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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 영처고서(嬰處稿序) 본문

산문놀이터/조선

박지원 - 영처고서(嬰處稿序)

건방진방랑자 2021. 11. 12.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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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노래를 담아내다

영처고서(嬰處稿序)

 

박지원(朴趾源)

 

 

이덕무의 시가 현재의 시라고 비판 받다

子佩: “陋哉! 懋官之爲詩也. 學古人而不見其似也. 曾毫髮之不類, 詎髣髴乎音聲? 安野人之鄙鄙, 樂時俗之瑣瑣, 乃今之詩也, 非古之詩也.”

 

지금이 옛날이 되고 같지 않음은 전범(典範)이 되리라

余聞而大喜曰: “此可以觀. 由古視今, 今誠卑矣. 古人自視, 未必自古. 當時觀者, 亦一今耳. 故日月滔滔, 風謠屢變, 朝而飮酒者, 夕去其帷, 千秋萬世, 從此以古矣. 然則今者對古之謂也, 似者方彼之辭也. 夫云似也似也, 彼則彼也, 方則非彼也, 吾未見其爲彼也 紙旣白矣, 墨不可以從白; 像雖肖矣, 畵不可以爲語.

 

영처고엔 어린아이의 진솔함이 담겨 있다

雩祀壇之下, 桃渚之衕, 靑甍而廟, 貌之渥丹而鬚儼然, 公也. 士女患瘧, 納其牀下, 戄神褫魄, 遁寒祟也. 孺子不嚴, 瀆冒威尊, 爬瞳不瞬, 觸鼻不啑, 塊然泥塑也. 由是觀之, 外舐水匏, 全呑胡椒者, 不可與語味也; 羡鄰人之貂裘, 借衣於盛夏者, 不可與語時也. 假像衣冠, 不足以欺孺子之眞率矣.

 

당시의 풍속을 존중한 굴원과 진나를 계승한 한나라

夫愍時病俗者, 莫如屈原, 俗尙鬼, 九歌是歌. 之舊, 帝其土宇, 都其城邑, 民其黔首, 三章之約, 不襲其法.

 

덕무의 글은 어설프게 따라하지 않고 지금을 그려냈다

懋官朝鮮人也. 山川風氣地異中華, 言語謠俗世非. 若乃效法於中華, 襲體於, 則吾徒見其法益高而意實卑, 軆益似而言益僞耳. 左海雖僻國, 亦千乘, 雖儉, 民多美俗, 則字其方言, 韻其民謠, 自然成章, 眞機發現. 不事沿襲, 無相假貸, 從容現在, 卽事森羅, 惟此詩爲然.

 

지금을 담아냈기에, 이 책은 조선의 노래다

嗚呼! 三百之篇, 無非鳥獸草木之名, 不過閭巷男女之語. 之間, 地不同風, 江漢之上, 民各其俗. 故釆詩者以爲列國之風, 攷其性情, 驗其謠俗也. 復何疑乎此詩之不古耶. 若使聖人者, 作於諸夏, 而觀風於列國也, 攷諸嬰處之稿, 三韓之鳥獸艸木, 多識其名矣, 貊男濟婦之性情, 可以觀矣, 雖謂朝鮮之風可也. 燕巖集卷之七

 

 

 

 

 

 

해석

 

이덕무의 시가 현재의 시라고 비판 받다

 

子佩: “陋哉! 懋官之爲詩也.

자패유득공(柳得恭)의 숙부인 우련(柳璉, 1741~1788)으로 자패(子珮)는 그의 자()이다. 문집으로 낭환집(蜋丸集)이 있다가 말했다. “비루하구나! 무관이 시를 지음이여.

 

學古人而不見其似也.

옛 사람을 배웠다고 하나 비슷하지가 않구나.

 

曾毫髮之不類, 詎髣髴乎音聲?

일찍이 터럭과 털이 유사하지 않으니, 어찌 소리가 비슷하겠는가?

 

安野人之鄙鄙, 樂時俗之瑣瑣,

촌사람들의 거침을 편안히 여기고 당시 풍속의 자질구레함을 즐기니

 

乃今之詩也, 非古之詩也.”

이것은 지금의 시지, 옛날의 시가 아니다.”

