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柳氏圖書譜序 (6)
건빵이랑 놀자
6. 잊혀지는 걸 두려워 말라 양자운揚子雲은 옛것을 좋아하는 선비로 기이한 글자를 많이 알았다. 그때 마침 『태현경太玄經』을 초하고 있다가 정색을 하고 얼굴빛을 고치더니만 개연히 크게 탄식하며 말하였다. “아! 어찌 알리오? 돌 사람의 허풍을 들은 자는 장차 나의 『태현경』을 가지고 장독대 덮개로 덮겠구나!” 듣던 사람이 모두 크게 웃었다. 봄날 『영재집』에다 쓴다. 揚子雲好古士也, 多識奇字. 方艸太玄, 愀然變色易容, 慨然太息曰: “嗟乎! 烏爾其知之? 聞石翁仲之風者, 其將以玄覆醬瓿乎?” 聞者皆大笑. 春日書之泠齋集. 그리고 나서 글은 한나라 때 양웅揚雄의 이야기로 불쑥 건너뛴다. 그 옛날 양웅이 난해하기 그지없는 『태현경』의 저술에 몰두하고 있을 때, 친구 하나가 와서 그 모습을 보고는 혀를 찬 일이 있었..
5. 돌에 새겨봐야 부질없는 것을 역시 돌에 이름을 새기는 일을 가지고 쓴 「영재집서泠齋集序」를 다시 읽어보기로 하자. 영재泠齋는 유득공柳得恭(1748-1807)의 호인데, 앞서 본 유련柳璉이 그에게는 숙부가 된다. 돌 다듬는 사람이 새기는 사람에게 말하였다. “대저 천하의 물건은 돌보다 단단한 것이 없다. 그 단단한 것을 쪼개다가 끊어서 깎고는, 용틀임을 머리에 얹고 바닥에는 거북을 받쳐, 무덤 길목에 세워 영원히 없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은 바로 나의 공로이다.” 새기는 사람이 말하였다. “오래되어도 닳아 없어지지 않기로는 새기는 것보다 오래가는 것이 없네. 훌륭한 사람이 업적이 있어 군자가 묘갈명을 짓는다 해도 내가 다듬어 새기지 않는다면 어찌 비석을 세울 수 있겠는가?” 匠石謂剞劂氏曰: “夫天下之物..
4. 장서를 남기고 싶거든 친구들에게 빌려주게 『연암집』의 척독 중에 「여인與人」이라고만 된 편지글이 있다. 말하자면 수취인인 분명치 않은 편지인데, 윗글과 관련지어 읽을 때 유련에게 보낸 글이 분명하다. 그대가 고서古書를 많이 쌓아두고도 절대로 남에게는 빌려주지 않으니, 어찌 그다지도 딱하십니까? 그대가 장차 이것을 대대로 전하려 하는 것입니까? 대저 천하의 물건은 대대로 전할 수 없게 된지가 오래입니다. 요순이 전하지 않은 바이고 삼대三代가 능히 지키지 않았던 것인데도, 옥새를 새겨 만세에 전하려 했으니 진시황을 어리석다고 여기는 까닭입니다. 그런데도 그대는 오히려 몇 질의 책을 대대로 지켜내겠다고 하니 어찌 잘못이 아니겠습니까? 책은 정해진 주인이 없고, 善을 즐거워하고 배움을 좋아하는 자가 이를 ..
3. 장서를 꼭꼭 감싸두려 하지 말게 하루는 그 전에 모은 고금의 인장을 가지고 엮어 한 권으로 만들어 가지고 와서는, 내게 서문을 부탁하였다. 공자께서 “나도 오히려 사관史官이 빠뜨린 글을 보았었는데, 지금은 없어졌다”고 하신 것은 대개 이를 상심하신 것이다. 이에 있어 나란히 이를 써서 책을 빌려주지 않는 자의 깊은 경계로 삼는다. 一日携其前所集古今印本, 彙爲一卷, 屬余序之. 孔子曰: ‘吾猶及史之闕文, 今亡矣.’ 蓋傷之也. 於是幷書之, 以爲不借書者之深戒. 그런 그가 하루는 자신이 그동안 모은 고금의 인장을 찍어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가지고 와서 연암에게 서문을 청하는 것이다. 그런데 끝부분에 가서 공자의 인용과, 책을 빌려 주지 않는 사람을 경계한다고 운운한 대목이 평지돌출격으로 나오면서 글이 끝나고..
2. 천자의 옥새로도 만리장성으로도 지켜지지 않네 무관이 웃으며 말하였다. “자네 화씨의 구슬을 어찌 생각하는가?” “천하의 지극한 보배일세.” “그렇지. 옛날 진시황이 여섯 나라를 제 손에 넣게 되자, 옥돌을 깨어 옥새로 만들었지. 위로는 푸른 용을 서려 두었고, 옆에는 붉은 이무기를 틀어 놓아 천자의 신표로 삼았다네. 천하의 고을은 몽염으로 하여금 만리장성을 쌓아 이를 지키게 하였지. 그의 말이 ‘2세, 3세에서 만세까지 무궁토록 이를 전하라’라고 하지 않았던가?” 연옥은 고개를 숙이고 가만 있더니만, 무릎에서 그 어린 아들을 밀어내면서 말하였다. “어찌 네 아비의 머리를 희게 만든단 말이냐?” 懋官笑曰: “子以和氏之璧, 爲何如也?” 曰: “天下之至寶也.” 曰: “然. 昔秦皇帝旣兼六國, 破璞爲璋. 上..
1. 장서마다 도장을 찍어 자손에게 물려주다 「유씨도서보서柳氏圖書譜序」는 유련柳璉(1741-1788)이 자신이 수집한 고금의 인장印章을 찍어 한 권의 인보집으로 만든 『유씨도서보柳氏圖書譜』의 서문으로 써준 글이다. 연옥連玉 유련柳璉은 도장을 잘 새긴다. 돌을 쥐고 무릎에 얹고, 어깨를 기우숙하게 하여 턱을 숙이고서, 눈을 꿈뻑이고 입으로 불며 그 먹글씨를 파먹어 들어가는데 실낱처럼 끊어지지 않는다. 입술을 삐죽 모아 칼을 내밀고 눈썹에 힘을 주더니만 이윽고 허리를 펴고 하늘을 올려보며 길게 숨을 내쉰다. 連玉善刻章. 握石承膝, 側肩垂頤, 目之所瞬, 口之所吹, 蚕飮其墨, 不絶如絲. 聚吻進刀, 用力以眉, 旣而捧腰仰天而欷. 그는 전각篆刻에 취미가 있어 옥돌 위에 쓴 글씨가 끊어지는 법 없이 잘도 파나간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