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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판에 박힌 교육과 휴식, 그 너머(민들레 58호 모임후기) 본문

연재/만남에 깃든 이야기

판에 박힌 교육과 휴식, 그 너머(민들레 58호 모임후기)

건방진방랑자 2019. 4. 2.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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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이런 질문을 한다. “어떤 날씨를 좋아 하세요?”

도를 아십니까?’ 이런 류의 황당한 질문만 아니면 환영하는 편이지만 날씨를 물어보는 것도 도를 아십니까?’라는 질문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날씨든 다 좋아요!”라고 솔직하게 말하면, 이야기 흐름이 깨지기 때문이다. 의도가 있는 질문엔, 의도에 맞는 대답을 해줄 필요가 있다.

 

 

처음으로 민들레 모임에 왔다. 어떨지 기대 반 걱정 반.  

 

 

 

빨간 장미가 떠오르던 날에

 

그런데 민들레58호 읽기 모임 후기를 쓴다면서, 뜬금없이 날씨이야기를 하고 있냐고 궁금해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모임에 와본 사람은 날씨이야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것이다. 오늘이 바로 비 오는 수요일이었기 때문이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 날아갈 뻔(^^;;) 했고 뒤집어 지려는 우산을 힘주어 잡고 걸어야 했다. 당연히 오늘의 모임은 비 내리는 날씨답게 감성적일 수밖에 없었다. 내리는 비와 흐르는 마음이 하나로 얽히고설키는 모임의 분위기, 그게 나에겐 묘한 기분을 자아냈다. 이게 이해되지 않는다면, 비 오는 날에 민들레 읽기 모임에 꼭 참석하길 바란다.

이쯤에서 위에서 의도적으로 던진 질문에 대한 답변이나 해 볼까.

비 내리는 수요일을 좋아해요. 거기다 장미 한 송이를 같이 주고받을 수 있으면 더욱 좋구요.”

이건 은유도 아니고, 낭만도 아니다. 다섯 손가락의 수요일에는 빨간 장미를이란 노래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니. 오늘 같은 날, 이 노래를 듣지 않고 그냥 넘어 간다면 제비꽃님의 말처럼 감수성SENSING없는 사람이리라. 그러니 아래에 첨부한 음악을 켜놓고 후기를 읽는다면 현장에 같이 참여한 것 같은 기분이 들 것이다.

 

 

수요일에는 빨간 장미를

그녀에게 안겨주고파

흰옷을 입은 천사와 같이

아름다운 그녀에게 주고 싶네

 

슬퍼 보이는 오늘밤에는

아름다운 꿈을 주고파

깊은 밤에도 잠 못 이루던

내 마음을 그녀에게 주고 싶네

 

한 송이는 어떨까

왠지 외로워 보이겠지

한 다발은 어떨까

왠지 무거워 보일거야

시린 그대 눈물 씻어주고픈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슬픈 영화에서처럼

비 내리는 거리에서

무거운 코트 깃을 올려 세우며

비 오는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한 송이는 어떨까

왠지 외로워 보이겠지

한 다발은 어떨까

왠지 무거워 보일거야

 

시린 그대 눈물 씻어주고픈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슬픈 영화에서처럼

비 내리는 거리에서

무거운 코트 깃을 올려 세우며

비 오는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다섯 손가락 1>

 

 

 

 

 

어텐션이 있는 수업, 그리고 삶

 

감정이 뭉클해진 채 찾아간 민들레 출판사, 저번에 와본 곳이기에 친근하다. 박동섭 교수님 강의 때 만났던 어화둥님이 맞아주셨다. 조금 있으니 제비꽃님이 와서 본격적인 수다의 장이 펼쳐졌다. 입심 센 누님들은 과연 어떤 이야기를 하실지 엄청 궁금했다.

제비꽃님은 뇌과학에 푹 빠지셨나 보다.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연거푸 풀어놓으셨다. “어떤 때 주의attention하게 되는지 아세요?”라고 말문을 열더니, “첫째, 자신에게 완전히 새로운 것이어야 하며 둘째 그러면서도 인간에게 유용한 것이어야 해요라고 대답을 해주신다. 그러면서 현실 교육의 맹점을 날카롭게 꼬집는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수업은 아이들에게 어떠한 어텐션도 줄 수 없는 죽은 수업이예요.”라고 말이다.

맞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수업은 예측 가능한 것일 뿐 아니라, 예전부터 해온 것들의 반복이니 아이들에게 어떠한 자극도 줄 수 없다. 그러니 아이들은 그러한 지식의 틀 안에 갇힐수록 창의성을 잃어가고 생의 열정을 상실해갔던 것이다.