 

 

 

지금이 옛날이 되고 같지 않음은 전범(典範)이 되리라

 

余聞而大喜曰:

내가 듣고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此可以觀.

이것은 볼 만한 게 있다.

 

由古視今, 今誠卑矣.

옛날을 기준으로 지금을 보면 지금은 참으로 비루하다.

 

古人自視, 未必自古.

그러나 옛 사람이 스스로 봄에 스스로 옛 것일 필요는 없다.

 

當時觀者, 亦一今耳.

당시에 보는 것들이 또한 하나의 지금일 뿐이니 말이다.

 

故日月滔滔, 風謠屢變,

그러므로 해와 달은 도도히 바뀌고 노래는 자주 변하여

 

朝而飮酒者, 夕去其帷,

아침에 술 마시던 사람이 저녁이면 주막을 떠나니,

 

千秋萬世, 從此以古矣.

천추만세가 이로부터 옛날이 되었다.

 

然則今者對古之謂也,

그렇다면 지금이라는 것은 과거에 대칭적으로 말한 것이고,

 

似者方彼之辭也.

비슷하다는 것은 저것에 비교하여 말한 것이다.

 

夫云似也似也, 彼則彼也,

대체로 비슷하다고 말하면 비슷한 것이고, ‘저것이다라고 하면 저것이지만,

 

方則非彼也, 吾未見其爲彼也

비교하면 저것이 아닌 게 되니, 나는 저것이 됨을 보지 못했다.

 

紙旣白矣, 墨不可以從白;

종이는 이미 희기에 먹은 흰 것을 따를 수 없고

 

像雖肖矣, 畵不可以爲語.

(그림으로 그려진) 형상이 비록 닮았더라도 그림이기에 말할 수가 없는 것이다.

 

 

 

영처고엔 어린아이의 진솔함이 담겨 있다

 

雩祀壇之下, 桃渚之衕, 靑甍而廟,

우사단(雩祀壇)우사단(雩祀壇): 서울 남산 서편 기슭에 있었던 기우제 지내던 단()이다. 사방이 40척이고, 구망(句芒), 축융(祝融), 후토(后土), 욕수(蓐收), 현명(玄冥), 후직(后稷) 모셨다. 유월 상순에 제사를 드렸다. 남관왕묘(南關王廟)가 그 부근인 남대문 밖 도저동(桃渚洞)에 있었는데 선조(宣祖)때 명() 장수 진인(陳寅)이 세웠다고 한다아래 도저동에 푸른 대마루의 사당에

 

貌之渥丹而鬚儼然, 公也.

모습이 윤기 나고 붉은 수염을 단 근엄 있는 관우상이 있다.

 

士女患瘧, 納其牀下,

사녀(士女)사녀(士女): 남자와 여자를 아울러 이르는 말가 학질을 앓아 그 평상 아래에 들어가면

 

戄神褫魄, 遁寒祟也.

정신이 혼미해지고 넋이 나가 한기를 내쫓는 빌미가 되곤 한다.

 

孺子不嚴, 瀆冒威尊,

그런데 어린아이는 무서워하지 않고 위엄과 존중을 모독하여

 

爬瞳不瞬, 觸鼻不啑,

눈동자를 찔러대도 눈을 깜빡이지 않고 코를 후벼대도 기침하지 않는

 

塊然泥塑也.

한 덩어리 진흙 상()인 것이다.

 

由是觀之, 外舐水匏,

이로 말미암아 보면 수박의 겉핥기 하는 사람이나

 

全呑胡椒者, 不可與語味也;

후추 통째로 삼키기 한 사람과는 함께 맛에 대해 얘기할 수 없고,

 

羡鄰人之貂裘, 借衣於盛夏者,

이웃의 담비가죽옷을 부러워한 나머지 한 여름에 빌리는 사람과는

 

不可與語時也.

함께 시기적절함에 대해 말할 수 없다.

 

假像衣冠, 不足以欺孺子之眞率矣.

그러니 의관을 본떴더라도 어린아이의 진솔함을 속일 수는 없는 것이다.

 

 

 

당시의 풍속을 존중한 굴원과 진나를 계승한 한나라

 

夫愍時病俗者, 莫如屈原,

때를 가엾게 여기며 풍속을 안타까워한 사람으로는 굴원만한 이가 없는데

 

俗尙鬼, 九歌是歌.

