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재능인과 도덕인의 증여(贈與)
4b-7.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도덕의 품성이 마음 내면에 가득 차 있는 자가 그러한 품성을 아직 갖추지 못한 자를 훈도(薰陶)해야 하고【‘양(養)’을 주희가 ‘함육훈도(涵育薰陶). 사기자화야(俟其自化也)’라고 주했는데 매우 좋은 해석이다. ‘훈도(薰陶)’란 향을 피우면 오랜 세월을 거쳐 향이 방에 은은히 배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훈도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자화(自化)’, 즉 자기 스스로 감화되어 변해가는 것을 기약하는 것이다】, 재능이 있는 자가 재능이 부족한 자를 훈도(薰陶)해야 한다. 그러므로 집안에 슬기로운 아버지나 형제가 있는 것이 다행스러운 일이다. 저절로 도덕과 재능이 함양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도덕의 품성이 마음 내면에 가득 차있는 훌륭한 인물이 그러한 품성을 아직 갖추지 못한 자를 버리고 돌보지 아니하고, 재능이 있는 자가 재능이 부족한 자를 버리고 돌보지 않게 되면, 현(賢)과 불초(不肖)가 서로 이반(離叛)되어 그 거리는 이미 촌수로 계산할 수가 없게 된다.” 4b-7. 孟子曰: “中也養不中, 才也養不才, 故人樂有賢父兄也. 如中也棄不中, 才也棄不才, 則賢不肖之相去, 其閒不能以寸.” |
이것은 현재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양극화(Dipolarization) 현상과 매우 유사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역』에서 말하는 비의 형국이라 할 것이다. 맹자가 대중교육에 얼마나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프라그먼트라고 할 것이다.
여기서 ‘중(中)’은 꼭 자사가 말하는 과ㆍ불급이 없는 상태라고 보기 힘들다. 도덕적 내면이 충실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맹자는 쓴 것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중(中)’과 ‘재(才)’이다. 그것은 도덕(morality)과 재능(talents)이다. 이 두 가지만 구비하면 인간이 이 세상에 태어난 일인 몫을 하고도 남는다.
도덕과 재능을 구비한 자를 ‘현(賢)’이라 하고 그렇지 못한 자를 ‘불 초(不肖)’라고 한다면, 이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현과 불초가 양극화(Dipolarization)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현과 불초의 양극화는 왕도정치를 구현하는 데 가장 큰 방해가 된다고 맹자는 본 것이다.
따라서 경제적 양극화는 정전제도로서 해결을 꾀했지마는 더 중요한 것은 도덕과 재능의 정신적 양극화의 문제를 무엇으로 해결하느냐에 있었다. 이 정신적 양극화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가정교육의 훈도(薰陶)’라는 것이다. 집에 도덕과 재능을 갖춘 훌륭한 부모와 형제자매가 있는 것처럼 인간의 정신적 양극화를 해소시킬 수 있는 사회적 자산은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앞서(4a-18) 말한 ‘아버지가 아들을 직접 가르치지는 않는다[君子之不敎子].’라는 논의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것이다. 앞서 말한 것은 ‘교(敎)’에 관한 것으로 보다 전문적인 교육을 의미한다. 여기서는 ‘양(養)’에 관한 것으로 방에 향기가 스며드는 것과도 같은 자연스러운 훈도에 관한 것이다. 훈도(薰陶)는 자화(自化)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자화(自化)의 장으로서 가정 이상의 좋은 교육 필드가 없다는 것이 맹자의 지론이다.
서구에서 근대에 들어오면서 교육을 가정에서 분리시켜 대중화(mass education)시킨 것은 피치 못할 역사적 추세라고 말할 수는 있겠으나, 가정을 너무 프롤레타리아 생산단위로 파악하거나 자본주의 사회의 생리에 맞는 효율성의 측면에서만 규정하는 오류가 검토되지 않은 채 보편적 규범인 양 오인되는 상황 또한 적지 않다. 가정을 인간의 훈도의 장으로서 재건(the reconstruction of family education)하는 작업은 21세기의 중요한 과제상황이라고 나는 감히 말한다. 율곡도 『동호문답(東湖問答)』 「논아조고도불복(論我朝古道不復)」의 마지막 부분에 ‘군자소인(君子小人), 기간불능이촌(其間不能以寸)’이라 하여 본 장을 인용하고 있는데 선조시대의 세태를 이 말에 빗대어 절망스럽게 하고 있다.
마지막의 ‘기간불능이촌(其間不能以寸)’을 ‘현과 불초의 거리가 촌으로 잴 수도 없이 밀착되어 하나가 되고 만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으나 그것은 매우 촌스러운 해석이다. 나는 그런 유치한 해석을 취하지 않는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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