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 끝에 낙이 오다
4일째 여행을 하며 궁금했던 것 중 하나는 ‘김제 XXKm’라는 표지판에서 ‘XX는 어디서부터 잰 거리일까?’하는 것이었다.
‘김제 XXKm’라는 표지판의 기준점은 어디일까?
가설은 크게 두 가지로 세웠다. ‘김제라는 도시의 최외곽에서부터 잰 거리’라는 것. 즉 ‘김제 1Km’라고 써있다면, 1Km만 가면 정읍을 지나 김제라는 도시의 경계에 들어선다는 것이다. 두 번째 가설은 ‘시내를 중점으로 잰 거리’라는 것. 즉, 1Km를 가면 드디어 시내권에 진입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두 번째 가설엔 문제가 있었다. 시내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일 뿐 정식으로 구획 지어진 공간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에 따라 시내의 넓이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어찌되었든 그런 가설들을 세운 후 길을 걸어보니, 드디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은 중심관공서를 기준으로 측정한 거리였던 것이다. 김제라면 김제시청을 기준으로, 무안이라면 무안군청을 기준으로 잰 거리였다. 즉, ‘김제 1Km’라는 표지판을 보았다면, ‘1Km 앞에 김제 시청이 있구나~’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표지판에 표시된 거리까지 가지 않더라도 숙박업소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 킬로수만 보고 지레 겁에 질릴 필요는 없다는 말씀^^
‘나를 위한 여행’의 정체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다
김제는 형이 살고 있는 기숙사가 있는 곳이다. 그래서 막연히 그곳에서 쉴 수 있겠거니 기대하고 왔다. 그런데 하필 목요일 저녁부터 집에 가서 쉬고 있다는 게 아닌가. 이런 게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것인가ㅡㅡ;; 간만에 돈 안 쓰고 쉴 수 있으려나 했는데 글렀다.
이젠 최대한 돈을 아끼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김제에선 하루를 쉬었다 가기로 맘먹었으니 두 번의 밤을 지내야 한다. 김제에 들어설 때만 해도 ‘몸이 힘드니까 금요일 저녁은 여관에서 지내고 토요일 저녁에 찜질방에서 보내는 게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김제 시내에 들어서니 바로 찜질방이 보이는 게 아닌가. 그 순간 맘이 확 바뀌었다. 줏대는 눈꼽만치도 없는 나~ *^^*
그래서 찜질방에서 하루를 지내고 토요일에 여관에서 지내기로 급히 생각을 바꾼 것이다. 물론 돈을 절약하는 차원이라면 두 번 다 찜질방에 보내야 하지만 빨래도 해야 하고 모처럼만에 푹 쉬고 싶었기에 돈을 신경 쓰지 않으려 했다. 나 좋으라고 떠난 여행인데 너무 돈돈하다가는 주객이 전도되니 말이다. 돈을 절약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한 거겠지라고 스스로 합리화해본다~
형의 도움으로 편히 잘 수 있게 되다
찜질방에 가기 전에 저녁부터 해결해야 했다. 찜질방을 지나쳐 한참 식당을 찾아서 올라갔다. 점심도 빵으로 대충 때운 터라 저녁은 맛있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고 싶었다. 헤매다가 들어간 곳은 소(cow) 음식 전문점이다. 저녁은 최대한 맛있는 것을 먹고 싶어 육회 비빔밥을 시켰다. 배가 고프기 때문인지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더라. 정말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정도의 맛있었다.
밥을 한참 맛있게 먹고 있는데 전혀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는 거다. 누군가 하고 받아봤더니 형의 친구였다. 다른 데서 자지 말고 그 형네 기숙사에서 같이 자자는 것이다. 우리 형이 그 친구에게 전화해서 챙겨주라고 했을 것이다.^^ 아까 전까지 그 문제로 심하게 고민 ‘때리고’ 있던 중이었으니, 그 전화가 무지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생각도 못했는데 그렇게 한 순간에 자는 문제가 해결되니 오히려 어안이 벙벙했다. 일 분, 일 초도 알 수 없는 삶이란^^ 이래서 삶은 흥미진진한 건가보다. 아무튼 그 덕에 아무 걱정 없이 밤을 보낼 수 있게 됐다. 몸은 피곤해서 잠이 올 것 같은데 형이 책을 보며 한 시가 넘도록 자지 않는 바람에 좀 뒤척였다. 그래도 내일은 쉬는 날이니까 마음은 여유가 있었다.
지출내역
내용 |
금액 |
컵라면 & 김밥 |
2.000원 |
점심 |
2.000원 |
육회비빔밥 |
6.000원 |
편지지 |
2.000원 |
멘소래담 |
3.000원 |
총합 |
15.000원 |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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