초나라 풍속에선 귀신을 숭상했기에 구가(九歌)」【구가(九歌): 굴원이 지은 초사(楚辭)의 편명. 태일신(太一神)인 동황태일(東皇太一), 구름신인 운중군(雲中君), 상수(湘水)의 신인 상군(湘君), 아황(娥皇)과 여영(女英)의 상부인(湘夫人) 등 귀신들을 노래한 11수로 되어 있다에선 귀신을 노래했다.

 

之舊, 帝其土宇,

한나라는 진나라의 옛것들을 살펴 땅과 집에서 제왕이 되었고

 

都其城邑, 民其黔首,

성읍에서 도읍했으며, 그 백성들을 그대로 백성으로 삼았지만

 

三章之約, 不襲其法.

삼장(三章)의 간략함삼장지약(三章之約): 한 나라 고조(高祖) 유방(劉邦)은 진 나라 수도 함양(咸陽)을 함락한 뒤, 진의 가혹하고 번다한 법률 대신 삼장(三章), 즉 살인자는 죽이고 상해를 입힌 자와 도적은 처벌한다는 세 가지 법만을 시행하겠다고 약속함으로 진나라의 법을 답습하지 않았다.

 

 

 

덕무의 글은 어설프게 따라하지 않고 지금을 그려냈다

 

懋官朝鮮人也.

이제 무관은 조선 사람이다.

 

山川風氣地異中華, 言語謠俗世非.

산천과 풍기가 중국과 다르고 언어와 노래와 풍속이 한나라나 당나라가 아니다.

 

若乃效法於中華, 襲體於,

그럼에도 만약 법은 중국을 본받고 문체는 한나라나 당나라를 답습했다면

 

則吾徒見其法益高而意實卑,

우리들은 그 법은 더욱 고상하되 내용은 실제로 비루해지고

 

軆益似而言益僞耳.

문체는 더욱 유사하되 말은 더욱 인위적임을 보게 될 뿐이다.

 

左海雖僻國, 亦千乘,

우리나라는 비록 구석에 있지만 나라는 또한 천승의 국가이고

 

雖儉, 民多美俗,

신라와 고려가 비록 볼품없지만 백성에게는 아름다운 풍속이 많으니,

 

則字其方言, 韻其民謠,

사투리를 글로 적고 민요를 부르면

 

自然成章, 眞機發現.

자연히 문장이 만들어져 참된 천기가 발현된다.

 

不事沿襲, 無相假貸,

따라 답습하길 일삼지 않고 서로 빌려오지 않으며

 

從容現在, 卽事森羅,

조용히 현재를 따라 곧 삼라만상을 일삼으니

 

惟此詩爲然.

오직 이 시가 그러한 것이다.

 

 

 

지금을 담아냈기에, 이 책은 조선의 노래다

 

嗚呼! 三百之篇, 無非鳥獸草木之名,

! 300편은 새와 짐승과 풀과 나무의 이름이 아닌 게 없었고

 

不過閭巷男女之語.

마을 남녀의 말에 지나지 않았다.

 

之間, 地不同風,

그러니 패땅과 회땅의 사이에서도 지리적으로 풍속이 같지 않고

 

江漢之上, 民各其俗.

양자강과 한수의 위에서도 백성들의 풍속이 제각각이었다.

 

故釆詩者以爲列國之風,

그러므로 시를 채집하는 사람들은 여러 나라의 노래로

 

攷其性情, 驗其謠俗也.

성정(性情)을 고찰했고 노래의 풍속을 징험했다.

 

復何疑乎此詩之不古耶.

그러니 다시 어찌 이 시가 옛 것이 아님을 의심하리오.

 

若使聖人者, 作於諸夏,

가령 성인에게 중국에서 일어나

 

而觀風於列國也, 攷諸嬰處之稿,

여러 나라의 풍속을 관찰하게 한다면 영처의 원고를 살펴보리니,

 

三韓之鳥獸艸木, 多識其名矣,

삼한의 새와 짐승과 풀과 나무의 이름을 많이 알게 되고

 

貊男濟婦之性情, 可以觀矣,

이북 사내와 제주 아낙의 성정을 볼 수 있으리니,

 

雖謂朝鮮之風可也. 燕巖集卷之七

비록 조선의 노래라 말하더라도 괜찮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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