관련된 산업도 크게 발달했다. 사실 당장의 필요 때문에 살상용 무기를 개선하려는 각국의 노력이 없었다면 중국의 철기시대는 훨씬 늦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야금술(冶金術)이 발달한 것도 전쟁 덕분이다. 청동제 무기를 사용한 춘추시대에도 철이 청동보다 단단하다는 것은 알려져 있었지만, 야금술이 개발되지 않아 철을 가지고 도구를 제작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 강력한 무기의 필요성은 결국 철을 제련하고 가공하는 기술을 발전시켰다. 또한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에는 각국이 방어를 위해 앞다투어 성을 쌓는 과정에서 토목 기술도 크게 발달했다.
도시가 팽창하면 상업이 발달하는 것은 필연이다. 도시를 거점으로 하는 각국은 서로 다투면서도 활발히 무역을 전개했으며, 도시들을 잇는 도로가 건설되면서 상업적 유통망도 생겨났다. 이미 춘추시대 초기 제 환공(齊桓公)이 지배할 무렵에 환공의 참모인 관중(管仲)은 중상정책을 부국강병책으로 실시한 일이 있었다.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에 이와 같은 사회경제적 발전이 없었다면 진(秦)의 대륙 통일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변화보다 훨씬 더 큰 의미를 지니는 것은 사상의 발달이다. 춘추시대 말기부터 전국시대 전체에 걸쳐 활동한 수많은 술사와 책략가는 정치사상을 크게 성숙시켰다(당시의 책략가를 학문적으로 표현하면 곧 사상가, 철학자다). 이 시기에 생겨나고 성장한 각종 사상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수천 년 동안이나 동양 사상의 거대한 뿌리를 형성하게 된다. 그래서 이 시기를 학문적으로는 제자백가(諸子百家)의 시대라고 부른다. 그 이후 수천 년간의 동양 철학은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에 토대가 확립된 사상을 해석, 재해석하는 과정으로 전개된다【흥미로운 점은 서양의 정신세계도 바로 이 무렵에 골격을 갖추었다는 사실이다. 서양 철학의 근본을 이루는 그리스 고전 철학 역시 중국의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에 해당하는 기원전 7세기부터 기원전 4세기까지에 걸쳐 완성을 보았다. 탈레스(기원전 625년경~기원전 545년경), 피타고라스(기원전 580년경~기원전 500년경), 소크라테스(기원전 470년경~ 기원전 399), 플라톤(기원전 428년경~기원전 347년경), 아리스토텔레스(기원전 384~기원전 322) 등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활동 기간은 공자(孔子, 기원전 551~기원전 479), 맹자(孟子, 기원전 372년경~기원전 289년경), 장자(莊子, 기원전 369~기원전 289년경) 등과 거의 일치한다. 또한 철학이 신학에서 독립하지 못한 중세를 제외한다면 근대 이후의 서양 철학에서도 고대 그리스 철학의 해석과 재해석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당시 그리스와 중국에는 도시국가들이 많았기 때문에 학식과 경륜을 팔러 각국을 떠다닌 학자들이 많았는데, 중국에서 공자(孔子)가 그 대표 주자라면 그리스에서는 마케도니아까지 가서 어린 알렉산드로스 왕자의 스승 노릇을 한 아리스토텔레스를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였던 화이트 헤드(Alfred North Whitehead, 1861~1947)는 19세기에 서양 철학은 플라톤 철학의 주석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동양 철학 역시 크게 보면 공자와 노자가 확립한 철학에 대한 주석이 아닐까?】.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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