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을 나오게 해서 해명하다
진학해(進學解)
한유(韓愈)
1. 학업에 정진하길 바라자 학생은 나의 처지를 보며 수긍하질 않네
좋은 시대이니 실력 배양에 힘쓰라
國子先生, 晨入太學, 招諸生立館下. 誨之曰: “業精于勤, 荒于嬉, 行成于思, 毁于隨. 方今聖賢相逢, 治具畢張, 拔去凶邪, 登崇俊良, 占小善者, 率以錄; 名一藝者, 無不庸. 爬羅剔抉, 刮垢磨光, 蓋有幸而獲選, 孰云多而不揚? 諸生, 業還不能精, 無患有司之不明; 行患不能成, 無患有司之不公.”
당신은 최선을 다해 살아왔지만 그럼에도 불우한 건 왜인가?
言未旣, 有笑于列者曰: “先生欺余哉! 弟子事先生, 于玆有時矣. 先生口不絶吟於六藝之文, 手不停披於百家之編, 記事者必提其要, 纂言者必鉤其玄, 貪多務得 細大不捐. 焚膏油以繼晷, 恒兀兀以窮年, 先生之業, 可謂勤矣.
觝排異端, 攘斥佛老, 補苴罅漏, 張皇幽眇, 尋墮緖之茫茫, 獨旁搜而遠紹, 障百川而東之, 廻狂瀾於旣倒, 先生之於儒, 可謂勞矣.
沈浸醲郁, 含英咀華, 作爲文章, 其書滿家. 上規姚ㆍ姒渾渾無涯, 『周誥』『殷盤』, 佶屈聱牙, 『春秋』謹嚴, 『左氏』浮誇, 『易』奇而法, 『詩』正而葩. 下逮『莊』「騷」, 太史所錄, 子雲相如, 同工異曲, 先生之於文, 可謂閎其中, 而肆其外矣.
少始知學, 勇於敢爲, 長通於方, 左右具宜. 先生之於爲人, 可謂成矣.
然而公不見信於人, 私不見助於友, 跋前疐後, 動輒得咎, 暫爲御史, 遂竄南夷. 三年博士, 冗不見治, 命與仇謀, 取敗幾時? 冬暖而兒號寒, 年登而妻啼飢, 頭童齒豁, 竟死何裨? 不知慮此, 而反敎人爲?”
해석
좋은 시대이니 실력 배양에 힘쓰라
國子先生, 晨入太學, 招諸生立館下.
국자선생【812년에 국자박사(國子博士)가 됨. 여기서 ‘태학(太學)’은 장안에 설치된 국자감(國子監)을 말함】이 새벽에 태학에 들어와 학생들을 불러 관 아래에 세웠다.
誨之曰: “業精于勤; 荒于嬉,
학생들을 가르치며 말했다. “업은 부지런한 데서 정밀해지나 노는 데서 황폐해지며,
行成于思; 毁于隨.
행동은 생각하는 데서 이루어지나 부화뇌동하는 데서 허물어진다.
方今聖賢相逢, 治具畢張,
지금 시대는 성인과 현인이 서로 만나, 다스리는 도구들이 모두 다 펼쳐졌고,
拔去凶邪, 登崇俊良.
흉악하고 간사한 무리들을 뽑아 제거했으며 준수하고 어진 이를 등용하고 존중한다.
占小善者, 率以錄;
그래서 조금이라도 잘 하는 게 있는 이라도 모두 공직자 등용 명부에 기록했고,
名一藝者, 無不庸.
하나의 기술로 이름난 이라도 등용되지 않음이 없다.
爬羅剔抉,
(긁어내고, 그물 치며, 뼈 바르고, 도려내듯) 하나도 빠짐없이 숨은 인재를 찾고
刮垢磨光.
(거울의 때를 벗겨 빛이 나도록 갈 듯이) 단점을 보강하여 장점을 북돋워줬다.
蓋有幸而獲選,
대개 요행하게 자리를 꿰찬 사람은 있을지언정,
孰云多而不揚?
누가 ‘많은 이들이 등용되지 않고 있습니다.’라고 말하겠는가?
諸生, 業患不能精,
학생들은 업이 정밀하지 못할까 근심할 것이지
無患有司之不明;
등용하는 이가 분명히 하지 못할까 근심하지 말고,
行患不能成, 無患有司之不公.”
행동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근심할 것이지, 등용하는 이가 공정하지 못할까 근심하지 말라.”
당신은 최선을 다해 살아왔지만 그럼에도 불우한 건 왜인가?
言未旣, 有笑于列者曰:
말이 끝나지 않았는데 대열 속에서 웃던 학생이 말했다.
“先生欺余哉!
“선생님은 저를 속였습니다!
弟子事先生, 于玆有時矣.
제자가 선생님을 섬긴 지 이에 몇 해가 흘렀습니다.
先生口不絶吟於六藝之文;
선생님은 입으론 육예의 문장 읊기를 끊이지 않으셨고,
手不停披於百家之編.
손으론 백가의 책 펼치길 멈추지 않으셨습니다.
