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빔이 극대화될 때 스스로 그러하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 스스로 그리하다는 것은 어떤 특징을 갖는 것일까? 사실 ‘스스로 그러하다’는 뜻은 인간의 언어적 조작의 한계를 벗어나 있다는 뜻이다. 사실 ‘스스로 그러하다’는 것은 왕필의 말대로 말이 끝나는 데서 시작하는 말인 것이다. 즉 언어가 아닌 언어인 것이다. 언어가 좌절되는 언어인 것이다. 스스로 그러하다는 것은 우리 인간의 언어가 미칠 수 없는, 스스로 그러한 영역을 가리키는 것이다. 따라서 스스로 그러함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어떠한 인간의 인식에 의한 특징을 운운해서는 아니 된다. 그것은 도가도 비상도(道可道, 非常道)의, 가도지도(可道之道)를 넘어서는, 항상 스스로 그러한 상(常)의 세계인 것이다.
그러나 노자철학을 총괄해서 보면 그가 말하는 스스로 그러함은 분명 어떤 특징이 있다. 그 특징이 무엇인가? 노자가 말하는 ‘스스로 그러함’은 바로 만물의 존재방식이 ‘빔’을 극대화시키는 방식으로 유지될 때 스스로 그러하다고 하는 것이다. 즉 항상도는 스스로 그러할 때, 빔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그러하지 못하다는 것은 그 빔을 채워버리는 방향, 그 빔을 근원적으로 파괴시키는 방향으로의 사태를 가리키는 것이다. 따라서 함이 없음(無爲)은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 아니라, 빔을 유지하는 함이요, 그 빔을 유지하는 함이야말로 바로 스스로 그러함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당위(當爲)가 아니라 자연(自然)이다. 이것은 곧 모든 존재를 스스로 그러하게 내버려 둘 때는 반드시 스스로 그러하게 허를 유지한다고 하는 자연의 모습을 가리키는 것이다. 인간의 유위적(有爲的) 행동만이 빔을 유지시키지 않으며 스스로 그러함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그러함은 존재(存在)의 자연(自然)이다. 여기서 우리는 허(虛)와 무위(無爲)와 자연(自然)이 하나로 노자철학에서 관통되고 있음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도(道)의 쓰임(用)이다.
빔(虛)≡ 함이 없음(無爲) ≡ 스스로 그러함(自然) ≡ 쓰임(用)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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