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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무진 한국사, 9부 사대부 국가의 시대 - 2장 병든 조선, 윗물이 흐리면②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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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무진 한국사, 9부 사대부 국가의 시대 - 2장 병든 조선, 윗물이 흐리면②

건방진방랑자 2021. 6. 18.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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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물이 흐리면

 

 

1555년 왜구가 다시 대규모로 남해안을 침략해왔을 때 그럭저럭 토벌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개혁의 자취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이른바 을묘왜변(乙卯倭變)이라 부르는데, 굳이 의의를 찾자면 이를 계기로 임시 기구인 비변사가 상설화되었다는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의 전형이지만, 아무튼 그것으로 조선은 최소한의 군사력이나마 보유하게 되었다. 물론 40년 뒤에 쳐들어오는 거대한 왜구를 상대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윤원형의 권력 기반은 누나인 문정왕후였으니까 1553년 수렴청정이 끝나고 명종(明宗)이 친정에 나서면서는 양아치 세상도 자연히 끝났어야 했다. 아무리 임금을 조카로 두었다 하더라도 성년이 된 임금이 자신의 고유 업무와 권한을 되찾겠다고 나선다면 윤원형이 그걸 가로막을 명분은 없다. 게다가 명종은 혼탁한 국정을 그대로 놔둬선 안 되겠다는, 나름대로 기특하고 갸륵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니 그가 나선다면 비록 윤원형이 처벌까지는 되지 않는다 해도 예전과 같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계속 유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그의 권세를 연장해 준 것은 바로 명종(明宗)이다.

 

외삼촌에게서 국왕 고유의 업무를 환수할 자신이 없었던 못난 왕 명종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이양(李樑, 1519 ~ 63)이라는 자에게 대신 맡긴다. 그것은 좋게 말하면 대립 세력을 키워서 윤원형을 제어하려는 것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명백한 직무 유기다. 잘 되어야 양아치의 이름이나 바꾸게 될 테고 못 되면 양아치가 둘로 늘어나게 될 텐데, 그 결과는 예상할 수 있듯이 후자로 나타난다.

 

사실 이양은 명종의 왕비 인순왕후(仁順王后)의 외삼촌이었으니 어떤 결과일지는 보지 않아도 뻔한 것이었다. 자신의 외삼촌을 제거하기 위해 처외삼촌을 기용한 것이니 코미디도 그런 코미디가 없다. 이양은 오히려 처조카인 임금이 준 기회를 이용해 자기 아들을 비롯한 자파 인물들을 요직에 임명하고 반대파를 무자비하게 숙청하는 등 윤원형보다 한술 더 뜬다. 하지만 그가 사림을 송두리째 제거하려 한 것은 잠자는 호랑이의 코털을 건드린 셈이 되었다. 위기감을 느낀 사림파의 소장학자 심의겸(沈義謙, 1535 ~ 87, 인순왕후의 동생이다)이 이양의 심복이었던 기대항(奇大垣, 1519 ~ 64)을 꼬드겨 이양의 사림파 말살 작전을 알아내고 임금에게 보고함으로써 이양은 10년 권세를 끝내고 축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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