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菱洋詩集序 (4)
건빵이랑 놀자
1. 흉내내는 게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연암의 아들 박종채는 『과정록』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선군의 시고詩稿는 몹시 적어서, 고체와 금체시 모두 50수 뿐이다. 고체시는 오로지 한유韓愈를 배웠는데 기이하고 험벽하기는 그보다 더 해서, 정경情境은 핍근하고 필력이 막힘이 없다. 율시와 절구 등의 시는 항상 성률에 구속되어 마음 속에 말하려는 것을 그대로 쏟아낼 수 없음을 못마땅히 여기셨다. 그래서 왕왕 한 두 구절만 이룬 채 그만 둔 것이 많다.-김윤조 역, 『역주 과정록』(태학사, 1997), p.279 연암이 시 짓기를 즐기지 않았던 것은 그러니까 운자니 평측이니 하는 성률에 얽매여 자기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할 수 없는 것이 싫어서였다. 이번에 보려고 하는 연암의 시 「증좌소산인贈..
1. 무관의 시는 옛날의 시가 아닌 지금의 시 자패가 말하였다. “비루하구나! 무관懋官의 시를 지음은. 옛 사람을 배웠다면서 그 비슷한 구석은 보이지를 않는구나. 터럭만큼도 비슷하지 않으니, 어찌 소리인들 방불하겠는가? 촌사람의 데데함에 편안해하고, 시속時俗의 잗단 것을 즐거워하니 지금의 시이지 옛날의 시는 아니다.”子佩曰: 陋哉! 懋官之爲詩也. 學古人而不見其似也. 曾毫髮之不類, 詎髣髴乎音聲. 安野人之鄙鄙, 樂時俗之瑣瑣, 乃今之詩也, 非古之詩也.『영처고』는 이덕무가 젊은 시절 지은 시문을 모은 것이다. ‘영처嬰處’는 영아嬰兒와 처녀處女를 가리키는 말이니, 어린아이와 같이 천진스러운 생각을 담은 글이지만, 처녀처럼 순진한 수줍음을 지녀 남에게 보여주기는 부끄럽다는 뜻으로 붙인 제목이다. 자패子佩는 앞..
1. 진짜 같아지려 하면 할수록 「녹천관집서綠天館集序」는 진짜와 가짜, 같고 다름에 관한 이야기이다. 연암은 글의 처음을 ‘방고倣古’, 즉 옛날을 모방하는 문제로 시작한다. 글을 짓는데 사람들은 자기의 말과 뜻으로 하지 않고 옛것을 모방하여 짓는다. 옛것을 모방함은 옛 사람과 거의 분간이 가지 않을 만큼 꼭 같게 하면 되는가? 그 결과 읽는 이가 이것이 옛글인지 지금 글인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되면, 우리의 글쓰기는 성공한 것일까? 옛것을 본떠 글을 지음을 마치 거울이 형상을 비추듯 하면 비슷하다 할 수 있을까? 좌우가 서로 반대로 되니 어찌 비슷함을 얻으리요. 그렇다면 물이 형체를 그려내듯 한다면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본말이 거꾸로 보이니 어찌 비슷하다 하리오. 그림자가 형상을 따르듯..
1. 대나무도 없는 집인데 죽원옹이란 호를 짓다 사함士涵 유한렴劉漢廉이 죽원옹竹園翁이라 자호하고 거처하는 집에 불이당不移堂이란 편액을 걸고는 내게 서문 지어주기를 청하였다. 내가 일찍이 그 집에 올라보고 그 동산을 거닐어 보았지만 한 그루의 대나무도 보이지 않았었다. 내가 돌아보고 웃으며 말하였다. “이것은 이른바 무하향無何鄕의 오유선생烏有先生의 집이 아니겠는가? 이름이란 것은 실질의 손님이거늘, 나더러 장차 손님을 위하란 말인가?” 사함이 머쓱해져서 한동안 있더니만, “애오라지 스스로 뜻을 부쳐본 것일 뿐이라오.”라고 하였다. 士涵自號竹園翁, 而扁其所居之堂曰不移, 請余序之. 余嘗登其軒, 而涉其園, 則不見一挺之竹. 余顧而笑曰: “是所謂無何鄕烏有先生之家耶? 名者實之賓, 吾將爲賓乎?” 士涵憮然爲間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