記事者必提其要;
그래서 일을 기록한 것들이 반드시 요점을 제시하였고,
纂言者必鉤其玄,
말씀을 모은 것들이 반드시 현묘한 것을 캐내어
貪多務得,
(지식의) 많음을 욕심냈고 얻어내기에 힘을 써서
細大不捐.
자잘한 것이나 어마어마한 것 어느 것 하나 버리지 않으셨습니다.
焚膏油以繼晷;
기름으로 불을 밝혀 밤새도록 공부하여 낮이 이어지도록 공부하셨고
恒兀兀以窮年, 先生之業, 可謂勤矣.
항상 꿋꿋한 자세로 지금까지 사셨으니, 선생님의 업은 부지런했다고 할 만합니다.
觝排異端, 攘斥佛老,
이단을 쳐내고 불교를 배척하여 (유교의) 틈과 새는 곳을 막아
補苴罅漏, 張皇幽眇.
그윽하고도 현묘한 이치를 펼쳐 밝히셨습니다.
尋墮緖之茫茫, 獨旁搜而遠紹.
희미해져 타락한 실마리를 찾으셔서, 홀로 두루 뒤져 먼 시대에까지 이으셨습니다.
障百川而東之,
(百家의) 여러 물줄기를 막아 동쪽(유교)으로 흘러가도록 하셨고,
廻狂瀾於旣倒, 先生之於儒,
미친 물줄기를 돌려 본래의 자리로 되돌리셨으니【기도광란(旣倒狂瀾): 광란을 제대로 된 방향으로 돌렸다는 뜻】, 선생님은 유학에 대해서
可謂勞矣.
수고했다고 할 만합니다.
沈浸醲郁, 含英咀華,
농후한 문장들을 섭취하셨고 문장의 정수를 머금고 씹으셔서
作爲文章, 其書滿家.
문장을 지으셨으니, 그 책이 집에 가득하십니다.
위로는 순임금과 우임금【요사(姚姒): 순임금과 우임금을 가리킴. ‘요(姚)’는 우순(虞舜) 성이고, ‘사(姒)’는 하우(夏禹) 성이다】의 끝없이 광활함을,
『周誥』『殷盤』, 佶屈聱牙,
『주서(周書)』와 『하서(夏書)』의 문구가 난삽하여 이해하기 어려움을,
『春秋』謹嚴, 『左氏』浮誇,
『춘추』의 근엄함을, 『좌씨전』의 부앙부앙함을,
『역경』의 기이하지만 법이 있음을, 『시경』의 바르고 화려함을 법 받았고,
아래로는 『장자』와 「이소」, 태사가 지은 『사기』,
子雲ㆍ相如, 同工異曲,
양웅과 사마상여의 글과 같이 공은 같지만 펼쳐낸 것이 다른 것에 이르렀으니,
先生之於文, 可謂閎其中, 而肆其外矣.
선생님은 문장에 대해서도 내용을 확대하셨고, 표현력을 넓히셨다고 할 만합니다.
少始知學, 勇於敢爲,
선생님은 어려서 처음 배워서 알게 된 것을 용기 내어 감히 행동하셨고
長通於方, 左右具宜,
장성하셔서는 온갖 방법에 정통하셔서 여기저기에 모두 마땅하셨으니,
先生之於爲人, 可謂成矣.
선생님은 사람됨에 대해서도 이루셨다고 할 만합니다.
然而公不見信於人,
그러나 공적으론 사람들에게 신임을 얻질 못하셨고,
私不見助於友, 跋前疐後,
사적으론 친구에게 도움 받질 못하셔서 앞으로 가나 뒤로 가나 자빠지셨습니다【발전지체(跋前躓㚄): 진퇴양난(進退兩難)을 가리킨다. 『시경(詩經)』 빈풍(豳風) 「낭발(狼跋)」에서 ‘여우가 앞으로 나가선 아래턱을 밟고 뒤로 물러나선 꼬리를 밟네[狼跋其胡, 載㚄其尾].’라고 되어 있다】.
動輒得咎, 暫爲御史,
그래서 움직일 때면 문득 허물을 얻어 잠시 어사가 되었다가
遂竄南夷.
마침내는 남이의 땅으로 쫓겨나셨습니다【804년에 감찰어사(監察御史)가 되는데, 궁시(宮市)의 폐단에 대해 상소를 올렸다가 임금의 노여움을 사 연주(連州) 양산령(陽山令)으로 좌천됨】.
三年博士, 冗不見治,
3년 동안 박사로 재직하는 동안에도 무익하게 치적도 만들질 못하여
命與仇謀, 取敗幾時?
운명이 원수와 함께 정사를 도모한 셈이니 실패하신 지가 몇 해나 되십니까?
冬暖而兒號寒;
겨울이 따스했는데도 아이들은 춥다고 울부짖고
年登而妻啼飢,
풍년이 왔는데 사모님은 배고프다고 눈물 흘리시니
頭童齒豁, 竟死何裨?
머리가 아이처럼 다 빠지고 이가 떨어져 나가도록 애썼으나 마침내 죽더라도 어떤 도움이 있겠습니까?
不知慮此, 而反敎人爲?”
이런 사정을 생각할 줄 모르시고, 도리어 사람을 가르치려 하십니까?”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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