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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이덕무 - 영처고자서嬰處稿自序 본문

산문놀이터/조선

이덕무 - 영처고자서嬰處稿自序

건방진방랑자 2019. 5. 25.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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嬰處稿自序

 

20살이 넘는 남자를 영처라 한 것에 대한 문제제기

藁曰嬰處 稿之人其嬰處乎 曰 藁之人 男子之踰冠者 曰嬰處 非藁之人 而藁獨曰嬰處可乎 曰 是近乎自謙 而迺自贊者 曰否 嬰之夙者 當自贊曰長者 處之慧者 當自贊曰丈夫 未聞男子而踰冠者 反以嬰處自贊也

 

아이의 천연한 배움을 칭송하며

遂自述曰 昔 題藁之首篇曰 何異嬰兒之娛以弄 宜如處女之羞自藏 是寔近自謙 而寔自贊者昭矣 維余自童子日 性無它所好 能嗜文章 亦不能善文章 惟嗜也 故雖不能善 有時著文章自娛 又不喜浮誇 恥向人要名譽 人或誚其怪 葢余夙弱多疾 不能勤讀 誦習固陋 無師友以敎導 家貧不藏書 無以長知 見嗜雖深 其爲學 亦可悶也 夫嬰兒之娛弄 藹然天也 處女之羞藏 純然眞也 玆豈勉強而爲之哉 嬰兒歲四五及六七 日以弄爲事 揷鷄翎 吹葱葉 爲官人戱 排豆列俎 規旋矩步 爲學宮戱 咆吼踴躍 睜目掀爪 爲彪子狻猊戱 從容揖遜 登堂陟階 爲賓主接對戱 篠爲驂 䗶爲鳳 針爲釣 盆爲池 凡耳目所接 莫不學效焉 方其天然自得也 幡然笑 翩然舞 嗚嗚然宛喉而歌時乎 而𢞣然啼 忽然咷 作無故悲變化日百千狀 莫知其爲而爲也

 

부끄러움이 가득한 처녀

處女自始鞶絲 至于笄 雍容閨閤 禮防自持 饋饌縫織 非母儀不遵 行止言笑 非姆敎不服 夜燭行晝 扇擁垂雲 羅掩霧縠 肅穆如朝廷 絶遠如神仙 羞不讀夭桃死麕之詩 恨不說文君蔡姬之事 非姨姑娣妹之親 不與之坐同筵 䟱親戚自遠方來者 父母命使之見 隨兄弟強施拜 背燈面壁 羞不自勝 有時遊中門內 遙聞跫咳響 走深藏 不自暇 噫 嬰兒乎 處女乎 孰使之然乎

 

아이와 같은 천연함과 처녀와 같은 부끄러움이 담긴 문집

其娛弄果人乎 其羞藏果假乎 藁之人 著文章 不要見 其亦類是也 夫磨一丸煤 揮三寸管 掇菁華 拾瓊瑤 其寫胷 如畵工欣暢欝悒 合幷暌離 嘯歌笑罵 山水之明媚 書畵之奇古 雲霞雪月之繁麗皎潔 花草蟲禽之靚鮮叫翔 一於是發之 獨其性不猛厲 不作乖激憤戾狠愎誚謗之語 亦不以不自滿 輒壞棄之甲之乙之丹之綠之 籤而帙之 囊而檢之 枕藉而提携之 贊頌而諷歌之 親之如朋友 愛之如兄弟 皆自適性靈 不足照它人眸 甞不幸爲客探胠 對面聆贊譽聲 色忽頳 過遜讓 心嵲屼不能安 客旣去 愧隨以深 反自怒 欲投水火無惜也 怒稍已 復自笑曰 昔緘之箱 猶不固 迺裏十重紙 用金鑰鎖木龕 忽正色而誓曰 今後若爲人索奪 當投水火 固無惜也 咄其亦怪之流乎 然惡敢以滅裂齷齪 螢爝微明 蹄涔餘滴 肆然自驕 衒媒無恥 誇矜不遜 妄以爲吾前旣無 吾後何有 以取識者之誚哉

