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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 찾아온 유학자들, 이황과 이이 - 주희의 이기론을 그대로 따른 이이 본문

고전/대학&학기&중용

강의실에 찾아온 유학자들, 이황과 이이 - 주희의 이기론을 그대로 따른 이이

건방진방랑자 2022. 3. 7.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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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의 이기론을 그대로 따른 이이

 

 

이황사단칠정론이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진 것은 사실입니다. 사단이 이()가 드러난 경우라면 칠정은 기()가 드러난 경우라고 보는 것이 그의 핵심적인 주장이지요. 그런데 여기에는 심각한 문제가 하나 놓여 있습니다. 이가 드러난다는 말은 우리 내면에 있는 이가 외부 사물을 만났을 때 감응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과연 이라는 것이 마치 기처럼 그렇게 작동하고 움직일 수 있을까요? 이런 의문을 던지는 이유는 주희에게서 이란 그렇게 작동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월인천강(月印千江)’의 비유를 다시 떠올려보도록 하지요. 강물은 요동치며 작용합니다. 그에 따라 강에 비친 달그림자도 요동치게 되겠지요. 이런 경우 달그림자 자체가 움직였다고 할 수 있을까요? 누구도 그렇다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여기서 요동치는 강물이 기를 상징한다면, 강물에 비친 달 그림자는 바로 이를 상징합니다.

 

이이가 기대승을 편들며 이황을 비판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이황이 기본적으로 주희의 이기론의 구조를 오해했다고 본 것이지요. 만약 이기론에 대한 입장이 공유되지 않는다면 그로부터 파생되는 사단이나 칠정에 관한 논의는 전혀 합의되기 어려울 것이 뻔합니다. 따라서 이이는 이황의 견해를 검토하면서 우선 주희의 이기론에 대해 다시 한 번 숙고합니다.

 

 

대개 형체도 있고 작용도 있으며 움직임과 멈춤이 있는 것은 기()이다. 형체도 없고 작용도 없지만 움직이거나 멈춘 것 속에 내재하는 것이 이()이다. 이가 비록 형체도 없고 작용도 없지만 기는 이가 아니면 움직일 근거가 없다. 그러므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형체도 없고 작용도 없지만 형체가 있고 작용도 있는 것을 다스리는 것이 이이고, 형체도 있고 작용도 있지만 형체도 없고 작용도 없는 것을 담는 그릇이 기이다.”

그러므로 본성은 이이고 마음은 기이며 감정[]은 마음이 움직인 것이다. 율곡전서(栗谷全書)(12) 답안응휴제일서(答安應休第一書)

大抵有形有爲而有動有靜者 氣也 無形無爲而在動在靜者 理也 理雖無形無爲 而氣非理則無所本 故曰無形無爲而爲有形有爲之主者 理也 有形有爲而爲無形無爲之器者 氣也 是故 性 理也 心 氣也 情 是心之動也

대저유형유위이유동유정자 기야 무형무위이재동재정자 리야 리수무형무위 이기비리즉무소본 고왈무형무위이위유형유위지주자 리야 유형유위이위무형무위지기자 기야 시고 성 리야 심 기야 정 시심지동야

 

 

이이의 이기론은 월인천강(月印千江)’의 비유로 설명되는 주희의 이기론을 그대로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이()가 형체도 없고 작용도 없지만 모든 개체 속에 내재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반면 기()는 형체도 가지고 있고 작용도 가지고 있어서 모든 개체를 개체로 만드는 능동적인 힘을 가진 것이지요. 비록 이가 아무런 형체도, 작용도 갖지 못했지만 기를 다스리고 통솔합니다. 그래서 이이는 이가 없다면 기가 바탕으로 삼을 근본이 없어진다고 말한 것이지요. 한편 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이를 담는 그릇과도 같은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이이의 평가처럼 만약 형체도 없는 이가 기를 다스린다고 주장하려면 적어도 이의 어떤 영향력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무런 작용도 없이 기 안에 내재되어 있을 뿐인 이가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요? 그러한 이가 정말 기를 존재하게 하는 근본 바탕이 된다고 말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듭니다. 주희는 인간 안에 깃든 이를 명덕(明德)이라고도 말한 적이 있습니다. ‘밝은 덕으로서의 명덕은 스스로 환히 비추는 능력을 갖고 있지요. 따라서 이 덕의 밝음이라는 힘은 결과적으로 무엇인가를 끌어내고 생성하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다양한 의문들 속에서 이황의 경우처럼, 이가 스스로 드러나 작동한다고 보는 관점 또한 나올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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