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마수홍비기 (4)
건빵이랑 놀자
4. 총평 1 동아시아에서의 고대 이래 무지개를 상서롭지 못한 자연 현상으로 간주해 왔다. 그래서 무지개의 아름다움을 묘사한 글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이런 주류적 관점과는 달리 무지개를 미적 관조의 대상으로 삼은 문이나 예술가가 전연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가령 17세기에 활동한 중국의 걸출한 화가 석도石濤의 「수홍도垂虹圖」 같은 그림에서 그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나무 밑 석파石坡(평평한 바위)에 앉아 하염없이 하늘의 무지개를 바라보고 있는 두 고사高士는 무지개에서 어떤 황홀경을 맛보고 있음이 분명하다. 연암의 이 글은 석도의 무지개 그림처럼 무지개를 미적 관조의 본격적 대상으로 삼고 있는 희귀한 글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눈길을 끈다. 2 이글에는 진부한 글자가 하나도 없고 모든 글자가 문맥 속에서 ..
3. 능청스러워 보일 정도로 깔끔하고 절제된 미학 말을 재촉해 10리 남짓 가자 문득 햇빛이 비치는데 점점 밝고 고와졌다. 조금 전의 험상궂던 구름은 모두 아름답고 상서로운 구름으로 변해 오색이 영롱하였다. 말 머리에 한 길 남짓 무슨 기운이 어리는데, 누렇고 탁한 게 흡사 기름이 엉긴 것 같았다. 그것은 잠깐 새에 갑자기 청홍색으로 변하더니 높다라니 하늘까지 닿아 그것을 문으로 삼아 들어가거나 그것을 다리로 삼아 저편으로 건너갈 수 있을 성싶었다. 처음 말 머리에 있을 때는 손으로 만질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앞으로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더욱 멀어졌다. 이윽고 문수산성文殊山城에 이르러 산기슭을 돌아 나오며 바라보니 강 따라 백 리 사이에 강화부 외성外城의 흰 성가퀴가 햇빛에 반짝거리고, 무지개 발은 아직..
2. 동양화의 화법으로 구름을 묘사하다 바다 밖의 뭇 산에는 저마다 작은 구름이 피어올라 멀리서 서로 응하며 마구 독기를 품고 있었다. 간혹 번갯불이 무섭게 번쩍거렸고 해 아래에서 우르르 쾅쾅 천둥소리가 들렸다. 조금 있으니 사방이 온통 컴컴해져서 한 치의 틈도 없었다. 그런데 그 사이로 번개가 번쩍여, 겹겹이 쌓여 있어 주름이 잡힌 구름 1천 송이와 1만 이파리가 비로소 보였는데, 흡사 옷의 가장자리에 선을 두른 것 같기도 하고, 꽃에 윤곽이 있는 것 같기도 하여, 모두가 농담濃淡이 있었다. 천둥소리는 찢어질 듯하여 흑룡이라도 뛰쳐나올 성 싶었다. 그러나 비는 그다지 심하지 않아서, 멀리 바라보니 연안延安과 배천白川 사이에 빗발이 흰 비단처럼 드리워 있었다. 海外諸山, 各出小雲遙相應, 蓬蓬有毒. 或出電..
1. 자연을 담아내는 신채나는 표현 밤에 봉상촌鳳翔村에서 자고 새벽에 강화로 출발하였다. 5리쯤 가자 비로소 동이 텄는데 티끌 기운 하나 없이 깨끗하였다. 해가 겨우 한 자쯤 떠오르는가 싶자 문득 까마귀 머리만 한 시커먼 구름이 해를 가리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해를 반이나 덮어 버렸다. 침침하고 어둑하여 한을 품은 것 같기도 하고, 수심에 잠긴 것 같기도 한데, 잔뜩 찡그려 편치 않은 모습이었다. 햇살은 옆으로 뻗쳐 나와 모두 꼬리별을 이뤘으며, 하늘 아래로 방사放射되는 모양이 흡사 성난 폭포 같았다. 夜宿鳳翔邨, 曉入沁都. 行五里許, 天始明, 無纖氛點翳. 日纔上天一尺, 忽有黑雲, 點日如烏頭, 須臾掩日半輪. 慘憺窅冥, 如恨如愁, 頻蹙不寧. 光氣旁溢, 皆成彗孛, 下射天際如怒瀑. 글머리를 아주 간결하게 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