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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득공 - 세모음(歲暮吟) 본문

한시놀이터/조선

유득공 - 세모음(歲暮吟)

건방진방랑자 2021. 4. 14.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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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모음(歲暮吟)

 

歲暮山中客 孤褱托桂枝

 

峯靑雨黑際 漁白樵紅時

 

痛飮田間酒 微吟馬上詩

 

獨行荒野外 端的我爲誰

 

 

東峰碧未已 閒日燕居情

 

烟屋淡詩意 雨樓沈讀聲

 

暗泉吹壤出 微磴冒苔橫

 

前路徘徊罷 難逢一友生

 

 

向夕山根黝 東峯未斂暉

 

樓開一客坐 牆缺數樵㱕

 

全樹霜鴉澹 單枝雪雀肥

 

含情端惻愴 回首更依依

 

 

寒山一白屋 云是隱君居

 

爵祿都輕日 衣冠甚偉初

 

冷燃殷色葉 飢讀楚聲書

 

孰寄長相思 池中雙鯉魚

 

 

望望烟光暮 山寒一笛拈

 

倦雞斜睨架 昏雀仰飛簷

 

屋裏黃堆卷 林間白帶鎌

 

却於樵子裏 詩意上眉纖

泠齋集卷之二

 

 

 

이 시는 세모에 자신의 고독한 심정을 노래한 시이다.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산속에서 나그네는 고결한 인격체의 상징인 계수나무에 자신의 외로운 회포를 의탁하고 있다. 산봉우리가 푸르게 변하는 봄, 더위 끝에 쏟아지는 여름비, 눈이 하얗게 내린 강에서 낚시하는 겨울, 붉은 나무를 땔나무 하는 가을. 이 네 계절에 밭 사이에서 거나하게 취했고, 말을 타고 가면서 조용히 시를 읊조리며 산중에서의 삶을 마음껏 누렸다. 이렇듯 산속에서 고독도 모르고 즐겼는데, 지금 세모에 거친 들판 밖으로 홀로 가자니, 나는 누구인가? 고독이 실감난다(이 고독은 서얼출신으로서 겪어야 하는 신분적 한계에서 오는 것일 것이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 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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