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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자로 - 4. 농사짓는 법을 물은 번지 본문

고전/논어

논어 자로 - 4. 농사짓는 법을 물은 번지

건방진방랑자 2021. 10. 12.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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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농사짓는 법을 물은 번지

 

 

樊遲請學稼, 子曰: “吾不如老農.” 請學爲圃. : “吾不如老圃.”

種五穀曰稼, 種蔬菜曰圃.

 

樊遲. 子曰: “小人哉, 樊須也!

小人, 謂細民, 孟子所謂小人之事者也.

 

上好禮, 則民莫敢不敬; 上好義, 則民莫敢不服; 上好信, 則民莫敢不用情.

, 去聲.

, 大人之事也. 好義, 則事合宜. , 誠實也. 敬服用情, 蓋各以其類而應也.

 

夫如是, 則四方之民襁負其子而至矣, 焉用稼?”

, 音扶. , 居丈反. , 於虔反.

, 織縷爲之, 以約小兒於背者.

楊氏曰: “樊須遊聖人之門, 而問稼圃, 志則陋矣. 辭而闢之可也, 待其出而後言其非, 何也? 蓋於其問也, 自謂農圃之不如, 則拒之者至矣. 之學疑不及此, 而不能問. 不能以三隅反. 故不復. 及其旣出, 則懼其終不喩也, 求老農老圃而學焉, 則其失愈遠矣. 故復言之, 使知前所言者意有在也.

 

 

 

 

해석

樊遲請學稼, 子曰: “吾不如老農.”

번지가 농사짓는 것을 배우길 청하자 공자께서 나는 능숙한 농부만 못하단다.”라고 말씀하셨다.

 

請學爲圃. : “吾不如老圃.”

채마밭 가꾸는 것을 배울 것을 청하자 공자께서 나는 능숙한 농부만 못하단다.”라고 말씀하셨다.

種五穀曰稼, 種蔬菜曰圃.

오곡을 심는 것을 가()라 하고 채소를 파종하는 것을 포()라 한다.

 

樊遲. 子曰: “小人哉, 樊須也!

번지가 나가자 공자께서 소인이로구나, 번수여!

小人, 謂細民,

소인(小人)은 자잘한 백성을 말하니

 

孟子所謂小人之事者也.

맹자가 말했던 소인의 일이란 것이다.

 

上好禮, 則民莫敢不敬; 上好義, 則民莫敢不服; 上好信, 則民莫敢不用情.

윗사람이 예를 좋아하면 백성이 감히 공경하지 않음이 없고, 윗사람이 의를 좋아하면 백성이 감히 복종하지 않음이 없으며, 윗사람이 믿음을 좋아하면 백성이 감히 정감을 쓰지 않음이 없다.

, 去聲.

, 大人之事也.

()와 의()와 신()은 대인의 일이다.

 

好義, 則事合宜.

의를 좋아하면 일이 마땅함에 합치된다.

 

, 誠實也.

()은 성실함이다.

 

敬服用情, 蓋各以其類而應也.

공경하고 복종하며 실정을 사용함은 대체로 각각 그 종류대로 응하는 것이다.

 

夫如是, 則四方之民襁負其子而至矣, 焉用稼?”

이와 같다면 사방의 백성들이 자식을 포대기에 싸고 이르러 오니, 어찌 농사짓는 것을 쓰겠는가?”

, 音扶. , 居丈反. , 於虔反.

, 織縷爲之, 以約小兒於背者.

()은 끈으로 짜서 사용하여 어린아이를 등에 묶는 것이다.

 

楊氏曰: “樊須遊聖人之門,

양시(楊時)가 말했다. “번수는 성인의 문하에서 유학하는데

 

而問稼圃, 志則陋矣.

농사짓고 채마밭 가꾸는 것을 물었으니 뜻이 비루하다.

 

辭而闢之可也,

말씀하여 열어줬다 함이 옳지만

 

待其出而後言其非, 何也?

나가길 기다린 후에야 잘못된 것을 말한 건 어째서인가?

 

蓋於其問也, 自謂農圃之不如,

대체로 그 물음에 대해 스스로 농부나 채마밭 관리만 못하다고 말한 것은

 

則拒之者至矣.

거절한 것의 지극함이다.

 

之學疑不及此, 而不能問.

번수의 학문이 의심하기로 이에 미치지 못하여 물을 수 없었다.

 

不能以三隅反. 故不復.

세 모퉁이로 증명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말하지 않은 것이다.

 

及其旣出, 則懼其終不喩也,

이미 나감에 미쳐서는 마침내 깨닫지 못할까 두려워했다.

 

求老農老圃而學焉,

능숙한 농부와 능숙한 채마밭 관리인을 구하여 배우면

 

則其失愈遠矣.

실수는 더욱 멀어진다.

 

故復言之,

그러므로 다시 그것을 말하여

 

使知前所言者意有在也.

전에 말했던 것이 뜻이 있었음을 알게 한 것이다.

 

논어 자로(子路)’편에서 번지(樊遲)라는 제자가 농사짓는 법이나 채소 가꾸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하자 공자는 완곡하게 거절했다. 논어 전체에서 이처럼 기이한 대화가 있을까. 공자는 공자 스스로 나는 젊은 시절 미천했으므로 비루한 일에 많이 능하다라고 했으므로 농사에도 밝았을 것이다. 또 공자의 학당에서는 정치에서 농사를 본무(本務)로 삼았다. 그렇거늘 공자가 번지를 나무란 이유는 무엇인가.

번지(樊遲)는 이름이 수(), ‘안연(顔淵)’편에서 인()은 애인(愛人), ()는 지인(知人)이라는 공자의 가르침을 들은 인물이다. 학가(學稼)의 가()는 벼 메기장 기장 보리 콩 등 오곡(五穀)을 심는 일을 말한다. 불여(不如)보다 못하다는 열등비교를 나타낸다. 위포(爲圃)는 밭을 가꿔 야채 기르는 일을 말한다.

번지의 질문이 돌연한 듯해서 후대의 해석가는 그를 어리석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성호 이익은 번지가 맹자에 나오는 허행(許行)처럼 직접 노동을 하면서 정치를 해야 한다고 보는 설을 대변했다고 여겼다. 정약용도 번지는 후직(后稷)이 농사지으면서 천하를 다스렸다는 신농씨설(神農氏說)에 따라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고 보는 관점을 지녔다고 보았다. 그런데 공자는 그 관점이 식화(食貨)만 앞세우고 예의(禮義)를 뒤로 하는 폐단을 초래할까봐 꾸짖었다는 것이다.

번지는 올바른 도가 실행되지 못하자 농사일로 사방 백성이 찾아오게 하면 좋으리라 여겼을 것이다. 오늘날 많은 분이 귀농(歸農)하는 것도 세상의 혼란상에 염증을 느끼기 때문이 아닌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인용

목차 / 전문 / 편해 / 역주

생애 / 공자 / 유랑도 / 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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