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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정두경을 보는 두 가지 시선 『소화시평』 권하 75번에서 홍만종은 정두경의 문학적 자질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만약 이 글만 먼저 읽게 됐다면 홍만종의 시선에 따라 정두경을 엄청 대단한 인물로 기억하게 됐을 것이다. 하지만 작년 11월에 했던 김형술 교수의 한시 특강에서 정두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었다. 홍만종 이후에 나오는 김창협, 김창흡 형제를 위시한 백악시단의 천기(天機)를 중시하는 학자들에겐 비판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김창흡은 아예 정두경의 시는 한결 같이 웅장하기만 하다고 비판한다. 즉 기존에 중국학자들이 썼던 풍을 그대로 흉내내어 모작을 하는 정도이지, 직접적인 실상을 담아내진 않는다는 뜻이다. 그건 마치 지리산에 가보지 않고서도 시를 지을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가보지 않아도..
권사복이 기러기를 통해 경계하고 싶은 것 雲漢猶堪任意飛 하늘은 오히려 니 뜻대로 날 수 있는데, 稻田胡自蹈危機 어쩌자고 논을 밟아 위기에 처했나? 從今去向冥冥外 이제부터 까마득한 저 하늘 밖으로 날아가서 只要全身勿要肥 다만 몸을 보전하길 구하고 살찌길 구하지 말라. 『소화시평』 권하 4번에서 권사복의 시와 신천의 시도 동일한 의미를 담고 있다. 막상 시를 볼 땐 몰랐지만 이렇게 정리를 하면서 보니 하권 4번에 나오는 6편의 시는 교묘히 안배가 되어 있다는 걸 알 수가 있다. 2편씩 같은 주제를 말하는 시를 묶음으로 내용을 더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하지만 한 번 듣는 것보다 두 번 들으면 더 뇌리에 강하게 박히듯, 아마도 홍만종은 그걸 염두에 두고 이런 식으로 편집한 것이리라. 권사복의 시를 읽는 순..
기러기를 놓아주며방안(放鴈) 권사복(權思復) 雲漢猶堪任意飛 稻田胡自蹈危機從今去向冥冥外 只要全身勿要肥 『東文選』 卷之二十一 해석雲漢猶堪任意飛운한유감임의비하늘【운한(雲漢): ① 은하수[銀河], 천하(天河). ②하늘[雲霄, 高空].】은 오히려 니 뜻대로 날 수 있는데,稻田胡自蹈危機도전호자도위기어쩌자고 논을 밟아 위기에 처했나?從今去向冥冥外종금거향명명외이제부터 까마득한 저 하늘 밖으로 날아가서只要全身勿要肥지요전신물요비다만 몸을 보전하길 구하고 살찌길 구하지 말렴. 『東文選』 卷之二十一 인용감상하기소화시평성호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