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 낙동강 연안의 보천탄에서 곧바로 쓰다
보천탄즉사(寶泉灘卽事)
김종직(金宗直)
桃花浪高幾尺許 狠石沒頂不知處
兩兩鸕鶿失舊磯 啣魚却入菰蒲去
江邊宕子何日到 商婦空依柁樓老
挾岸萋萋送暖香 來牟亦是王孫草 『佔畢齋集』 卷之十九
해석
桃花浪高幾尺許 도화랑고기척허 | 복사꽃 뜬 물결의 높이 몇 척 쯤인가? |
狠石沒頂不知處 한석몰정부지처 | 엎드린 양처럼 생긴 돌[狠石]의 머리쪽이 잠겨 어딘지 모르겠네. |
兩兩鸕鶿失舊磯 양양로자실구기 | 쌍쌍의 가마우지는 옛 물가를 잃어 |
啣魚却入菰蒲去 함어각입고포거 | 물고리를 물고 부들로 들어가네. |
江邊宕子何日到 강변탕자하일도 | 강가의 호탕한 이는 어느 때 이를까? |
商婦空依柁樓老 상부공의타루로 | 장사하는 아낙은 부질없이 키를 잡는 선실에 기대어 늙어가네. |
挾岸萋萋送暖香 협안처처송난향 | 낀 언덕의 무성한 풀들이[萋萋] 따뜻한 향기를 보내오니 |
來牟亦是王孫草 래모역시왕손초 | 밀[麥]과 보리도 또한 왕손의 풀인 것을【왕손(王孫)은 왕자(王者)의 자손을 이르는데, 『초사(楚辭)』 「초은사(招隱士)」에 “왕손은 놀러 나가 돌아오지 않고 봄 풀은 나서 무성하구나[王孫遊兮不歸 春草生兮萋萋]” 하였다.】. 『佔畢齋集』 卷之十九 |
해설
이 시는 보천탄에서 지은 것이다.
보천탄에 한 겨울이 지나 봄이 되자 눈이 녹아 물이 불어 겨울 내 하얗던 돌을 잠기게 했고, 그 물결 위에 복사꽃이 흘러가고 있다. 그 위로 쌍쌍의 가마우지들이 예전에 앉아서 고기를 잡던 돌을 잃고서 물고기 한 마리를 잡자 둥지가 있는 부들 숲으로 들어간다.
허균(許筠)의 『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에는, “그 「보천탄즉사」에서는 ……라 했는데 이는 가장 항고하며, 『동경악부(東京樂府)』는 편편마다 모두 예스럽다[其寶泉灘卽事曰: ‘桃花浪高幾尺許, 銀石沒頂不知處. 兩兩鸕鶿失舊磯, 銜魚却入菰蒲去.’ 此最伉高, 東京樂府, 篇篇皆古.].”라 평하고 있다.
권별(權鼈)의 『해동잡록』에서 김종직(金宗直)의 문장에 대한 평과 함께 간략한 생평(生平)이 다음과 같이 실려 있다.
“본관은 선산(善山)이며 자는 계온(季昷)이요, 김숙자(金淑滋)의 아들로, 스스로 호를 점필재(佔畢齋)라 하였다. 세조 때 문과에 급제하였는데, 몸가짐이 단정 성실하고 학문이 정밀 심오하며, 문장이 고고(高古)하여 당대 유종(儒宗)이 되었다. 사람을 가르치기를 게을리하지 아니하여 전후의 명사들이 많이 그 문하에서 나왔다. 성종이 중히 여겨 발탁하여 경연에 두었고 벼슬이 형조 판서에 이르렀다. 벼슬에 있게 하면서 쌀과 곡식을 특사하였으며, 죽으니 시호를 문간(文簡)이라 하였다. 연산군 때의 무오사화(戊午士禍)가 구천에까지 미쳐 유문(遺文)을 불태워 없했는데, 뒤에 잿더미에서 주워 모아 세상에 간행하였다[善山人, 字季昷, 淑滋之子, 自號佔畢齋. 我光廟朝登第, 操履端愨, 學問精深, 文章高古, 爲一世儒宗. 誨人不倦, 前後名士, 多出其門. 成廟重之, 擢置經筵, 以至刑曹判書. 使所在官特賜米穀, 卒謚文簡. 燕士戊午禍及泉壤, 焚滅遺文, 後收拾灰燼, 刊行于世.].”
「본전(本傳)」에는 유문(遺文)이 불탄 것과 관련하여 유자광과의 일화(逸話)가 다음과 같이 실려 있다.
“유자광(柳子光)이 함양(咸陽)에 노닐면서 시를 지어 그 고을 원에게 현판에 새겨 붙이게 하였는데, 점필재가 이 고을 군수가 되어 말하기를, ‘자광이 어떤 작자인데 감히 현판을 한단 말이냐?’ 하고, 떼어서 불사르게 하였다. 무오년의 화가 일어나매 선생이 무덤 속에서 극형을 받고 아울러 「환취정기(環翠亭記)」도 철거되었으니, 세상 사람이 함양에서 현판의 원한을 보복한 것이라 하였다[柳子光遊咸陽作詩, 屬郡宰鏤版而懸之, 佔畢齋守是郡曰: ‘何物子光, 乃敢爲懸板?’ 命撤而焚之. 及戊午禍起, 先生追被極刑, 並撤去環翠亭記, 世以爲報咸陽之怨也.].”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년, 88~89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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