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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애노희락의 심리학, 제1부 사상인의 기본 성정, 제4장 보편 / 특수, 주관 / 객관 - 2. 주관 / 객관: 생명의 기본 단위는 무엇일까 본문

책/철학(哲學)

애노희락의 심리학, 제1부 사상인의 기본 성정, 제4장 보편 / 특수, 주관 / 객관 - 2. 주관 / 객관: 생명의 기본 단위는 무엇일까

건방진방랑자 2021. 12. 26.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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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기본 단위는 무엇일까

 

수학은 아무래도 어려워하는 사람이 많으니, 다른 학문에서 몇 가지 예를 들어보기로 하자. 이번에는 생물학이다. 독립적인 생명체의 단위는 무엇일까? 나는 하나의 생명체일까? 내가 하나의 생명 단위가 맞을까? 확실할까? 내 몸속에는 상당히 많은 대장균이 있다. 대장균들은 나와 공생하고 있다. 내 장 속의 대장균을 다 쓸어내버리면 소화 기능이 현저히 약화된다. 내 몸의 능력만으로는 도저히 소화시킬 수 없는 여러 종류의 물질들이 대장균에 의해 소화 가능한 물질로 분해된다. 그 대장균들은 세포나, 소화액을 내는 내 몸속의 기관처럼 내 몸의 일부일까? 아니면 나와는 독립된 생물일까?

 

위의 질문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장균이 자신과 독립된 생명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렇다면 좀더 까다로운 예를 들어보자. 우리 몸의 모든 세포에는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라는 작은 소기관이 들어 있다. 모든 세포마다 들어 있는 놈이다. 무얼 하는 놈인지를 이야기해서 골치 아프게 만들 생각은 없다. 그저 세포가 생존하는 데 필요한 필수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 중의 하나라고 알면 된다. 그런데 이 놈은 별도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내 세포 내에 있는 놈이 내 세포의 핵에 있는 유전자와는 별도로 다른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생물학적 개념으로는 독립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독립된 생명이라는 의미다. 즉 독립된 생물이 환경의 변화에 따라 다른 생물의 세포 속으로 기어들어가 공생을 시작했을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세포 내로 기어들어가면서 독립적 기능들이 거의 퇴화해서 결국은 세포 내의 소기관 중의 하나가 되어버렸을지언정, 애초에는 독립된 생명체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미토콘드리아는 세포를 떠나면 파괴된다. 세포도 미토콘드리아가 없으면 죽는다. 그렇다면 나와 내 세포 내의 미토콘드리아들은 서로 독립된 생명일까, 아닐까?

 

이번에는 반대로 우리가 독립된 생물이라 부르는 것이 과연 독립적인가를 생각해보자. 보통의 독립된 생물은 자체적으로 생식능력이 있다. 그러나 개미는 여왕개미와 일부 수개미 이외에는 생식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또 개미는 우리가 쉽게 하등생물이라고 취급하기에는 너무 고도로 분화된 사회구조를 가지고 있다. 개미끼리의 정보의 공유도는 매우 높다. 페로몬이라는 독특한 화학물질로 이뤄지는 정보의 교환은 아주 독특하다. 인간들끼리 적당히 서로 감추고 숨기고 하는 모습보다는, 인간내의 각각의 세포, 조직들끼리 여러 내분비, 외분비 물질로 정확하고 신속하게 신호를 전달하는 모습에 더 가깝다.

 

개미집 하나를 하나의 생명체로 보면 어떨까? 이상할까? 개미집을 구성하는 모든 개미들은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마치 한 인간의 모든 세포가 같은 유전자를 가지는 것과 같다. 하나의 생명체가 하나의 생식기관을 가지듯, 개미집은 여왕개미라는 하나의 생식기관을 갖는다. 우리 몸에는 스스로 죽는 세포들이 있다. 백혈구들은 해로운 균을 잡아먹으며 스스로 죽는다. 손톱이나 머리카락처럼 신경이 차단되어 고통을 느끼지 않게 되어서 몸을 보호하는 조직들이 있다. 개미집이 공격을 받으면 개미들은 그런 식으로 반응한다. 좁은 구멍을 틀어막으며 스스로 목숨을 끊어 적의 침입을 막는다.

 

생물학은 생명체를 다룬다. 주변의 무생물과 구분되는 특성을 가지는 무언가를 인식하고 이를 생명체라 이름 붙이는 것이 생물학의 시작이다. 그런데 그 기본 단위가 무엇이냐는 질문은 대답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하나의 인간, 하나의 개미, 하나의 나무를 기본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세포 하나하나를 생명으로 볼 수도 있다. 즉 우리가 흔히 인식하는 생명체를 이런 기본 생명체의 집합체로서 인식하자는 것이다. 독립된 생명이라는 아메바와 인간의 세포의 하나인 백혈구의 움직임은 매우 유사하다. 반대로 위에서 제시한 대로 개미집을 하나의 생명체로 볼 수도 있다. 생태학을 공부하려면 이런 확대된 생명체 개념의 접근이 필요하다. 사회유기체론 역시 이런 개념과 관련이 있다. 국가를 하나의 단위로 보는 국가 중심적 사고, 지구를 하나의 생명체로 보는 가이아 이론(Gaia hypothesis) 같은 것들은 이런 개념이 확대된 것이다.

 

결국 생물학의 기본은 인식이다. 주관적 인식이며, 직관이다. 무엇이 생명인가는 논리로 정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여러 주관적 인식, 직관적 인식들 중에 가장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는 부분을 추려내어 이를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물리학, 화학도 다 마찬가지다. 분자나 원자를 존재하는 객관적 물질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그것 역시 합의된 개념일 뿐이다. 이 이야기를 하자면 그 자체로 또 책 한 권이라서 더 이상은 생략하겠지만, 분자, 원자, 이온, 소립자 등등, 모두 이런 단위로 정리하여 우리 학문의 기본으로 삼자는 합의된 개념일 뿐이다.

 

논리의 전개를 위한 확실한 기반은 늘 존재한다는 믿음을 부수려는 시도가 어느 정도 성공했는지 모르겠다. 독자들의 머릿속이 좀 혼란스러워졌다면 어느 정도 성공한 것인데, 논리에 대해서 이 정도 이야기했으면 이제 객관에 관해서 좀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어쨌든 논리를 지나치게 중시하는 것을 막고 싶은 것일 뿐, 논리를 완전히 무시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로 논리 중시에 대한 공격을 끝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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