 

내 문집은 아이의 옹알이 같기에 꾸짖지 못하고 처녀의 부끄럼 같기에 함부로 비평할 수 없다

自古善於文章者 無不傲然高大 妬者四起 橫遭謗毁 坐此蹇滯 甚至喪身名辱父母 况不能善者哉 吁其可畏也已 吁其可畏也已 余旣於娛弄羞藏 兼有之以自贊 娛弄 嬰兒也 長者不爲嗔 羞藏 處女也 外人無敢議 嗟乎 或責余以廣求人自炫燿者 雖諷規之深切 恐懼愈深 藏悔愈堅 或責余以只自娛不與人共者 獨不爲辨 固自如也 雖戒謹詳審 以嬰兒處女自居 猶不免人誚責 恧哉恧哉 然若不以此自居 其誚謗惡可勝道哉 復自慰曰 娛之至者 莫如乎嬰兒 故其弄也 藹然天也 羞之至者 莫如乎處女 故其藏也 純然眞也 人之嗜文章 至娛弄至羞藏者 亦莫如乎余 故其藁曰嬰與處

 

난 요리사처럼 잘 만드는 사람이 아닌 그저 좋아하여 즐기는 사람일 뿐

或曰 凡嗜之者 善之者也 子其果善之而故自謙也歟 曰 請以食喩 夫宰夫之供綺饌也 封熊之掌 翰音之跖 鯉尾猩唇 金薤玉膾 雜薑桂 和鹽梅 烹熬適時 酸醎合味 獻之于公侯 莫不嗜而不飫 夫公侯雖知嗜綺饌 安知供綺饌 如宰夫之善乎 余之所嗜 其亦與公侯之所嗜同乎 淹醋當酸 漬醬當醎 雖公侯 亦粗知是也 余之粗知著文章 當類此也 安在其故自謙而不自贊歟 然則嬰與處 無爲丈夫爲婦人之日乎 遂哂曰 雖爲丈夫爲婦人 其天之藹然 眞之純然 至白頭固自若也 尙章執徐日躔大梁之次糓雨 序 -靑莊館全書

 

 

해석

 

20살이 넘는 남자를 영처라 한 것에 대한 문제제기

 

藁曰嬰處 稿之人其嬰處乎

()를 영처라고 하였으니 고를 쓴 사람이 영처인가?”하므로,

 

曰 藁之人 男子之踰冠者

고를 쓴 사람은 20세가 넘은 남자이다.”하였다.

 

曰嬰處 非藁之人 而藁獨曰嬰處可乎

영처가 고를 쓴 사람이 아닌데도 고를 유독 영처라고 하면 옳겠는가?”하므로,

 

曰 是近乎自謙 而迺自贊者

이는 스스로 겸손한 것에 가까우면서도 도리어 스스로 찬미한 것이다.”하였다.

 

曰否 嬰之夙者 當自贊曰長者

그렇지 않다. 숙성(夙成)한 어린이는 스스로 찬미하기를 장자(長者)’라 해야 할 것이요

 

處之慧者 當自贊曰丈夫

지혜로운 처녀는 스스로 찬미하기를 장부(丈夫)’라 해야 할 것이지만,

 

未聞男子而踰冠者 反以嬰處自贊也

20이 넘은 남자가 도리어 영처로 스스로 찬미하였다는 말은 듣지 못하였노라.”하였다.

 

 

 

아이의 천연한 배움을 칭송하며

 

遂自述曰 昔 題藁之首篇曰

드디어 스스로 찬술(撰述)하기를, “옛적에 영처고의 수편(首篇)에 제()하기를

 

何異嬰兒之娛以弄

어찌 영아가 오락하여 희롱하는 것과 다르겠는가?

