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 4. 중용적인 삶을 산다는 것
“국유도 불변색언(國有道 不變塞焉)” 주자 주(註)를 보면 “나라에 도(道)가 있으면 달성하지 못했던 때에 지키던 것을 변치 않는다[國有道 不變未達之所守].”라고 했는데, 이게 상당히 중요한 말입니다.
80년대 전두환 집권시절에 사회가 꽉 막혔었죠[塞]? 그렇게 무도(無道)했던 시점에서 문민정부로 오면서 유도(有道)하다고 그러잖아? 정말로 유도한 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외면적으로 볼 때는 그때에 비하면 도(道)가 있죠. 그렇지만 무도(無道)한 시절에 느꼈던 문제점이나 개선하려 했던 점들에 대한 마음가짐을 쉽게 바꿔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이 구절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80년대 문제의식이 몇몇 얼굴이 바뀌었다고 해서 다 해결되었다고 생각하면 안 되요. 그것을 끊임없이 중용(中庸)적으로 끌고 가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80년대에 학생운동을 하다 90년대에 들어서서 허탈감에 빠져 가지고, ‘나는 이제 두 손 들었다’라고 생각하면 이건 잘못된 겁니다. 중용(中庸)을 모르고 하는 처사란 말야. 그들 자신이 지향하고 우리 사회가 지향하고자 했던 근본적인 목표가 맑시즘을 실현하는 데 있는 것은 아니었잖습니까? 그때나 지금이나 지향하는 과제는 똑같이 있는 거예요. 근데 이 시점에서 이념적으로 타격을 받았다는 것은 그 좌를 자처하던 사람들이 이념이 없었다는 얘기밖에 안 되는 거예요.
한 마디로 말하면 중용(中庸)을 몰랐다는 거죠. 거기에 80년대 활동했던 지성인들의 비극이 있고, 여기에 김용옥이라는 존재의 강점이 있는 것입니다. 난 80년대고 90년대고 달라진 게 아무 것도 없거든. 80년대와 똑같은 래디칼리즘(radicalism, 급진주의)이 지금 나에게 있고, 똑같은 사회의식이 있고, 그래서 나의 이데올로기는 변화가 없어요. 80년대 투쟁으로 날렸던 사람은 다 날라 갔는데, 김용옥은 갈수록 세지잖아. 앞으로 모든 사람이 나한테 귀를 기울일 때가 올 겁니다. 난 어떤 한 시점에서의 역사에 문제의식을 둔 사람이 아니거든요.
지금 막말로 하는 것 같지만 이건 아주 중요한 얘깁니다. 사회의 근본문제가 어디 있고, 무엇을 위해 사느냐 하는 것을 사람들이 잘 몰랐어. 중용(中庸)을 알아야 됩니다. 그래야 본질적인 문제를 파악할 줄 안단 말이야. 그러니까 막혀 있던 시절에 초지일관하던 태도를 변하지 않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강한 것입니다. 이것은 나에게 있어서 아주 리얼하게 다가오는 거예요. 그러다가 “유도(有道)에서 무도(無道)로 가면 죽음에 이르러서도 자기 지조를 변하지 않아. 이것이야말로 강한 것이다” 이 말이야!
주주(朱註)는 ‘국무도 불변평생지소수야(國無道 不變平生之所守也)’라 했으니 나라에 도가 없다 하더래도 물러서는 것이 아니라 평생 지키던 바를 변함없이 고수할 줄 알아야 그것이 참다운 중용(中庸)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게 바로 중용(中庸)이야! ……. 우리는 마치 밥을 천 원짜리 먹을까 삼천 원짜리 먹을까 고심할 때 “야, 이천 원짜리 먹자” 고 하는 사람들을 중용(中庸)적인 사람이라고 하기 쉬운데(재생폭소), 동양철학의 중용(中庸)은 그런 게 아니란 말이요. 죽음에 이르러도 초지일관 자기지조를 잃지 않는 그것이 바로 중용(中庸)입니다. 자아! 마지막으로 한 장만 더 합시다.
▲ 광주에서 피를 보고 집권한 전두환 정권은 여의도에서 국풍81이란 대대적인 화합의 장을 마련해 국민을 기만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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