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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2009년 국토종단 - 31. 생각한 그대로 여행하길 다짐하다[김제⇒익산 함열](09.04.26.일)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2009년 국토종단 - 31. 생각한 그대로 여행하길 다짐하다[김제⇒익산 함열](09.04.26.일)

건방진방랑자 2021. 2. 5.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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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한 그대로 여행하길 다짐하다

 

 

국토종단을 계획하면서 예기치 않은 상황, 밑도 끝도 없이 일어나는 상황에 몸을 맡기려 했었다. 그래서 세세한 계획을 세우지 않았고, 대충 출발점과 도착점만을 정한 후에 무작정 길을 나선 것이다.

 

 

▲ 드디어 국토종단 2주차 일정이 시작됐다. 과연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까?

 

 

 

2주차 여행엔 예기치 않은 일들이 가득하길

 

과연 어떤 식의 예기치 않은 상황을 바란 걸까? 잠잘 곳이 없어 남에게 부탁을 해야 하는 상황, 길거리에서 낯선 사람들과 마주치며 겪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 등을 생각했다. 그런 상황 속에 내가 어떻게 반응하며, 또 어떻게 대처하는지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지금까진 계획대로만, 예상 가능한 대로만 하려고 했었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시간에 맞춰서 사는 플랜맨(plan man)이 될 수밖에 없더라. 물론 그렇게 사는 게 나쁜 것이라고는 볼 수 없고 사회는 은근히 그렇게 살길 바라기도 한다. 그러나 맘속에 정해둔 기준이나 기치관에만 맞춰서 살 경우, 그와는 정반대에 있는 것들을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그런 것을 볼 때 저렇게 행동할 수도 있구나하는 마음으로 이해하려 하기보다, ‘저건 매우 잘못된 행동이야라는 마음으로 교정해주려 하기 때문이다. ‘나와는 다른 것은 틀린 것이다는 생각이 깊숙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만약 졸업과 동시에 임용에 합격했다면, 정말로 나의 가치관으로만 모든 걸 좌우하려는 무서운 교사가 되었을 것이다.

 

 

▲ 개인적으론 슬픈 일이었지만, 임용에서 연거푸 떨어진 것은 여러모로 좋은 일이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ㅠㅠ

 

 

그래서 이번 여행을 통해 어떤 가치관으로 세상을 보아왔으며, 어떤 마음으로 사람을 보아왔는지, 그리고 예기치 못한 상황에선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보고 싶었다.

그런데 지난 일주일 동안은 그런 상황이 전혀 없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그런 상황을 만들 용기가 없었다. 피곤하단 이유로 숙소는 여관을 바로 정했으며, 남에게 부탁할 만한 상황을 만들지 않도록 나름의 준비를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전라남도에서 시작하여 북도까지 걸어왔으면서도, 유일하게 남는 감상이라곤 잘 걸었다.’ 밖에 없는 것이다. 걷는 동안에 마라톤으로 여행하시는 할아버지자전거로 여행하는 사람을 만났지만, 단순히 서로를 응원해주는 것 외에 다른 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이 여행은 여행사를 통해 온 것마냥 단조롭고 그저 계획에 따라 흘러만 가는 여행처럼 보이게 됐던 것이다.

막상 그렇게 떠나고 싶어서 떠났지만 여전히 한계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 그래서 저번 한 주는 워밍업이긴 했어도 여행답지 않은 여행을 했던 한 주였기에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으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에게 누구냐 넌?’이라는 갑갑증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2주차 여행을 시작하는 만큼 이번엔 좌절도 하고 실망도 할지라도 좀 더 부딪혀 보고, 예기치 않은 상황을 만들어보려 한다. ‘생각대로 살아라, 그렇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라는 말처럼 생각대로 여행해볼 것이다.

 

 

▲ 나도 나를 잘 모르기에, 이렇게 떠나 나를 알아보려는 것이다.

 

 

 

세상은 제 빛을, 나는 내 빛을 내며 어우러진다

 

김제에서는 이틀을 머물렀다. 어젠 여관에 일찍 자리를 잡으며 못했던 빨래도 하고, 밀렸던 여행기도 한달음에 썼으며, 그 외엔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침대에 누워 푹 쉬었다. 김제에 이틀을 머물렀다곤 하지만, 아는 건 거의 없다. 형 친구를 만나 하룻밤 자기만 했을 뿐, 김제의 주요명소를 돌아다니거나, 김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진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왠지 모르게 빨리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건 김제에 안 좋은 인상이 있어서가 아니라, 하루를 푹 쉬다보니 좀이 쑤셔서 그런 거다. 누군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는 말을 하던데, 나는 하루라도 걷지 않으면 좀이 쑤실 정도로 어느덧 걷는 게 익숙해졌다.

 

 

▲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고 여순감옥에서 썼다는 글귀

 

 

그래서 일찍 일어나 바로 여관을 나섰다. 몸은 날아갈 듯 가벼웠고 날씨도 걷기에 매우 좋았다. 비가 그치고 난 다음 날이라 날씨는 정말 좋았다. 햇살은 따스했고 바람은 선선했다. 그리고 어찌나 가시거리가 긴지 멀리에 있는 것들까지 선명하게 보일 정도여서, 마치 세상에 뽀샤시 처리를 한 것처럼 보인다. 모든 사물들이 맑은 기운을 받아 제 빛을 내고 있었으며, 그 속을 걸어 들어가는 나도 나만의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익산을 지나서 논산까지도 한달음에 갈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으로 말이다.

 

 

▲ 맑고 밝고 활기차게 여행을 해도 될 정도로 쾌청한 날씨. 좋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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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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