꿈이란 것에 대해서도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해줬다. 꿈은 프로이트가 말하는 억압된 무의식의 발현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새로운 생각을 덧붙이는 밤에 하는 학습활동이라는 것이다. 꿈을 꿀 땐 뇌파가 낮에 활동할 때와 같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ㆍ어른 할 것 없이 질적인 잠을 잘 수 있어야 한단다.

제비꽃님의 뇌과학 이야기를 들으니 뇌를 제대로 공부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2008년에 그런 생각으로 , 생각의 출현이란 책을 샀지만, 채 열 페이지도 읽지 못하고 그만두었던 경험이 있다. ‘제비꽃님의 열띤 강의는 나의 마음을 다시 한 번 춤추게 했다.

 

 

수요일에 함께 모인 누님들. 고수들을 만난 마냥 나는 경청을 한다.

 

 

 

휴식과 일의 차이

 

어화둥님은 방학에 대해 한참 생각하고 있었나 보다. “과연 휴식이란 무엇인가요?”라고 질문을 던진 것이다. 민들레58호를 읽지 않은 사람은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린가?’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휴식이란 이미 누구나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주말이면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고, 연휴엔 해외에 간다. 그러고 나선 휴식했노라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그건 자본가가 만든 휴식이란 환상을 돈을 주고 산 것일 뿐, 진정한 휴식일 순 없다. 이것에 대해 별나들이님은 현대인의 휴식은 일을 더욱 열심히 하기 위해 잠시 쉬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적절한 비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현실 때문에 어화둥님은 그와 같은 질문을 던지신 것이다.

그것에 대해 제비꽃님은 명쾌한 답변을 해주셨다. “푹 쉬는 게 휴식이 아니라고 한다면, 내가 맘껏 즐길 수 있는 무언가를 하는 게 휴식이지 않을까요.” 맞다, 휴식과 일은 결코 별개일 수 없다. 책을 읽든, 운동을 하든, 산을 오르든, 친구와 수다를 떨든 그게 진정 내가 원하는 일이라 한다면 휴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몸은 고될지 모르나, 분명 그런 과정으로 충분히 위로받고 활기를 얻게 될 테니 말이다. 결론은 휴식을 취하려면, 진정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한다는 말씀되시겠다. 그래서 말인데, 나 오늘 실컷 민들레에서 휴식하고 왔다.^^

 

 

별나들이님이 공부한 자취. 민들레를 읽고 쓴 건데 마치 고시 공부노트 마냥 열정이 한 가득 담겼다.  

 

 

 

비 오는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자신에게 주자!

 

오늘 이야기는 자식’ ‘교육에 대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다가가다 보면 결국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삥 돌아 왔음을 알게 된다. ‘자식이든 교육이든 그런 논의 가운데엔 바로 나의 생각이나 관념, 결핍 등이 엉켜있기 때문이다. 자식을 보며 순간순간 화가 치밀어 오를 때(나는 아직 자식이 없기 때문에 학생을 보며 그런 걸 경험한다), 거기엔 자식의 어떤 부분이 나의 억눌린 부분을 건드렸기 때문임을 알게 된다. 그건 내가 보듬지 못했던 과거의 어떤 부분이거나, 어떤 틀에 일부러 나를 맞추느라 버려야만 했던 나의 본모습일지도 모른다. 나에게도 어두운 부분이 있고 미숙한 부분이 있으며 때론 하염없이 울고 싶은 나약한 부분도 있다. 그게 바로 나다. 그런 부분을 인정하고 자식’ ‘교육을 말할 때, 더 진실한 이야기가 될 것이고 그래서 겉으로만 잰 채 하는 잔뜩 힘만 들어간 이야기가 되진 않을 것이다.

~ 오늘 같이 비 오는 수요일엔 그 누구에게도 아닌 나 자신에게 장미한 다발 선물하고 싶다. 어둡기에, 미숙하기에, 나약하기에 더욱 사랑스런 나 자신에게 말이다.

 

 

밥도 잘 먹고 잘 쉬었다가 왔다. 비는 오지만 운치 있어 정말 좋은 날.  

 

 

 

덧달기

 

어제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교바사)’에서 주최한 5회 함공모(함께 공부하는 모임) 토론회가 있었다. 수많은 말들이 오고 갔지만 도떼기시장의 웅성거림처럼 들렸던 까닭은 무엇일까?

그건 아마도 패널들이 교육에 대한 이론ㆍ지식의 풍부함만을 과시하려는 욕망만 있었지, 진실하게 다가서려는 마음이 없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자신은 현실에 머무른 채, 교육체제만 바꾸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모든 게 뜬구름 잡기식의 허무맹랑한 이야기처럼 들렸던 것이다. 그에 비해 오늘 민들레 읽기 모임은 현실적인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자신의 속내를 같이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인용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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