 

宜如處女之羞自藏

마땅히 처녀의 부끄러워하여 스스로 감추는 것과 같아야 한다했다.”하였으니,

 

是寔近自謙 而寔自贊者昭矣

이는 참으로 스스로 겸손한 것에 가깝지만 실상은 스스로 찬미한 것임이 분명하다.

 

維余自童子日 性無它所好 能嗜文章

나는 어린 시절부터 천성이 달리 좋아한 것이 없고 문장만을 즐길 뿐이었으며,

 

亦不能善文章 惟嗜也 故雖不能善

또한 문장을 잘하지는 못하였지만 오직 즐기기 때문에 잘하지 못하면서도

 

有時著文章自娛

때로는 문장을 저술하여 스스로 즐거워하기도 하였다.

 

又不喜浮誇 恥向人要名譽

또 드러내어 자랑하기를 기뻐하지 아니하고 남을 향하여 명예 구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였으므로

 

人或誚其怪

사람들이 더러는 괴이하다고 꾸짖기도 하였다.

 

葢余夙弱多疾 不能勤讀

대개 나는 어려서부터 몸이 약하여 질병이 많았으므로 독서를 부지런히 할 수도 없어

 

誦習固陋 無師友以敎導

강론하고 학습하는 것이 고루(固陋)하였으며, 교도(敎導)하여 주는 사우(師友)도 없었고,

 

家貧不藏書 無以長知

또 집안이 빈한하여 장서(藏書)를 갖지 못하였으므로 지식을 기를 수도 없었으니,

 

見嗜雖深 其爲學 亦可悶也

제아무리 깊이 즐긴다 하여도 그 학문은 또한 민망할 정도였다.

 

夫嬰兒之娛弄 藹然天也

대저 영아의 오락하여 희롱하는 것은 천진(天眞) 그대로의 것이요,

 

處女之羞藏 純然眞也

처녀의 부끄러워하여 감추는 것은 순수한 진정 그대로이니

 

玆豈勉強而爲之哉

이것이 어찌 억지로 힘써서 하는 것이겠는가?

 

嬰兒歲四五及六七 日以弄爲事

영아가 4~5세에서 6~7세에 이르는 동안이면 날마다 재롱을 일삼으니

 

揷鷄翎 吹葱葉 爲官人戱

예컨대 닭의 깃을 머리에 꽂고 파잎[葱葉]을 뚜뚜 불면서 벼슬아치놀이를 하며,

 

排豆列俎 規旋矩步

나무로 만든 제기(祭器)나 대나무로 만든 제기를 차려놓고 법도에 맞게 행동하는 등

 

爲學宮戱 咆吼踴躍

학궁(學宮 성균관)의 놀이를 하며, 고함치고 부르짖으며 치솟고 날뛰며

 

睜目掀爪 爲彪子狻猊戱

눈을 부릅뜨고 손톱을 번쩍들어 달려드는 칡범이나 사자의 놀이를 하며,

 

從容揖遜 登堂陟階

정중한 모양으로 읍()하여 나아가고 겸손하게 물러나며 섬돌과 청당에 올라

 

爲賓主接對戱 篠爲驂

손님과 주인이 서로 접대하는 놀이를 하며, 가는 대[]로 참마[]를 만들고,

 

䗶爲鳳 針爲釣 盆爲池

()으로 봉황을 만들며 바늘로 낚시를 만들고 물동이로 연못을 만드는 등

 

凡耳目所接 莫不學效焉

무릇 귀로 듣고 눈으로 보는 것이면 본받아 배우지 않는 것이 없다.

 

方其天然自得也 幡然笑 翩然舞

천연으로 자득(自得)하였을 때에는 활짝 웃고 훨훨 춤추며

 

嗚嗚然宛喉而歌時乎 而𢞣然啼 忽然咷

목청을 돋워 구슬프게 노래도 하며, 때로는 갑자기 엉엉 울기도 하고 홀연히 고함치기도 하며,

 

作無故悲變化日百千狀 莫知其爲而爲也

까닭없이 슬픔을 짖기도 하여 하루에도 천백 가지 모양으로 변화하여 왜 그렇게 하는 것인지 알지 못한다.

