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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와 21세기, 79장 - 본문

고전/노자

노자와 21세기, 79장 -

건방진방랑자 2021. 5. 1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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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성인은 불인하기에 백성들을 풀강아지 취급한다

(聖人不仁, 以百姓爲芻狗)

 

 

노자는 또 말한다. 천지(天地)가 불인(不仁)한 것처럼, 성인(聖人) 또한 불인(不仁)해야 한다. 생각해 보라! 우리는 백성들을 어여삐 여기고 사랑하고 은혜를 베풀고 교화하는 대통령을 좋아할지 모른다. 노자는 말한다. 모름지기 대통령은 은혜를 베풀면 안 되고 백성을 사랑한다 생각하면 아니 된다. 그는 인자하면 아니 된다. 그는 잔인해야 한다. 자기 당이라 편들고, 선거전에 자기에게 괘씸하게 굴었다고 미워하고, 정적이라 해서 그 능력이 있음에도 인정치 않고 무조건 음해하기만 한다면 과연 지도자의 자격이 있겠는가? 천지불인(天地不仁)! 성인불인(聖人不仁)! 그 얼마나 통렬한, 핵심을 찌르는 반어(反語)인가!

 

天地不仁, 以萬物爲芻狗.’의 구문에서 A B’‘A를 가지고 써 B를 삼는다는 뜻인데, 이것은 ‘AB로 간주한다는 뜻이 된다. ‘to regard A as B.’가 된다. 그런데 추구(芻狗)’란 무엇인가? 꼴개, 풀강아지란 무엇인가?

 

이 구문에 대한 해석은 갑론을박이 많다. 그러나 가장 흔한 해석은 추구(芻狗)’라는 것은 제사에 쓰는 지푸라기로 엮어 만든 강아지 형상인데, 제사의 제물로 쓸 때는 비단옷을 입혀 아주 귀하게 쓰다가 제사가 끝나면 시궁창 아무 곳에나 내버려 짓밟히거나, 태워버리거나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전혀 무가치한 것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은 하늘이요, ()는 땅이요, 만물(萬物)은 그 양자 사이에서 생성되는 뭇 존재들이다. 그런데 하늘과 땅은 어질지 않아[不仁], 자기가 생성시키고 있는 만물(萬物)을 풀강아지로 취급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성인(聖人) 또한 불인(不仁)하여, 자기의 백성(百姓)을 풀강아지로 취급한다는 뜻이다. 우리말에 초개만큼도 생각치 않는다라는 표현이 있는데, 추구는 이 초개(草芥)정도의 표현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런데 이러한 일반 해석에 대하여 우리의 천재소년 왕필은 전혀 다른 견해를 제출하고 있다. 왕필은 추구를 한 개념으로 보지 않고, 추와 구를 각각 독립된 의미단위로 보고 그 사이에 많은 논리가 숨어있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땅은 짐승을 위하여 풀을 생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짐승은 풀을 먹는다. 또 사람을 위하여 강아지를 생하는 것도 아니

. 그런데 사람은 강아지를 잡아먹는다.

이와 같이 천지가 만물에 대하여 조작적인 함이 없으면, 만물은 제각기 그 쓰임을 얻을 뿐이다. 그리되면 넉넉하지 않음이 없게 된다. 그러므로 지혜라는 것은 자기만을 통하여 수립하게 되면 그것은 믿고 맡길 만한 것이 못 되는 것이다.

地不爲獸生芻, 而獸食芻, 不爲人生狗, 而人食狗.

無爲於萬物而萬物各適其所用, 則莫不贍矣. 若慧由己樹, 未足任也.

 

 

제일 마지막 구문은 마치 금강경의 무아상(無我相)의 설법(說法)을 연상시킨다. 시대적으로 왕필시대에 이미 반야사상이 중국에 들어와 있었다는 문헌상의 논의는 가능하지만, 왕필이 불교의 영향을 직접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왕필은 독자적으로 자신의 통찰을 형성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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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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