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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철학과 굴뚝청소부, 제5부 언어학과 철학 ‘혁명’ : 근대와 탈근대 사이 - 4. 비트겐슈타인 : 언어게임과 언어적 실천, 근대철학과 비트겐슈타인 본문

책/철학(哲學)

철학과 굴뚝청소부, 제5부 언어학과 철학 ‘혁명’ : 근대와 탈근대 사이 - 4. 비트겐슈타인 : 언어게임과 언어적 실천, 근대철학과 비트겐슈타인

건방진방랑자 2022. 3. 2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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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철학과 비트겐슈타인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철학은 구조언어학의 그것과 몇 가지 점에서 크게 다릅니다. 기호의 의미를 용법으로 정의하는 것도 그렇고, 실천이란 개념을 통해 언어의 문제를 사고하는 것도, 생활형태 속에서 언어활동을 이해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특히 둘의 차이가 두드러지는 것은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철학에는 구조언어학과 달리 항상-이미 정해진 의미구조, 완결된 체계를 이루는 의미구조 같은 것이 없다는 점입니다. 물론 어떤 언어든지 나름의 규칙에 따라 사용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비트겐슈타인에게는 그 규칙 자체가 소쉬르가 생각했던 랑그처럼 하나의 단일한 체계로서 항상-이미 존재하고 있는 게 아니라, 언어적 실천에 의해 가변하는 (게임의) 규칙으로서 존재하고 있는 것입니다. 랑그는 불변적인 실체가 아니라, 어쩌면 일종의 가족유사성을 갖는 규칙들의 집합인 셈입니다. 따라서 소쉬르와 달리 비트겐슈타인은 상황과 무관하게 하나의 언어를 사용하는 모든 인간이 공유하고 있는 선험적 구조를 상정하지 않습니다. 또한 기표의 의미가 용법이라면, 그것이 도달해야 할 어떤 본래적 지점이 따로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기표의 미끄러짐과 같은 문제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다른 한편 소쉬르와 달리 언어의 의미가 별도로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오히려 언어게임 속에서 기호의 용법으로 의미를 정의함으로써, 차라리 그것을 규정하는 상황과 규칙, 그리고 실천에 주목케 합니다. 이런 차이로 인해 구조언어학으로는 설명하기 난감한, 언어를 가르치고 배우는 문제에 효율적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언어를 실천이나 상황과 같은 언어 외적인 것에 결부시켜 파악하기 때문에, 즉 생활형태라는 좀더 포괄적인 것의 일부분으로 다루기 때문에, 소쉬르처럼 언어 자체만을 독립시켰을 때와는 달리 언어의 변화를 이해할 수 있는 개념적 공간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는 언어적 실천과 비언어적 실천, 언어와 언어 외적인 것 간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줄 고리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제 진리는 이렇게 정의된 언어 및 언어게임의 개념을 통해 형성되는 믿음의 문제로 파악됩니다. 그 믿음은 물론 실천과 생활형태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지만 말입니다. 지식을 이런 관점에서 파악함으로써 대상과 개념의 일치, 혹은 대상과 주관의 일치라는 근대적 진리 개념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납니다.

 

저는 이러한 관점을 좀더 밀고 나간다면 진리를 특정한 언어게임 내부에서 진리효과에 의해 정당화되는 지식으로 다시 정의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즉 옳은 지식으로서 갖는 효과(진리효과)에 의해서, 특정한 언어게임 내부에서 진리라는 믿음을 지속할 수 있는 지식이 바로 진리일 거라는 생각입니다. 그게 공학에 의한 것이든, 다른 이론적 명제에 의한 것이든, 아니면 집단적이거나 개인적인 실천에 의한 것이든 간에 말입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실천은 실증주의자의 생각처럼 진리를 검증해주는 기능을 하는 게 아니라, 진리효과에 의해 어떤 지식을 정당화하거나 부정하는 기능을 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비트겐슈타인이 말하는 믿음이란, 단순히 주관적인 신앙이라기보다는 이처럼 실천에 의해 유지되거나 파괴되는 것이고, 따라서 진리란 믿음의 함수이자 실천의 함수인 셈입니다.

 

그리고 주체란 언어게임을 통해 활동하는 개개인을 가리킨다고 하면, 그것은 결국 생활형태와 언어게임 속에서, 그리고 그 언어게임을 통해 형성되는 믿음에 의거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러한 언어게임과 주체간의 교호적 작동은 실천(언어적 비언어적)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비트겐슈타인에게 실천의 개념이란 맑스에게서 실천개념이 그랬던 것처럼 근본적이고 중심적 축임에 틀림없습니다.

 

 

 

 

인용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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