 

 

 

부끄러움이 가득한 처녀

 

處女自始鞶絲 至于笄

처녀는 실띠를 매기 시작하는 4~5세 때부터 비녀를 꽂는 15세에 이르도록

 

雍容閨閤 禮防自持

규문(閨門) 안에서 온화하고 단정한 거동으로 정하여진 예의 법도를 굳게 지키며,

 

饋饌縫織 非母儀不遵

음식을 만든다거나 바느질하고 길쌈하는 일에 대하여 어머니의 법이 아니면 따르지 아니하고,

 

行止言笑 非姆敎不服

행동하거나 언소(言笑)는 여스승의 가르침이 아니면 행하지 아니하며,

 

夜燭行晝 扇擁垂雲

밤이면 촛불을 밝히고서야 행하고 낮이면 부채로 가리며

 

羅掩霧縠 肅穆如朝廷 絶遠如神仙

운라(雲羅 높이 치는 능라 그물)를 드리우고 무곡(霧縠 가볍고 엷은 비단)으로 가려 엄숙하기가 조정과 같고 멀리 단절된 것이 신선과 같다.

 

羞不讀夭桃死麕之詩[각주:1]

부끄러워 요도(夭桃)나 사균(死麕)의 시를 읽지 못하고,

 

恨不說文君蔡姬之事[각주:2]

()하여 탁문군(卓文君)이나 채문희(蔡文姬)의 일을 말하지 아니하며,

 

非姨姑娣妹之親 不與之坐同筵

이모나 고모의 친척 여자 동기간이 아니면 한자리에 앉지 아니하고,

 

䟱親戚自遠方來者 父母命使之見

소원한 친척이 먼 곳에서 오면 부모가 명하여 보게 한 뒤에야

 

隨兄弟強施拜 背燈面壁 羞不自勝

형제를 따라 간신히 절하고 등불을 등지고 벽을 향하여 부끄러움을 스스로 이기지 못한다.

 

有時遊中門內 遙聞跫咳響

혹 때에 따라 중문 안에서 거닐다가도 멀리서 발자국소리나 기침소리가 들려오면

 

走深藏 不自暇

달아나 깊이 몸을 감추기에 여념이 없다.

 

噫 嬰兒乎 處女乎 孰使之然乎

, 영아여 처녀여, 누가 시켜서 그러한 것인가?

 

 

 

아이와 같은 천연함과 처녀와 같은 부끄러움이 담긴 문집

 

其娛弄果人乎

그 오락하여 재롱하는 것이 과연 인위(人爲)이겠는가?

 

其羞藏果假乎

그 부끄러워하여 감추는 것이 과연 가면이겠는가?

 

藁之人 著文章 不要見 其亦類是也

이 원고를 쓴 사람이 문장을 저작하고도 보이려고 하지 않으니 또한 이것과 비슷하다.

 

藁夫磨一丸煤 揮三寸管 掇菁華 拾瓊瑤

대저 한 덩이의 먹을 갈아 세 치쯤 되는 붓을 휘둘러 아름다운 문장을 따오고 주워모아

 

其寫胷 如畵工欣暢欝悒

화공(畫工)처럼 흉중에 있는 것을 그려내어, 답답하게 서린 근심을 기쁘게 풀기도 하고

 

合幷暌離

서로 배치된 감정을 합하기도 한다.

