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떠난 후에야 빈자리가 보인다
벚꽃 잎이 흩날리고 있다. 이 사진은 여행을 떠나기 전에 스크랩한 것이다. 어느새 봄이 오는가 싶었는데 지금은 점차 무더워지는 것이 느껴지며 여름이 오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 벚꽃이 만개했다. 하지만 곧 질 것이고, 이런 장사진은 떠날 것이다. 몰려듦과 떠남, 하지만 내년에 다시 이런 장사진을 이룰 것이다.
봄에서 여름으로, 그리고 또 봄으로
시간은 그렇게 흘러간다. 그건 곧 우리의 인생도 흐르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리라. 노 전대통령은 ‘삶과 죽음은 인생의 한 조각生死如一’이라고 말했듯이 여름이 온다고 봄이 완전히 죽는 건 아니다.
언어습관 상 봄과 여름은 전혀 다른 것처럼 인식될 뿐이지 실상은 두 계절이 아니라 하나의 자연스런 흐름일 뿐이다. 그렇게 변해가는 과정 속에 한 부분만을 뽑아내 판단해선 안 된다. 한 순간의 것들만 보고 일희일비一喜一悲할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그 자체만을 즐기고 행복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할 뿐.
▲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떠난 후에야 빈자리의 큼을 안다
나도 모처럼만에 자리에 앉아 공부를 한다. 오랜만에 앉으니 적응이 안 되어 불편하기도 하고 이런 날 걸어 다녔으면 최악이겠다 싶기도 하다. 어찌되었든 딱 좋은 시기에 여행을 마친 게 다행이란 생각뿐이다.
그런데도 마음은 어찌나 무거운지. 서거 소식을 들은 이후부터 지금까지 그렇다. 신문을 읽다가도 눈시울이 붉어지고 UCC 동영상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평소에 그를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그를 대통령 선거 때 뽑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지역색이 반영된 투표였다. 그 땐 정치에 관심이 없었고 덩달아 여기저기에서 그 분을 욕하는 소리를 많이 들었던 탓에 나쁜 이미지가 더 강했다.
하지만 그 후 어느 정도 사회와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후에 보니 정책 방향은 나의 생각과 달랐지만 인간다운 면모가 맘에 들었었다. 그가 꿈꾸는 세상은 ‘사람이 사는 세상’이란다. 어떤 권위나 재산이 없어도 자신의 꿈과 희망이 있으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그런 세상. 그가 권력을 휘두르지 않으려 했던 것도, 온갖 유혹에 빠지지 않으려 했던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였던 거다.
그만큼 우리가 여태껏 만나 온 대통령과는 확연히 다른 대통령을 지난 5년간 만나왔던 것이다. 그런 분위기가 어색했던 탓일까. 거대 언론이 그의 탈권위를 잘못된 것이라 꼬집었던 탓일까. 우린 하염없이 불평, 불만을 쏟아내기에 바빴다. 그게 행복한 순간이었다는 것을 새 정부가 들어서고서야 알 수 있었으니. 사람의 진가는 그가 있을 때보다 그 사람이 떠난 빈자리를 보고서야 안다고 했던가. 그 말의 진짜 의미를 이제야 알 것 같다.
▲ 말이 그대로 기사가 되지 않는다. 그들만의 프레임속에서 재해석되고 재평가될 뿐이다. 그래서 신문은 잘 따져봐야 한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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