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상의 탄생
우리는 쿠샨왕조하며는 그 전성기를 이룩한 카니쉬카(Kaniṣka) 왕 생각이 나고, 카니쉬카왕하며는 『한서』(漢書)를 지은 반고(班固)의 동생 반초(班超) 생각이 납니다. 반초는 형 반고, 아버지 반표(班彪), 여동생 반소(班昭)와 함께 이름을 날린 초(楚)나라 명가의 자손으로 서역의 정벌에 대공을 세운 명장인데, AD 90년경 파미르고원을 넘어 카니쉬카왕의 군대와 일대 격전을 벌려 결국 카니쉬카의 무릎을 꿇게 하고 말았지만, 카니쉬카는 현명하게 화친을 맺고 오히려 파미르고원의 동서에 걸친 실크로드의 요지를 장악하고 로마와 계속 교역했던 것입니다. 카니쉬카왕이 로마의 아우레이(aurei)금화를 모방하여 갖가지 금화를 주조하였는데, 이 금화의 여러 신상 중에서 불타의 모습도 발견되는 것입니다. 그가 개척한 영토는 푸루샤푸라(Puruṣapura)【현 파키스탄내의 페샤와르Peshāwar】를 수도로 하여, 동터키스탄과 서터키스탄의 일부, 아프가니스탄 전역으로부터 북인도의 대부분, 그리고 베나레스를 포함한 서인도의 북반에 이르는 대영토였으며, 이러한 대제국의 활발한 교류를 기반으로 불교는 아쇼카왕이래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 것입니다. 카니쉬카왕 치세하의 쿠샨왕조문명의 세계사적 의의는 바로 당대 세계의 3대문명, 인도문명, 중국문명, 로마문명의 접점 역할을 했으며 여기서 간다라예술이 탄생하고 대승불교의 씨앗이 탄생되었으며 불교가 중국으로 전래되는 최초의 계기를 형성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주의하여야 할 것은 이 시기에 쿠샨왕조에 전래된 불교가 대승이 아니라 소승부파불교였으며, 그 중에서도 특히 설일체유부(說一切有部, Sarvāsti-vādin)의 교학이 집대성되었다는 것입니다(불경의 제4결집 성립). 『대비파사론』이 편찬되었으며, 전설이기는 하지만 그 유명한 불교시인 아슈바고샤(Aśvaghoṣa), 마명(馬鳴)보살도 브라흐만(Brahman) 계급의 출신으로 카니쉬카 왕의 친구였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최초의 불상계열에서는 대승의 영향은 찾아볼 수가 없으며, 소승의 아가마의 내용을 전달하는 불전도(佛傳圖)【불타의 생애를 말해주는 그림을 부조로 조각한 것이며 이것은 불타 단독의 조상이 아니라 여러 오브젝트들이 같이 등장한다】 계통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불전도에 그려넣어진 불타의 모습에서 발전하여 단독 불상이 출현한 것은 타카타(高田修)선생의 고증에 의하면 AD 120~130년경이 된다고 합니다【『佛像の誕生」, p.109. 『불상의 탄생』, p.112.】. 이 초기 단독불상에도 ‘보살’개념이 없다는 것은 아직 대승적 성격을 구현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 제2의 아쇼카라 할 카니쉬카 왕이 로마의 아우구스투스 주화를 모방하여 주조한 이 금화들은(AD 1ㆍ2세기) 쿠샨왕조의 종교와 문화에 대한 위대한 선전물이라 할 수 있다. 변형된 그리스 문자가 분명히 ‘붓다’임을 명시하고 있다. 광배와 긴 귓밥, 휘감은 법복의 주름형태들이 이미 오늘날 불상의 조형적 요소를 다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난디를 타고 있는 시바의 주화도 발견된다. 쿠샨 왕조의 국제적 성격과 다양한 종교에 대한 관용성을 잘 전해주고 있다. 대영박물관 소장.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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