 

嘯歌笑罵 山水之明媚 書畵之奇古

휘파람 불고 노래하며 웃고 꾸짖어 산수의 밝고 아름다운 것과 서화(書畫)의 기이하고 고상한 것과

 

雲霞雪月之繁麗皎潔

구름ㆍ안개ㆍ눈ㆍ달의 변화하고 고우며 희고 조촐한 것과,

 

花草蟲禽之靚鮮叫翔 一於是發之

꽃ㆍ풀ㆍ벌레ㆍ새의 예쁘고 아름답고 부르짖고 나는 모든 것이 붓에서 표현되었다

 

獨其性不猛厲 不作乖激憤戾狠愎誚謗之語

다만 그 천성이 강포하지 않아 과격하거나 괴팍하거나 꾸짖고 비방하는 따위의 언사를 쓰지 않으며

 

亦不以不自滿

또한 스스로 만족하지 않다 하여,

 

輒壞棄之甲之乙之丹之綠之

문득 찢어 버리지도 아니하고 그저 갑집(甲集)ㆍ을집(乙集)으로 만들고는 붉고 푸른 색깔로 포장하여

 

籤而帙之 囊而檢之

표제(標題)를 붙이어 질()을 만들고 주머니에 넣어 봉합하여

 

枕藉而提携之 贊頌而諷歌之

베고 깔고 휴대하여, 찬송(贊頌)도 하고 외어 노래하기도 하는 등

 

親之如朋友 愛之如兄弟

붕우와 같이 친하고 형제와 같이 사랑하였다.

 

皆自適性靈 不足照它人眸

이것은 모두 스스로의 성령(性靈)에 자적(自適)하는 것으로서 타인의 눈에 보일 만한 것은 못 되었다.

 

甞不幸爲客探胠 對面聆贊譽聲

일찍이 불행히도 손님에게 발견되어 면대해서 칭찬하는 소리를 듣게 되면

 

色忽頳 過遜讓 心嵲屼不能安

홀연히 얼굴빛이 붉어져 사양하는 정도를 지나 마음이 아주 불안하였다.

 

客旣去 愧隨以深

손님이 물러간 뒤에도 부끄러움이 깊어지니,

 

反自怒 欲投水火無惜也

도리어 스스로 노하여 아까운 생각없이 수화(水火)에 던져 버리려고 하였다.

 

怒稍已 復自笑曰

분노가 약간 사라지자 다시 스스로 웃으며 이르기를,

 

昔緘之箱 猶不固

옛적에 상자에 단단히 봉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하고는

 

迺裏十重紙 用金鑰鎖木龕

이에 열 겹 종이로 싸서 목감(木龕 나무로 만든 상자)에 넣어 자물쇠로 채우고는

 

忽正色而誓曰 今後若爲人索奪

정색하여 맹세하기를, “지금부터 만약 다시 남에게 발견되어 빼앗긴다면

 

當投水火 固無惜也

마땅히 수화 속에 던져버려도 진실로 아까워하지 않으리라.”하였으니

 

咄其亦怪之流乎

참으로 괴상한 사람이다.

 

然惡敢以滅裂齷齪 螢爝微明

그렇지만 어찌 감히 거칠고 편협하여 반딧불의 희미한 빛과

 

蹄涔餘滴

우마의 발자국에 고인 물방울 정도의 문장을 가지고

 

肆然自驕 衒媒無恥 誇矜不遜

방자스럽게 스스로 교만하여 부끄러움 없이 자기 스스로 자기 자랑을 하고 공손하지 않게 뽐내며 망령되이 생각하기를,

 

妄以爲吾前旣無 吾後何有

내 이전에 이미 나만한 사람이 없었으니 내 이후에 어찌 있을 수 있겠는가?”하여

 

以取識者之誚哉

식자의 꾸지람을 취하랴?

 

 

 

내 문집은 아이의 옹알이 같기에 꾸짖지 못하고 처녀의 부끄럼 같기에 함부로 비평할 수 없다

 

自古善於文章者 無不傲然高大

예부터 문장을 잘하는 사람치고 교만하여 높고 훌륭한 체하지 않은 사람이 없어,

 

妬者四起 橫遭謗毁 坐此蹇滯

질투하는 자가 사방에서 일어나 부당한 훼방(毁謗)을 당하며 이로 인하여 전도가 막히고

 

甚至喪身名辱父母

심지어는 몸과 명예를 잃고 부모마저 욕을 당하게 되는데,

 

况不能善者哉 吁其可畏也已 吁其可畏也已

하물며 문장을 잘하지도 못하는 자이겠는가? , 두려워할 따름이다.

