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와 소인의 조화로운 정치질서
여러분은 앞에서 소개한 『춘추좌전』의 한 구절을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군자들은 능력 있는 사람을 숭상하여 아랫사람에게 양보하고, 소인들은 농사일에 열중하여 윗사람을 섬겼다[君子尙能而讓其下, 小人農力以事其上].”고 했던 말을요. 여기서 군자는 당시의 통치계층을 가리키며, 소인은 그렇지 않은 일반 백성들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군자의 역할은 능력 있는 사람들을 숭상해야 하는 것이고, 소인의 역할은 농사일에 열중하여 윗사람을 섬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군자는 훌륭한 인재들을 등용하여 자신의 관료로 채용해야 하고, 소인은 농사라는 직접적인 경제활동에 힘써야 한다는 뜻이지요. 그렇다면 군자와 소인의 관계는 어떤 것일까요? 공자의 말대로라면 군자는 소인에 대해 양보할 줄 아는 관용의 미덕을 갖춰야 하고, 반대로 소인은 자신의 생산물을 바쳐 군자를 섬겨야 한다고 볼 수 있겠지요.
공자가 말한 예(禮)란 바로 군자와 소인이 각자의 책무를 잘 수행하여 양자 사이의 관계가 원활하고 훌륭하게 이루어진 상태를 뜻합니다. 다시 말해, 군자는 소인에게 양보하고, 소인은 군자를 진심으로 섬길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지요. 물론 그렇게 하기 위해서 군자는 능력 있는 관료를 선발하여 정치를 잘 운영해야 하겠고, 소인은 자신의 직분에 따라 열심히 농사일에 종사해야 하겠지요. 그런데 여기서 보다 중요한 것은 군자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군자가 정치를 잘 하고 소인에게 관용의 미덕을 보이면, 당연히 소인들은 다른 걱정 없이 농사일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테니까요. 이런 조화로운 정치 질서, 또는 군자와 소인과의 관계가 바로 공자가 꿈꾸던 예가 실현된 사회였습니다. 그의 말을 들어보도록 하지요.
윗사람이 예(禮)를 좋아하면 백성들이 감히 공경하지 않을 수 없고, 윗사람이 의(義)를 좋아하면 백성들이 감히 복종하지 않을 수 없고, 윗사람이 신의(信)를 좋아하면 백성들이 감히 진실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된다면 사방의 백성들이 제 자식을 포대기에 업고서 찾아올 것이다. 『논어』 「자로」
上好禮, 則民莫敢不敬; 上好義, 則民莫敢不服; 上好信, 則民莫敢不用情. 夫如是, 則四方之民襁負其子而至矣.
상호례, 즉민막감불경; 상호의, 즉민막감불복; 상호신, 즉민막감불용정. 부여시, 즉사방지민강부기자이지의.
위의 구절에서 군주와 백성이라는 말은 앞에서 살펴본 군자와 소인을 달리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지금 공자가 말한 예(禮), 의(義), 신(信)이 마치 별개의 덕목인 것처럼 들리지요? 그러나 사실 이 세 가지 덕목들은 하나의 의미 연쇄를 이룹니다. 예란 기본적으로 군주와 신하의 역할을 규정하는 것이라면, 의란 예에 따라서 각자 수행해야 하는 의무를 가리킵니다. 마지막으로 신이란 신뢰나 믿음으로 번역할 수 있는데, 이것은 군주가 군주로서 자신의 의를 잘 수행하면 결국 소인들이 신뢰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따라서 이 세 가지 덕목을 하나로 이야기하면, 군주가 예를 잘 지켜야 백성들이 정치를 신뢰하게 되고, 그 결과 국가가 안정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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