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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한글역주, 이루장구 상 - 17. 권도(權道)와 정도(正道) 본문

고전/맹자

맹자한글역주, 이루장구 상 - 17. 권도(權道)와 정도(正道)

건방진방랑자 2022. 12. 17.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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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권도(權道)와 정도(正道)

 

 

4a-17. 당대 직하의 수장격인 순우곤(淳于髡)성이 순우(淳于), 명이 곤(), 본시 제나라 사람이다. 제나라 위왕(威王)ㆍ선왕(宣王), 그리고 양혜왕의 멘토로서 활약하였다. 맹자보다 한 세대 위다. 이 대화는 제나라에서 혹은 위나라에서 이루어졌을 것이다. 순우곤의 날카로운 골계화법은 여기서도 잘 드러난다이 말하였다: “남자와 여자가 직접 손으로 물건을 주고받지 않는 것이 예라고 말해야겠지요?”
4a-17. 淳于髡: “男女授受不親, 禮與?”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그렇습니다. 손으로 주고받지 않는 것이 예입니다.”
孟子曰: “禮也.”
 
묻는다: “그럼 형수가 물에 빠졌는데 직접 손으로 끌어 잡아당겨 올리는 것은 어떻습니까?”
: “嫂溺則援之以手乎?”
 
말씀하신다: “형수가 물에 빠졌는데 손으로 끌어 잡아당기지 아니 하고 내버려두는 것은 승냥이나 이리처럼 잔혹한 짓이지요. 남녀가 직접 손으로 물건을 주고받지 않는 것은 평상시의 당연한 예()입니다. 그러나 형수가 물에 빠진 위급한 상황에 손으로 끌어내는 것은 왔다 갔다 하는 저울추처럼 상황에 따라 가변적인 방편[]입니다.”
: “嫂溺不援, 是豺狼也. 男女授受不親, 禮也; 嫂溺援之以手者, .”
 
말한다: “그럼 묻겠소. 지금 천하가 물에 빠졌는데, 선생께서는 왜 적극적으로 구원의 손을 뻗치지 아니 하시오? 그것은 무슨 이유입니까?”
: “今天下溺矣, 夫子之不援, 何也?”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천하가 물에 빠졌으면 그것은 반드시 인의(仁義)의 정도로써 구원해야 합니다. 형수가 물에 빠졌으면 당연히 즉각 손으로 구원해야 하겠지만, 선생께서는 형수를 손으로 구원하는 그러한 방편으로써 천하를 구원하시겠나이까?’
: “天下溺, 援之以道; 嫂溺, 援之以手. 子欲手援天下乎?”

 

순우곤의 질문은 매우 날카롭다. 그리고 맹자가 순우곤의 질문을 방어하는 자세도 매우 진지하고 논리적으로도 명료하다. 맹자는 순우곤의 논리를 따라가는 척하다가 최후에 강스파이크를 먹인다. 놀라운 반전이다.

 

여기 제기된 문제는 ()’이다. 권은 막대저울의 추이기도 하고, 막대저울 전체를 가리키기도 하고, 저울질하다라는 동사도 된다. 주 희는 추라고 주석을 달았는데 나는 그 주석의 뜻을 취하였다[, 稱錘也].

 

안소니 퀸(Anthony Quinn)과 타니 요오코(谷洋子)가 주연한 에스키모의 삶을 그린 바렌(원제: The Savage Innocents, 감독 니콜라스 레이Nicholas Ray. 1960년 작)이라는 작품이 있는데 극적인 상황윤리의 문제를 그렸다. 이글루를 찾아온 선교사에게 주인은 아내를 대접한다. 손님에게 아내와의 동침을 권하는 것이 이누크족의 호의이다. 이 호의를 거절하는 선교사에게 화가 난 주인은 선교사의 멱살을 잡고 몇 번 밀쳤는데 머리가 얼음벽에 부딪혀 그만 선교사는 죽고 만다. 하여튼 순우곤이 제기한 문제도 이러한 상황윤리(situational ethics)의 한 장면이다. 맹자는 ()’의 개념으로서 논리적 위기를 넘긴다. ‘의 개념은 이미 1a-7에 나왔다[, 然後知輕重]. 그리고 7a-26에도 나오고 있다.

 

순우곤은 반격을 가한다. ‘()’의 상황윤리를 인정한다면 왜 시급한 지금의 상황에서 천하를 구원하는 적극적 행위를 하지 않는가? 맹자는 의 방편으로서 천하를 구원할 수는 없다는 원칙론을 고수한다. ‘은 주관적이며 자의적 해석의 여지가 많으므로 남용될 수 없는 것이다. ‘방편이란 작은 주제에는 효율적일 수 있지만, 천하를 구원하는 문제는 그러한 방편적 술수로서는 불가능하다. 오직 내면의 도덕적 원칙을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수밖에 없다. 예의 형식은 시대에 따라 가변적일 수 있지만 그것을 관철하는 본래의 정신은 움직일 수 없는 것이다.

 

 

 

 

인용

목차 / 맹자

전문 / 본문

중용 강의

논어한글역주

효경한글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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