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장 9. 지위나 덕만으론 문명을 창조할 수 없다
雖有其位, 苟無其德, 不敢作禮樂焉; 雖有其德, 苟無其位, 亦不敢作禮樂焉. 비록 그 위(位)가 있으나, 덕(德)이 없으면 감히 예악(禮樂)을 작(作)하지 못하고, 그 덕(德)이 있으나 그 위(位)가 없으면 역시 예악(禮樂)을 작(作)하지 못한다. 鄭氏曰: “言作禮樂者, 必聖人在天子之位.” 정씨가 “예악(禮樂)을 제정할 수 있는 사람은 반드시 성인으로 천자의 지위에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다는 말이다.”라고 말했다. |
중용(中庸)의 이 문장이 의미하는 것은 ‘어떠한 위(位)는 있지만 내면적으로 덕(德)을 갖고 있지 못하면 감히 예악(禮樂)을 만들지 못한다. 그리고 내면적인 덕(德)은 있으나 위(位)가 없으면 감히 예악(禮樂)을 만들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예악(禮樂)을 만든다는 것의 어려움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우(愚)와 천(賤)의 구체적인 의미가 뒤에 나온다고 했죠? 여기 위(位)가 있으나 덕(德)이 없는 사람[雖有其位 苟無其德]이 바로 첫 문장에서 사용된 우(愚)에 해당하는 것이고 이것은 전 시간에 설명했던 존덕성(尊德性)과 도문학(道問學)의 계열로 본다면 외왕(外王)의 문제와 관련되어 있는 것입니다. 덕(德)은 있으나 위(位)가 없는 사람[雖有其德 苟無其位]은 바로 천(賤)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내성(內聖)의 문제인 것입니다.
결국 이 말들은 천자(天子)라고 해서 다 예악(禮樂)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천자(天子) 중에서도 문왕(文王)이나 무왕(武王)과 같이 내성외왕(內聖外王)이 전부 갖추어진 사람이라야 예악(禮樂)을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이 예악(禮樂)이라는 것은 문명의 시작, 문명의 패러다임을 만드는 것이고 한번 만들면 만인이 따르지 않을 수 없는 매우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그 위(位)만을 가지고는 부족하고 내면적으로도 덕성(德性)을 가지고 있어야 예악(禮樂)을 만들 수 있으며, 또 공자(孔子)와 같이 내면적 덕성(德性)을 가진 사람도 그 위(位)를 가지고 있지 못하면 예악(禮樂)을 만들 수 없다는 말입니다.
이 김용옥도 실력 있고 덕(德)을 가지고 있지만 저는 현재 아무런 위(位)도 없어요. 그래서 이 김용옥도 함부로 작(作)을 하지 못합니다. 여기서 덕(德)이라는 것은 단순히 모랄 버츄얼(Moral virtue)가 아니고, 노자(老子)의 도덕(道德)을 설명하면서 누누이 강조했듯이 공부(工夫)를 통해 쌓여진 것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만약 이 김용옥이 청와대에 있다면, 그러면 나는 작(作)을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죠. 타이밍과 모든 상황이 맞아야 합니다. 그래서 공자(孔子)는 뭐라고 했습니까? ‘술이부작(述而不作)’, 즉 옛것을 술(述)했을 뿐 작(作)한 것이 아니라고 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 ‘술이부작(述而不作)’이라는 말은 참으로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역시 이 ‘작(作)’을 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어려움과 문제가 있습니다. 나도 참 고민하고 있는 점입니다. 그러면 이제 공자(孔子)의 말로 인용되고 있는 마지막 문장의 의미를 해석해보도록 합시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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