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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따라 한강까지 자전거 여행기 - 37. 두 가지 앎에 대해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낙동강따라 한강까지 자전거 여행기 - 37. 두 가지 앎에 대해

건방진방랑자 2019. 10. 2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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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두 가지 앎에 대해

 

 

 

충주 → 여주 / 64.69km

 

 

아무래도 처음 하는 일은 어설프게 마련이다. 현세가 리더이기에 호기롭게 스마트폰을 빼서 지도 검색을 하고 지시해준 경로를 따라 간다. 그런데 일반적인 자전거 도로와는 다르게 충북선 기찻길을 따라 달리기 시작한다. 아무리 처음 지도를 보는 것이라도 해도 시작부터 헤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자전거 도로를 찾지 못했고, 급기야 다른 사람의 농장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자 현세도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했고 팀원들도 어이없어 하는 표정이 가득했다.

그럼에도 이미 리더를 해보며 누군가를 이끈다는 어려움을 경험했던 지라, 팀원 누구 하나 섣불리 화를 내거나 불쾌한 표정을 짓진 않았다. 이에 현세도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여 지도를 보며 잘못 들어왔다는 것을 알았고, 바로 19번 국도를 따라 목행교가 있는 곳으로 갔다. 거기에 가니 비로소 남한강 자전거 길이 보이더라.

 

 

충북선을 따라 한참을 달렸다. 하지만 이 길이 아닌 게벼~

 

 

 

아는 길을 가며, 안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다

 

낙동강에서 시작했는데, 드디어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남한강에 들어섰다. 더욱이 오늘 달리는 길은 작년 도보여행 때 걸어서 왔던 길이기도 하니, 꼭 우리의 홈그라운드에 들어선 것 마냥 마음이 놓인다.

물론 한 번 걸었다고 해서 모든 것을 다 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아는 것은 모르는 것보다 마음의 짐을 한결 가볍게 만들긴 한다. ‘아는 게 힘이라는 사실은 분명히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말을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아는 것에도 여러 층위가 있다. ‘아는 게 힘이란 말이 있는 반면, ‘아는 게 병이란 말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어떻게 아는 것을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그게 힘이 되기도 하고, 덫이 되기도 한다. 앎에도 좋은 앎과 나쁜 앎이 있다는 얘기다.

 

 

대붕의 앎을 추구하다보면, 메추라기 같은 앎에 늘 비난을 당하게 된다.

 

   

좋은 앎과 나쁜 앎에 대해

 

좋은 앎이란 알기 때문에 수많은 생각으로 가지를 치며 이해의 폭이 넓어져 작은 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상황에 함몰되지 않으며 가능성을 만들어갈 수 있는 앎이다. 대학大學이란 책에서 나오는 활연관통豁然貫通의 경지나 장자莊子란 책에서 나오는 대붕大鵬의 이미지, 동섭쌤의 자신을 뛰어넘는 시좌와 같은 말들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시야를 확보하고 자신의 앎의 한계에 머무르지 않는 폭넓은 관점을 지니게 되기 때문이다.

나쁜 앎이란 알면 알수록 그 알량한 안다는 의식에 자신을 가두며, 선입견 만을 잔뜩 심어주어 필연의 세계만을 갈구하게 하는 앎이다. 그걸 우린 어려서부터 주구장창 학교에서 배워왔으며, 그걸 통해 사회에서 능력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으며 살아왔다. 그러나 그 지식체계에 갇히면 갇힐수록 운신의 폭은 좁아지고 관계는 협소해진다. 장자에 나오는 매미와 비둘기의 이미지, 우치다쌤의 여기의 가치관에 매몰된 아이를 만들려는 사람들의 이미지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이 하는 일이 최고의 일인 양 착각하고 자신이 아는 것이 전부인 양 여기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여기의 가치관에 매몰된 생각이고 매미와 비둘기의 협소한 시야에 불과할 뿐 대붕의 시선에서 보면 하잘 것 없는 것이니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알고자 하는 마음은 분명히 좋은 마음이라 할 수 있지만 거기에만 머무르면 알기 때문에 오히려 한계에 갇히는 꼴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알기 때문에 이해의 폭이 넓어지도록, 관계의 깊이가 깊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는 길을 가다 보니, 안다는 것에 대한 장광설을 펼쳤다. 말을 삥 돌려 했지만, 도보여행의 경험은 자전거 여행을 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되었고 그 때문에 지금처럼 우린 한 걸음씩 더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야말로 좋은 앎의 한 예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익숙한 길을 간다는 생각이, 여러 생각으로 가지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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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사진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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