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태백산맥 (7)
건빵이랑 놀자

1. 아리랑이라 제목을 지은 이유 『아리랑』을 쓰기 위해 김제를 처음 온 게 지금부터 11년쯤 됩니다. 그때 『태백산맥』을 써놓고 단 하루도 쉴 새 없이 바로 『아리랑』의 취재를 시작했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아리랑』을 쓸려고 계획했던 것이 1980년 그러니까 『태백산맥』을 쓸 생각을 하면서 함께 작정을 했고 그때 이미 아리랑이라는 제목을 정해놨었습니다. 『아리랑』을 짓게 된 계기 왜 그랬냐하면, ‘작가로서 이 땅에 태어났는데 나는 어떠한 작품을 가지고 내 작가 생애를 살아갈 것이며, 이 시대에 태어난 작가로써 사명을 다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이 땅이라고 하는 의미는 우리 민족처럼 근대사 100년을 사는데 파란만장하고 핍박과 설움과 억압 속에서 산 민족이 없다. 그렇다면은 이런 땅에서 소설..

김제평야와 KTX에 알알이 박힌 역사 비는 조금씩 오는 둥 마는 둥 했는데, 바람도 별로 불지 않는다. 우의는 통풍이 잘 되지 않을뿐더러, 보온 효과까지 있으니 한결 더 덥게 눅눅하며 찝찝하게 느껴지더라. 월요일에 빗길 여행 때 느껴지는 상쾌함과는 완전히 거리가 먼 그런 기분이었다. 김제평야와 『아리랑』 아무래도 비가 내리기도 전부터 너무 빨리 대처를 했더니, 그게 나에겐 비수가 되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 그렇다고 우의를 벗기에도 하늘은 잔뜩 찌푸려 있었기에 망설여졌다. 그래도 머지않아 비가 오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덥더라도 그냥 입고 걸어가기로 했다. 정읍에서 김제로 가는 길은 지방도 701을 타고 가다가 국도 30번으로, 다시 29번을 타고 들어가는 루트를 택했다. 오늘 루트엔 김제평야를 가로질러 가는..
22. 몸을 맡겨 흐를 수 있길 어제 저녁에 동문시장에서 회와 김밥, 튀김, 순대, 어묵탕을 사와서 한라산 소주와 함께 먹으며 제주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6년 만에 찾아온 제주지만, 3일 동안 자전거를 타고 일주를 하고 나니 늘 있었던 곳인 양 편하게만 느껴지더라. 이래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하나보다. 하지만 이렇게 여행이 끝난다고 생각하니, 제주의 마지막 밤을 보낸다고 생각하니 사무치게 외로워진다. ▲ 한라산 한 잔에 젖어든 외로움 하나. 빈 공간을 채우려 애쓰다 살다보면 사무치게 외로운 날이 있다. 가족도 날 달래주지 못하고, 책 읽거나 영화 보기조차 귀찮은 그런 날이 있다. 이런 날이면 나는 친구를 생각한다. 술이나 한잔하자고 할까? 그러나 이내 그만두고 만다. 가슴 한쪽이 텅 빈 듯한 공허감..
1. 역사를 찾아 떠나는 이유 과거를 통해 현재를 본다는 건, 단순히 공간적인 이미지로만 본다는 뜻이 아니라, 그 공간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본다는 뜻이다. 도보여행을 하며 느꼈던 건, 그냥 걷기만 해서는 그 공간에 대한 어떠한 느낌도 남지 않는다는 거였다. 여기가 저기 같고, 저기가 여기 같기 때문이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니 그게 의미심장하게 다가올 이유도, 무언가 색다른 것을 찾게 될 일도 없다. 하지만 그 장소에 사람이 더해지면 그 의미는 남달라진다. 산이 단순한 산이 아니라 특별한 나만의 산으로, 물이 그냥 물이 아니라 의미심장한 물로 느껴지는 것이다. ▲ 2012년도에 단재학교 영화팀과 찾은 전주. 전주는 고향이어서 특별할 게 없다 생각했는데, 아이들과 함께 오니 특별한 곳이 ..
목차 1. 갑작스레 벌교에 가다 도보여행 그리고 1년 후 벌교에 가기까지 전라선을 따라 가며 일본이 남긴 아픔을 곱씹다 순천, 편안한 분위기가 나던 도시 2. 벌교를 거닐면, 소설은 현실이 된다 태백산맥의 인물들이 활약한 벌교역과 시장 벌교에서 태백산맥의 발자취를 따라 가다 실재하는 염상구의 무대, 청년단 사무실을 발견하다 벌교를 볼 수 있던, 김사용 영감의 고택 일제의 그늘이 담긴, 소화다리 소화네 집과 정하섭의 집을 보다 3. 문학관을 둘러보면, 태백산맥은 현실이 된다 태백산맥의 이적성 시비와 고뇌의 시간 태백산맥 문학관의 숨겨진 건축미 문학관에서 본 10권의 소설을 쓸 수 있는 비결 벌교엔 『태백산맥』이 살아 숨쉰다 인용 여행기
2. 벌교를 거닐면, 소설은 현실이 된다 순천에서 벌교까지는 기차로 22분 걸린다. 바로 옆 동네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다. 지도상으로 봤을 땐 큰 도시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막상 진트재를 지나 중도방죽의 철다리를 지나면서 벌교를 둘러보니 아주 작고 아담한 곳이더라. 왜 큰 도시로 생각하고 있었던 걸까? 그건 아마도 소설에선 보성에 소속된 읍이면서도 오히려 보성보다 더 번화한 곳이라 이야기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 벌교역은 아담해서 좋다. 태백산맥의 인물들이 활약한 벌교역과 시장 이제 본격적으로 벌교를 돌아다녀 본다. 벌교는 ‘꼬막’으로 유명하고 전라도에서 욕이 쎈 곳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나에겐 그저 『태백산맥』의 무대이면서, 이념전쟁이 치열하게 펼쳐졌던 장소로 남아 있다. 벌교역은 예전의 그 모..
1. 갑작스레 벌교에 가다 2009년 4월에 국토종단을 시작하여 한 달간 걸어서 5월에 도보여행을 마쳤다. 한 달이란 시간의 의미는 그 어느 때의 1년이란 시간보다도 의미가 있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그 시간은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이었고 세상과 한 걸음 더 가까워지는 시간이었으니까. 걸을 때마다 몸은 고되지만 생기는 넘치는 아이러니가 계속 되었다. 그로인해 알게 된 건 세상은 그리 삭막하지도 팍팍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어딘가 알게 모르게 도움의 손길은 계속 되었고 그 도움으로 인해 난 한걸음 더 나갈 수 있었으니까. 그 벅찬 감동과 열정은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생생하다. ▲ 2009년에 한 달동안 목포에서 고성 전망대까지 걸어갔다. 도보여행 그리고 1년 후 그 후 1년이 지났다. 작년엔 4월..