 

余旣於娛弄羞藏 兼有之以自贊

나는 이미 오락하여 재롱하고 부끄러워 감추는데다가 겸하여 스스로 찬미하고 있으니,

 

娛弄 嬰兒也 長者不爲嗔

오락하여 재롱하는 것은 어린아이의 일이므로 어른이 꾸짖지 아니할 것이요,

 

羞藏 處女也 外人無敢議

부끄러워하여 감추는 것은 처녀의 일이라 외부의 사람이 감히 의론하지 못할 것이다.

 

嗟乎 或責余以廣求人自炫燿者

슬프다, 누군가가 나를 보고 널리 남에게 구하여 스스로 밝히고 빛내라하는 자가 있으면

 

雖諷規之深切 恐懼愈深 藏悔愈堅

비록 통절하게 풍자하여 규간(規諫)하더라도 나는 더욱 깊이 두려워하여 견고하게 감출 것이며,

 

或責余以只自娛不與人共者

또 누군가가 나를 보고 다만 스스로 즐거워하고 남과 더불어 한가지로 즐거워하지 말라.’ 하는 자가 있으면

 

獨不爲辨 固自如也

이에 대해서는 변명을 하지 않으리니, 이것은 참으로 스스로 그러하기 때문이다.

 

雖戒謹詳審 以嬰兒處女自居

아무리 경계하고 삼가며 자세히 살피어 영아(嬰兒)와 처녀(處女)로 자처하여도

 

猶不免人誚責 恧哉恧哉

오히려 남의 꾸지람을 면치 못하니 참으로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然若不以此自居 其誚謗惡可勝道哉

그러나 만약 이것으로써 자거(自居)하지 않는다면 그 비방을 어찌 이루다 말할 수 있겠는가?

 

復自慰曰 娛之至者 莫如乎嬰兒

다시 자위(自慰)하여 이르기를, “오락의 지극한 것은 영아만한 것이 없으니

 

故其弄也 藹然天也

그러므로 그들의 재롱하는 것은 애연(藹然)한 천진이고,

 

羞之至者 莫如乎處女 故其藏也 純然眞也

부끄러워하기를 지극히 하는 것은 처녀만한 것이 없으니 그러므로 그들이 감추는 것은 순수한 진정이다.

 

人之嗜文章 至娛弄至羞藏者

문장을 즐기는 사람으로서 오락하여 재롱하기를 지극히 하고 부끄러워하여 감추기를 지극히 하는 것도

 

亦莫如乎余

또한 나만한 이가 없을 것이니,

 

故其藁曰嬰與處

따라서 그 고(稿)를 영처라 한 것이다.”하였다.

 

 

 

난 요리사처럼 잘 만드는 사람이 아닌 그저 좋아하여 즐기는 사람일 뿐

 

或曰 凡嗜之者 善之者也

혹은 이르기를, “대개 이것을 즐기는 자는 이것을 잘하는 자이니

 

子其果善之而故自謙也歟

그대는 과연 이것을 잘하면서도 짐짓 스스로 겸손하는 것이겠지?” 하였다.

 

曰 請以食喩

나는 이르기를, “청컨대 음식을 가지고 비유하겠다.

