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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굴뚝청소부, 제2부 유명론과 경험주의: 근대철학의 동요와 위기 - 2. 로크 : 유명론과 근대철학, 로크의 입지점 본문

책/철학(哲學)

철학과 굴뚝청소부, 제2부 유명론과 경험주의: 근대철학의 동요와 위기 - 2. 로크 : 유명론과 근대철학, 로크의 입지점

건방진방랑자 2022. 3. 24.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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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로크 : 유명론과 근대철학

 

 

로크의 입지점

 

 

알다시피 로크는 경험주의를 하나의 사조로, 흐름으로 만들어낸 사람입니다. 이러한 로크의 철학을 떠받치고 있는 두 개의 지반이 있습니다. 하나는 데카르트가 새로운 장을 열었던 근대철학의 문제설정입니다. 신에게서 독립한 주체, 그래서 존재ㆍ인식ㆍ가치의 새로운 중심이 되었던 근대적 주체가 로크 철학에서도 마찬가지로 가장 중요한 지반이 됩니다. 진리라는 인식의 목표 역시 마찬가지지요.

 

다른 한편 그는 갈릴레이, 뉴턴, 호이겐스 등이 이룩한 과학혁명의 획기적 효과 속에서 사고했습니다. 즉 근대 초의 과학혁명이 로크의 사상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제 과학은 진리에 이르는 가장 커다란 길, 어쩌면 암묵적으로는 유일한 길로 간주됩니다. 데카르트가 기초를 닦아놓은 과학주의가 탁월한 과학자들의 성공적인 작업으로 인해 반석 같은 위치를 얻게 됩니다.

 

따라서 로크는 과학 발전을 가로막는 허구적인 원리나 개념, 사고 등을 제거하는 청소부로서의 역할을 자임합니다. 이런 관점에 선 그에게는 경험과 관찰만이 과학에 이르는 유일한 길로 보였습니다. 다시 말해 경험과 관찰이야말로 과학에 이르는 왕도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이런 사고방식이 흔히 경험주의라고 부르는 것이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영미 철학에선 주류를 이루는 입장입니다.

 

이처럼 경험과 관찰을 중시하는 입장은 똑같은 과학주의라고 해도 데카르트와는 크게 다른 것입니다. 데카르트는 알다시피 경험과 관찰의 불확실성을 지적하면서, 오히려 이성에 내재해 있는 본유관념과 그것에 의거한 연역적인(예컨대 수학적인) 지식이 우리로 하여금 진리에 이르게 하리라고 생각했지요.

 

반면 로크의 생각은 경험이나 관찰에 의하지 않은 지식이나 개념, 예컨대 신학적인 우주론은 오히려 올바른 관찰에 입각한 과학적 지식의 발전에 방해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선 데카르트의 본유관념 역시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그런데 앞서 우리가 유명론과 연관해서 얘기했던 것을 생각해 본다면, 경험과 관찰을 중시하는 로크의 입장은 분명 유명론적 전통에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유명론자 오컴 역시 영국 출신이었습니다).

 

요컨대 로크의 과학주의는 유명론적 전통에 따르면서 데카르트와는 전혀 다른 고유한 흐름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그렇지만 로크의 철학은 데카르트가 마련해 놓은 근대철학의 문제설정 위에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요컨대 독립적인 인식주체를 축으로 삼아 신학적 사고에서 벗어났으며, 과학이란 이름의 진리를 목표로 삼아 추구하고 있는 근대적 철학입니다.

 

이런 점에서 중세적 유명론과는 전혀 다른 흐름이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말해 유명론과 근대적 문제설정의 결합을 통해 로크는 중세적 유명론과도, 데카르트 근대철학과도 다른 독자적인 흐름을 철학 안에 만들어낸 것입니다.

 

 

 

 

인용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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