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사는 괴로워
01년 3월 29일(목)
바람이 불다가 눈이 조금 옴
요근래 속이 별로 좋지 않음을 느꼈으며, 그에 따라 밥맛도 별로 없었다. 그렇게 며칠을 보냈다.
그러던 오늘 나의 병이 설사인 걸 알았다. 어제 초번초를 총기점오의 연장으로 아이들과 함께 마무리 짓고 긴장이 풀어진 순간에 화장실에서 오줌을 싸던 찰나에 엉덩이 쪽에서 방귀가 나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 뭔가 뜨뜻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어렸을 때, 딱 한 번 경험해봤던 그런 찝찝한 기분이, 지금 이 순간 드는 건 무슨 이유일까? 난 불침번 보고를 마치고 오자마자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확인해 보았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건 기정사실이었다. 물끈한 게 팬티에 그득 묻어 있었기에, 그런 현실이 혐오스러웠을 뿐만 아니라 과연 내가 인간인가 하는 의문까지 들 정도였다. 그렇게 금세 뒷처리를 하고 자리에 누웠다.
오늘은 기록사격이 있다. 아침부터 배가 더부룩함이 느꼈고, 그에 따라 빨리 배설하고 싶었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달려가서 볼 일을 보았는데, 설사가 이렇게 많이 나올 수가 없었다. 어제저녁에 눴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쏟아져 내렸다. 밥 먹고 와서 또 누니, 그것 또한 만만치 않은 양이었다.
그렇게 설사에 대한 부담을 가지고 자동화 사격장에 도착해서, 그곳에서도 볼 일을 봤고, 합격을 한 후에 빨리 도착한 내무실에서도 또한 봤다. 미치겠다. 먹는 족족 쏟아내고 있으니 말이다. 빨리 나아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다. 그래야만 군생활도 별 어려움 없이 해나갈 수 있을 텐데. 좀 지저분한 이야기이지만, 그게 나인 걸 어쩌랴~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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