 

夫宰夫之供綺饌也

대저 요리사가 아름다운 찬수(饌羞)를 장만함에 있어

 

封熊之掌 翰音之跖 鯉尾猩唇

큰 곰[封熊]의 발바닥과 살찐 닭[翰音]의 발바닥과 잉어의 꼬리와 성성(猩猩)의 입술과

 

金薤玉膾[각주:3] 雜薑桂 和鹽梅

금제옥회(金虀玉膾)에 생강과 계피(桂皮)를 섞고 소금과 매실(梅實)을 조화하여

 

烹熬適時 酸醎合味

삶고 볶기를 알맞게 하며 신맛과 짠맛으로 간을 맞추어

 

獻之于公侯 莫不嗜而不飫

공후(公侯)에게 바치면 배부르도록 맛있게 먹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夫公侯雖知嗜綺饌

대저 공후는 비록 아름다운 요리를 기호(嗜好)할 줄은 알아도

 

安知供綺饌 如宰夫之善乎

어찌 요리사와 같이 아름다운 요리를 만들 줄이야 알겠는가?

 

余之所嗜 其亦與公侯之所嗜同乎

내가 문장을 기호한다는 것도 또한 공후의 요리를 즐기는 것과 같은 것이리라.

 

淹醋當酸 漬醬當醎

초에 담그면 응당 시고, 간장에 절이면 응당 짠 것쯤은

 

雖公侯 亦粗知是也 余之粗知著文章 當類此也

아무리 공후라 하여도 대략 짐작할 것이니, 내가 약간 문장을 지을 줄 안다는 것도 마땅히 이와 같을 것이다.

 

安在其故自謙而不自贊歟

어찌 일부러 스스로 겸손만 하고 스스로 찬미하지 아니함이 있겠는가?”하였다.

 

然則嬰與處 無爲丈夫爲婦人之日乎

혹은, “그러면 영아와 처녀는 장부가 되고 부인이 될 날이 없겠느냐?”하기에

 

遂哂曰

나는 그래서 빙긋이 웃으면서 이르기를,

 

雖爲丈夫爲婦人 其天之藹然 眞之純然

비록 장부가 되고 부인이 된다 하여도 천진 그대로의 애연(藹然)함과 진실 그대로의 순연(純然)함은

 

至白頭固自若也

백발이 되어도 변함이 없으리라.”하였다.

 

尙章執徐日躔大梁之次糓雨 序-靑莊館全書

경진년(1760, 영조 36) 3월 곡우(穀雨)에 서()한다.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박지원 - 嬰處稿序

 

 

 

 

  1. 요도(夭桃) …… 사균(死麕)의 시 : 모두 《시경》국풍(國風)의 편명. 요도는 복사꽃이 필 때 처녀가 시집가는 것을 읊은 시이며, 사균은 사춘기(思春期)의 처녀를 남자가 유혹하는 시이다. [본문으로]
  2. 卓文君 …… 蔡文姬의 일 : 둘 다 문학(文學)으로 유명하였으나 개가(改嫁)한 것을 두고 한 말. 탁문군은 한(漢)의 탁왕손(卓王孫)의 딸로 글을 잘하였다. 일찍이 과부가 되었는데 사마상여(司馬相如)가 탁씨집에서 술을 마시면서 거문고를 타 유혹하니 그날 밤으로 상여에게로 도망왔다.《史記 卷117, 漢書 卷57 司馬相如傳》 채문희(蔡文姬)는 후한(後漢) 채옹(蔡邕)의 딸로 역시 글과 음률(音律)을 잘하였다. 처음에 위중도(衛仲道)란 사람에게 시집갔으나, 남편이 죽자 친정에 와 있다가 난리를 만나 흉노에게 사로잡혔다. 흉노 땅에 12년 있다가 조조(曹操)의 주선으로 돌아와 동사(董祀)란 사람에게 개가하였다.《後漢書 卷84 董祀妻傳》 [본문으로]
  3. 金虀玉膾 : 생선회요리. 중국 동남지방인 오중(吳中)에서는 생선으로 회를 치고 과채(瓜菜)로 국을 끓여 곁들여 먹는다. 생선은 옥같이 희고 나물은 금같이 누른 빛이 나므로 이렇게 이른다.《春秋佐助期》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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